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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화수분은 있는가?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세상 살기가 녹록하지 않다.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한데다 늘어나는 청년 실업자 등 아무리 노력해도 팍팍하기만 한 경제가 그러하다. 턱없는 생각이지만 하늘에서 돈벼락이라도 떨어지기를 한 번쯤 기대해 보는 사람의 심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나 보다.


문득 ‘화수분’이란 보물단지가 떠오른다. 화수분은 그 안에 무엇을 담아 두면 끝없이 새끼를 쳐, 그 내용물이 줄어들지 않는 상상 속의 단지, 즉 보배 그릇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화수분의 유래는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군사 10만 명을 동원하여 황하수를 길어다가 큰 구리 통에 채웠는데 그 동이가 상상을 못할 만큼 커서 한 번 채우면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아서 하수분(河水盆)이라 부른 것이 화수분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 조선 영조시대에 삼수 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세운 ‘운조루’라는 99칸의 저택이 있었다. 그 집 앞에는 커다란 뒤주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 뒤주에는 언제나 쌀이 가득 차 있었으며, 뒤주가 비워지기 전에 채워두기를 계속하였다. 쌀을 구하러 오는 이들의 입장을 생각하여 어려운 사람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퍼 가도록 한 것이다. 나눔의 화수분이란 생각이 든다.

화수분이란 단어가 다방면으로 사용된다. 값이 해마다 올라 돈이 붇는 땅, 파기만 하면 금이 쏟아지는 금광 등만 화수분일까? 최근에는 ‘화수분 야구’라는 말도 생겼다. 팀의 주전 선수가 사정에 의해 뛰지 못할 경우 대신 나선 2군 선수가 1군 선수 이상의 활약을 보이는 것을 가리켜 ‘화수분 야구’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소망하는 화수분은 어디에 있을까? 설화 속의 화수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화수분의 의미를 재해석해 보면, 내가 꿈꾸는 것을 부지런히 가꾸어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유익한 것이라면 화수분이 아닐까. 우리 집 베란다에는 1년에 몇 번씩 계속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금귤나무가 있다. 일곱 해 전, 화개장터에서 사 올 때는 하도 어려서 제 구실을 하겠나 싶더니 물 주고 거름 주고 우유도 먹이면서 아기 기저귀 갈 듯 분갈이해 준 대가를 톡톡히 한다. 자그마한 나무가 대대손손 끊임없이 열매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집 화수분이다. 할머니의 침침한 눈을 대신해 바늘을 꿰어 주던 어린 손자가 훗날 퀼트 전문가가 되어 바늘만 들면 작품이 탄생한 성공 사례도 있다. 사람도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화수분이 된다.


화수분을 눈여겨 찾아보자. 어쩌면 이미 나의 일상에 들어와 함께 살면서 모르고 지낼 수도 있으니까. 아파트 정원의 주홍빛 감이 전구처럼 어둠을 밝혀 주는 계절이다. 사랑하는 나의 화수분에도 전구를 환히 밝혀 보자.

최화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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