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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10-06-30 (수)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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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운동화
구멍 뚫린 운동화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 야간반 김길남

구멍이 뻥 뚫린 운동화를 신고 마카오와 심천, 홍콩을 누비고 다녔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한심한 사람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여행을 할 수 없었으니 어쩌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졌다.

지난 4월 3일 묘 관리를 하려고 고향에 갔다가 잡초를 태우다 실수로 묘지에 불이 붙었다. 바람이 불자 순식간에 불이 옮겨 붙으니 손 쓸 길이 없었다. 발로 밟아 불을 끄려고 애를 썼다. 신고 간 등산화가 헌 것이라 앞 쪽 구부러지는 곳에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으로 화기가 들어와 발가락을 데었다.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았으나 시간이 지나니 좀 아린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하면 곧 나으려니 했는데 좀처럼 차도가 없었다. 날마다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병원에만 다녔다. 2개월이 가까운데도 아직 멀었다.

친구들과 같이 중국 남쪽지방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걱정이었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같이 가기로 결정했다. 신을 벗고 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으나 신을 신고 걸으려면 한 발작 뗄 때마다 자극이 왔다. 그런 발로 여행길에 나섰으니 괜찮을 리가 있겠는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갈 때까지는 신을 벗고 있으니까 그런대로 괜찮았다. 홍콩에서 내려 입국심사를 하고 항구로 이동하여 출국심사를 마친 뒤에 마카오로 떠날 때까지 많이 걸었다. 마카오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때도 신을 신고 있으니 발이 아파 못 견딜 지경이었다. 앞으로 견뎌야 할 3일이 걱정이었다. 그날 밤 베네치아 호텔로 구경을 갔는데 나는 포기하고 호텔에서 쉬었다. 카지노는 물론 실내에 축구장과 골프장, 천연하늘이 있다는 거창한 구경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곰곰 생각해 보았다. 발가락이 신에 닿지 않으면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운동화에 구멍을 뚫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무엇으로 뚫을까 생각했다. 호텔에 연락하여 면도날이라도 얻어 볼까 아니면 가이드에 부탁해볼까. 그때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가위였다. 마침 발가락 치료를 하려고 약과 거즈, 반창고와 같이 가위를 가지고 갔었다. 운동화에 발을 넣고 손으로 만져가며 아픈 부분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가위를 찔러 넣어 지름이 6cm정도 되게 오렸다. 다시 신고 걸어보니 아프지 않았다. 궁하면 통한다더니 이제 됐다 싶었다. 아침에 식사하러 나가니까 친구들이 발이 어떠냐고 물었다. 아무 말도 안하고 운동화만 가리켰다. 건성으로 보고 알아차리지 못했다. 구멍 뚫린 운동화를 보여주었다. 모두 웃으며 좋은 아이디어라 하고 좋아했다. 얼른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보니 신고 다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 뒤 3일은 아무 탈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비록 남이 보면 이상할 테지만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니 보면 어떠랴 싶었다. 오래 걸으면 자극이 있어 좀 불편하기는 했어도 직접 닿지 않으니 괜찮았다. 양말이 보이는 상처를 다른 물체가 찧기라도 한다면 질겁할 테지만 다행히 살짝 닿기만 해서 괜찮았다. 버린 운동화 값 몇 만 원보다 여행을 제대로 한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출발할 때 뚫었더라면 첫날밤의 좋은 구경도 같이 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마카오는 카지노로 유명한데 그런 곳을 가보지 못했다.

몸이 건강할 때는 고마운 줄 모르고 살았다. 아파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2개월을 집에 있어보니 성한 몸이 얼마나 좋은가를 절실히 느꼈다. 다시는 다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했다.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 병도 미리 예방하여 병이 깊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 2010. 6.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