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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강애
ㆍ작성일	2010-06-26 (토)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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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
내가 겪은 6.25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강애

우리민족의 아픔인 6.25전쟁이 일어난지 어느새 60년이 되었다. 나는 오늘 전주삼성문화회관에서 6.25전쟁 제60주년 기념식 및 안보결의대회에 미망인의 한 사람으로 참석하였다. 전쟁은 끝났지만 우리에겐 지금까지 분단의 아픔이 남아있다. 암울했던 그날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던가를 곱씹어보고자 한다.

13살 6학년인 나는 한창 중학교에 간다고 공부를 열심히 할 때 6.25를 만났다. 시골의 조그만 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는 객지에서 월급에 의지하여 살고 있을 때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 모든 행정이 마비되어 봉급이 안 나오니까 당장 끼니 걱정이 앞섰다. 굶을 수는 없다며 아버지는 쌀자루를 뒷주머니에 넣고 학교 옆동네 학부형 집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해 보겠다며 아침 일찍 가셨던 뒷모습이 떠올라 지금도 가슴 아리다.

전쟁은 계속되어 낙동강까지 후퇴했는가 하면 언젠가는 함경도까지 진격했을 때 갑자기 중공군이 처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느날인가부터 인민군들이 투구와 군복에 나뭇잎을 꽂고 줄을 서서 후퇴하다가는 비행기 소리가 나면 일제히 땅에 엎드려 폭격을 피하고, 비행기가 지나가면 다시 행진을 했다. 아마 후퇴를 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학교 교실에 들어와서는 동네 사람들에게 밥과 술을 가져오라고 해서 먹고 갈 때는 쌀이며 옷가지 등 안가져가는 것 없이 빼았아갔다. 그 때도 밤이면 학교 교실에는 여전히 인민군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에 인민군 한 명이 우리집 교장사택으로 들어 오더니 큰일 났다며, 오늘 저녁 교장 선생님과 강 선생님, 동네 이장 등이 살생부에 적혀있으니 빨리 피하라고 하고는 급히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일제 때 아버지의 제자였다. 그날밤 아버지와 19살 우리 언니는 삼밭에 숨었는데 어찌나 모기가 물었던지 고생을 많이 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버지를 우리집에 와서 찾다가 없으니까 우리식구들을 다그쳐도 모른다고 잡이뗐다. 그날 저녁 강 선생님과 이장을 죽였는데 이장은 죽여서 돌로 눌러놓아 돌을 치우니까 시체가 일어났다는 참혹한 소리에 어린 나는 지금도 가슴이 뛴다. 또 강 선생님은 학교 마당에서 죽창으로 무참히 찔러죽였다. 그때 그 어머니의 통곡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섬뜩하다. 그렇게 난리가 난 다음날, 우리 아버지와 언니는 경찰들이 주재한 면소재지로 몰래 피난을 가고 아버지는 그 뒤로는 그 학교에 오지 않았다가 수복이 된 뒤 다시 학교에 근무하셨다.

그 뒤로도 밤이면 인민군들은 집집마디 다니며 곡식과 먹을 것을 탈취해 갔는데 우리 집에 와서는 닥치는대로 아버지 넥타이까지 다 가져갔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여겼다. 어머니와 동생과 나는 그곳에 있다가는 위험할 것 같아서 아버지를 찾아가려고 재를 넘어 계곡을 지나는데 이 산과 저 산에서 경찰과 인민군 잔당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총알이 우리 머리 위로 쌩쌩 날아가도 울지도 못하고 땅에 업드려 있다가 전투가 끝나고 그들이 사라진 뒤에 소재지에 계시는 아버지께 무사히 갔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하다. 그 때는 낮에는 경찰이 주둔했고 밤에는 빨찌산들이 점령 했었다.

그 뒤에 일부는 후퇴하고 남아있는 빨찌산들은 옛날 폐 금광이었던 굴로 들어가 저항하며 밤에는 민가에 내려와 약탈을 일삼았다. 하다못해 경찰들의 소탕작전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하며 총을 쏘아도 회유작전에도 꼼짝도 안하니까 굴 입구에 생 솔가지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불을 질러 연기를 불어 넣어 소탕하기도 했었다.

같은 나라 같은 이웃이 서로 밀고해서 죽이고 죽는 동족상쟁이 다시는 이 나라에서 일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도 호사탐탐 남침에 열을 올리고 틈만 있으면 트집을 잡아 생떼를 쓰는 저들을 바라 볼 때 정말 앞이 캄캄하다. 자유와 평화는 거저 오는 것아 아니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전쟁이란 겪어 보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이산가족들과 아들을 잃은 유족들의 고통을 우리는 내 일인 양 같이 아파해야 할 것이다. 자유수호를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에게 오늘 하루 6.25날만 기리지 말자.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젊은이들의 슬픔을 생각해 보자. 오직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은 우리의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들, 참전용사들, 재향군인들, 전몰 미망인들의 고통을 알고 그들의 참 뜻을 깨달아았으면 좋겠다. 6.25를 북침이네, 천안함침몰사건이 거짓이라며 혼란을 부추기는 분열된 모습이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의 70% 이상이 6.25를 겪지 않은 세대다. 전쟁의 참혹상을 모른 채 보수니 진보니 하며 정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6.25발발 60년을 맞아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8.15도 6.25도 겪었고 4.19와 5.16도 다 겪은 구 세대로서 신세대와 함께 살아온 낀세대사람이다. 6.25의 어려움 속에서 자라 배울 것도 못배워 한으로 남았는가 하면 평생을 전쟁의 상처로 장애인 남편을 모시고 살아온 6.25의 피해자였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후회하거나 기죽지 않은 삶이었노라고 자부한다. 어떻게 보면 제일 많이 손해를 보며 세상을 살았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그래도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2위로 잘 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가 된 것도 다 선배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우리들은 그분들에게 감사하며 자랑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