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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나눔’과 ‘배려’
 
조석남 
[독서신문 조석남 편집국장]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는 영조 때(1776년) 낙안군수 류이주 선생이 지은 ‘운조루(雲鳥樓)’가 있다. 운조루는 조선왕조 양반가옥의 모습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데 7년간의 대공사를 거쳐 완공될 만큼 그 규모가 매우 웅장하다. 운조루의 후미진 곳간 채에는 커다란 쌀뒤주가 있었다. 이 뒤주의 아래 부분에 가로 5cm, 세로 10cm 정도의 조그만 직사각형 구멍을 만들어 여닫는 마개에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씨를 새겨두었다. 즉, 누구든 마음대로 마개를 열고 쌀을 퍼갈 수 있었던 ‘나눔’의 뒤주였던 것이다. 운조루는 이 뒤주를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두어 쌀이 필요해서 가져가는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게끔 세심하게 ‘배려’까지 해주었다.

운조루에는 또한 ‘나지막한 굴뚝‘이 있었다. 연기가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식량이 부족한 이웃이 많은데 밥 짓는 연기를 날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것 내 맘대로 하는데 웬 참견이냐’가 아니라 이웃의 아픔을 보듬으려는 ‘상생’의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대저택인 운조루가 근현대사의 수많은 변란 속에 지주계급이 무참히 처단되고 가옥이 소실되는 가운데서도 230년이 넘도록 그 원형을 지키며 보존돼온 이면에는 이같은 정신이 있었다.
 
12월 5일은 UN이 정한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이다. 이날은 한 해 동안 아낌없는 사랑을 실천한 자원봉사자에게 감사와 격려를 표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만큼 자원봉사의 가치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나라의 자원봉사활동 참여율은 국가의 선진화 수준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 국민의 14.3%로 나타났는데, 이는 영국 51%, 호주 46%, 미국 44%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자원봉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바로 ‘소욕다시(小慾多施)’이다. 즉, ‘참다운 삶을 위해서는 욕심을 적게 갖고,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스님께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나눠 가질 줄 알아야 한다. 나눔은 이미 받은 것에 대해 당연히 지불해야 할 보상의 행위이고 감사의 표현이다. 그러나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 봉사(나눔)를 실천해서는 안 되며, 봉사를 했다고 해서 우쭐거리거나 은혜 갚기를 바라서도 안 되며, 대상자를 가려서도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살아왔다. 이 때문에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수식어를 얻으며 세계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물질문명의 지배와 점점 확산되고 있는 무한경쟁의 시대가 되면서 나눔과 배려의 미덕이 사라지고 있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 모금이 시작됐고, 12월 들어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거리에 등장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 것이라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보살핌과 배려로 ‘사랑의 온도’를 높여가야 한다. 사회 각계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정보기술(IT)과 문화의 발전상을 놓고 볼 때 21세기는 ‘소통만개(疏通滿開)’의 시대다. IT가 우리에게 안긴 가장 큰 선물은 ‘소통’이다. IT시대, 우리는 ‘소통만개’를 꿈꿨다. 만개한 소통을 기반으로 국가 자산 중 최고로 꼽히는 ‘국민공감대 형성’을 이뤄갈 것이라는 꿈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곳곳에서 ‘소통부재’를 외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소통의 근간인 ‘진정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나눔과 배려’를 희구하는 정서를 외면한 탓이다. ‘더 있는 쪽에서 덜 있는 쪽에 준다’는 생각을 넘어, ‘함께 행복하기 위해 함께 나눈다’는 생각이 넘쳐날 때 비로소 ‘소통만개’는 가능하다.

‘과시하지 않고, 없다고 구걸하지 않는 정신’이 큰 화를 막고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 운조루는 200여 년 동안의 선행이 있었기에 대변혁기 속에서도 기적처럼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운조루 주인의 마음이 모두를 감동시켰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역사는 ‘난세를 배려와 상생의 지혜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요즈음 힘들다”고들 많이 말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어렵지 않은 시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코끼리는 ‘이빨(象牙)’이라는 보물을 지니고 있기에 그 몸을 불태워 죽임을 당한다. 나의 잘남을 자랑할 것도, 남의 잘남을 부러워할 것도 없다. 드러내지 않으며 더불어 사는 지혜, ‘나눔’과 ‘배려’를 통해 ‘상생’을 실천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고, ‘국민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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