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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청년을 위한 덕담이 없다
새해 아침 청년들에게 덕담은 금기였다. "올핸 취직해야지"라고 했다가 "노오력하고 있다"는 냉소적 답변이 돌아왔다. 뭐라도 해야 되는 건 아니냐고 걱정하자 이번엔 "노오오오…력 쭝"이라는 짜증 섞인 대답이 나온다. 겁 없이 결혼 얘기를 꺼냈다가는 접시 깨지는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집안에 대학생이나 취업 포기자, 불안정 노동자, 대학졸업 유예자 등 이른바 '사회 밖 청년'이 있으면 그냥 조용히 떡국이나 꾸역꾸역 먹는 게 가내 평화를 위한 지름길이었다. 인생 선배랍시고 오지랖 넓게 이러쿵저러쿵 조언은 애당초 안 하는 게 신상에 좋았다. 본전도 건지기 힘들다. 당사자는 더 힘들어 죽겠는데 말 섞는 게 피곤하단다.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결국 한마디 해준다는 게 "건강해라" 밖에 없다. 몸이라도 무탈해야 백수 생활이라도 버틸 게 아니냐는 눈물겨운 당부이겠다. 술자리에서 마땅한 건배사가 떠오르지 않으면 "건강을 위하여"라고 외치는 기분이다.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실업자를 예약하는 불온한 시대다. 공부하면 취직이 된다는 확신, 아니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건지 어떤지 자신이 없다. 도서관에 앉아 책장을 넘겨보지만 마음은 무겁다. 무한대에 가까운 스펙을 쌓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편의점 호프집 택배 공사장은 기본이고 의약품 생동성 시험(일명 마루타)까지 알바를 해보지만 밥값에 교통비를 제하고 나면 손에 남는 건 거의 없다. 조상님 묘자리가 좋았는지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복사기 작동법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신입사원에게 생뚱맞게 희망 혹은 명예라는 이름을 붙여 퇴직을 강요하는 상시 퇴출시대다. 

희망과 꿈에 부풀어야 할 청년들의 가슴에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회에 대한 분노가 쌓여간다. 컴퓨터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리셋하듯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청년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다. 이 사회를 포맷하고 싶다는 젊은이가 수두룩하다.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의 능력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빗댄 금수저 흙수저는 공감하는 신조어 1위다. 헬조선 열정페이 N포세대 타임푸어 빨대족은 이들의 자화상이거나 사회를 향한 분노의 코드다. 10대 고교시절 입시전쟁만 끝나면 푸른 청춘이 살아날 줄 알았는데 20대에 학점 알바 취업전쟁을 벌이고, 30대에 결혼과 주거전쟁에 내몰린다. 

우리는 청년들의 고통에 너무 둔감하다. 매년 50만 명 이상의 젊은이가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그 중 대부분이 '사회 밖 청년'으로 쫒겨나 가슴속이 퍼렇게 멍들고 있는데도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고 있는데도 남의 일이겠거니 외면하고 있다. 마치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1박2일의 복불복 게임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심정으로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청년 취업난은 일자리가 부족한 데 원인이 있지만 사실 이들이 낙담하고 좌절하는 건 오히려 다른 데 있다.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며 불합리한 시스템이 절망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정직 성실 준법정신을 지키는 바른생활맨으로 살면 왠지 손해볼 것 같은 게 이 세상이라고 젊은이들은 생각한다. 하긴 '10억 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고등학생이 전체의 56%, 중학생 39%, 초등학생 17%라는 흥사단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웃의 어려움과 관계없이 나만 잘살면 된다'는 데 고등학생은 45%가 동의했다. 섬찟하고 겁이 난다.

대한민국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대원칙에 동의한다면 우리의 사회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한다. 젊은이들이 이 땅을 헬조선(지옥+조선)과 지옥불반도(지옥불+한반도)라 저주하고 경원시하는데 대한민국의 미래가 가능할까. 두 다리 뻗고 편하게 잠을 잘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빨간 신호등이 켜졌는데도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공존과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콩 한 쪽도 나눠먹는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강자가 약자를 찍어누르고 독식을 하는 세상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건 역사가 증명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수도권은 지방을,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부유층은 빈곤층을,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포용하고 배려할 때 절망의 바위를 밀어내고 희망의 싹이 틀 수 있다. 

'이기적인 이타주의'란 게 있다. 나를 위해 남을 돕는다는 뜻쯤 된다. 경주 최부잣집의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말이나 구례 운조루 쌀뒤주의 '타인능해(他人能解)' 정신도 다르지 않다. 공유자본주의든 포용적성장이든 동반성장이든 또 다른 이름이든 뭐든 공존과 공생을 위한 대타협이 필요하다. 내년 설에는 청년들을 위해 기분 좋은 덕담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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