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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타인능해와 스포츠맨쉽
전남 구례에 가면 조선 영조 때(1776년) 낙안군수 유이주(柳爾胄)가 건축한 운조루(雲鳥樓)라는 누정(樓亭 중요민속자료 제8호)이 있다. 여기에 ‘타인 능해(他人能解)’라는 쌀 2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나무로 만든 쌀독 ‘뒤주’가 있다.


아래 마개 부분에 써 놓은 글이 아무나(他人) 열 수 있다(能解)는 뜻. 쌀을 가득 채워 넣으면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끼니를 이을 수 없을 때 마개를 돌려 쌀을 빼다가 밥을 짓도록 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놓는 배려까지 했다.

네 편 내 편, 너와 나로 갈려 죽어라고 싸운다. 치고받고 차고 메치고 그러나 끝나고 나면 열심히 싸운 자기 편 뿐 아니라 상대와도 악수하고 포옹하고 어깨 쳐주며 격려한다. 스포츠 얘기이다. 그래서 승패를 초월한 깨끗한 태도, 당당한 자세를 우리는 ‘스포츠맨 십’이라고 한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서 왜 이 두 단어 ‘타인 능해’와 ‘스포츠맨 십’이 떠오를까.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정치꾼들이 전국 각지를 들쑤셔 놓을 것이다. 요즘 야당, 여당의 행태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걱정스럽다”고 토로한다. 왜 우리 정치판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까?

여당을 보면 친박이니 비박이니를 넘어 진박 타령까지 나오고 대통령의 퇴임 후 호위 무사 역할을 맡길 친위 세력의 배치(?)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건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건지, 집단의 세력화를 통한 안위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지 너무 실망스럽기만 하다.

야당으로 가보면 이건 실망이 아니라 절망에 가깝다. 야당의 존재 가치가 정권교체인가? 언론에다 대고 아주 자연스럽게 주장한다. 그건 최종 목표이지 존재 가치일 수 없다.

그러면 여당(정부)도 정권 재창출만이 존재 가치일 것이다. 여권이 정권 재창출만을 위해 통치는 내 몰라라 하고 갖가지 당장 달콤한 인기영합 정책만 쏟아 내고 나라야 거덜이 나든 말든 예산을 마구 표가 나올만한 곳에 쏟아 부어도 되는가? 

어째서 정부가 하는 일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가. 대안도 없이. 정부가 국민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게 보이면 화끈하게 힘을 합쳐 보면 어떤가. 그러면 정부(여당)가 국민의 신뢰를 얻어 정권이 연장돼 야당에 권력이 넘어 올 기회가 사라지는가? 아닐 것이다. 화끈하게 밀어준 야당에 더 많은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의 마음을 한 번도 헤아려 보는 것 같지 않아 실망스럽다. 우리나라 정치에는 흑백만이 춤을 춘다. 이기고 지는 것만 존재한다. 정치=타협은 없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두뇌 좋기로 소문난 우리가 정치에서만 왜 이럴까?
그 해법은 교육에 있지 않을까 싶다. 정치=타협이 맞는다면 거기엔 제대로 된 토론이 앞서야 한다. 얼마 전 경기일보에 ‘토론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조용길 숙명여대 교수)라는 칼럼이 실린 적이 있다. 

우리가 가장 잘 못하는 게, 가장 필요한 교육이 올바른 토론이라고 생각해 온 필자에겐 눈에 번쩍 띄는 내용이었다. 중.고교와 많은 대학에서 교양교육의 일환으로 토론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다. “토론교육이 오로지 논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술을 익히는데 매몰되고 있다. ~토론은 의견의 다름을 극복하여 공통의 합의나 그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고 “일방적인 설득 과정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함께 만들어 가는 대화의 과정“이라는 견해였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흑백 논리로 나라(국민)를 분열로 몰고가는 정치권의 병폐를 치유해야 한다. 교육이다.

‘국회의원 재교육 기관’을 세워 ‘토론 교육’을 이수 의무화 하면 어떨까!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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