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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수홍
ㆍ작성일	2010-04-30 (금)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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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매기(5)
부산 갈매기(5)
- 시티투어 -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수홍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도 아닌데 아침부터 지공선사다. 아내와 함께 지하철 세 정거장을 타고 가서 목욕을 했다. 집 옆에도 목욕탕이 있지만 아들이 티켓을 주어 돈 안 들이려고 지공선사(지하철 공짜 타고 경로석에 정좌하여 눈 감고 참선)가 된 것이다. 사실은 어제 갔었는데 정기휴일이라 허탕을 쳐서 오늘 다시 갔던 것이다. 나는 무던히도 공짜를 좋아한다. 하기야 술중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술이 공술이라지 않던가.

아내의 목욕도구 쇼핑백을 든 채 또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으로 갔다. ‘부산관광개발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시티투어 버스를 만났다. 해운대 코스와 태종대 코스가 있었다. 해운대코스는 광안리 등 우리 집 옆이라 가보아서 태종대 코스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것도 경로우대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일인당 1만 원을 주고 탔다. 2층으로 된 고급버스에 전면과 각 의자에 해설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모니터가 달려있었다. 이 코스는 용두산 공원-연안여객터미널-영도75광장-국제크루즈터미널-송도해수욕장-PIFF광장-자갈치시장으로 연결된다. 용두산 공원에서 내려 구경을 했다. 부산의 역사성을 대표하는 시민공원으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부산풍경이 아름답다. 이순신 장군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40분 뒤 다시 차를 타고 태종대유원지에서 내렸다. '한 잔에 500원'이라고 전라도 말로 외치는 포장마차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순천이 고향인 아주머니는 40년 동안 그곳에서 장사를 한다고 했다.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는 반갑다. 부-자 되라고 덕담을 했다. 순환관광열차를 탔다. 경로우대 무료라서 일단 인상이 좋았다. 태종대는 신라시대 태종무열왕이 전국의 명승지를 다니던 중 절경에 도취되어 쉬어갔다고 하여 태종대라 부르게 되었다. 1969년 1월에 관광지로 지정되었다. 4.3㎞의 순환관광도로가 나 있으며, 날씨가 맑은 날에는 오륙도와 쓰시마섬[對馬島]이 보인다. 등대를 보고 집에서 가지고 간 곶감을 먹었다. 어찌나 달던지 피로가 싹 풀렸다. 버스 안에서 경기도 광주에서 온 내 또래 되는 부부를 만났다. 아침에 KTX로 내려와서 두 코스와 야경코스를 다 보고 일박하고 내일아침에 돌아간다고 했다. 우리는 전주에서 아들집에 왔다고 자랑을 했다. 며칠 전에 구경했지만 또 자갈치시장에 들렀다. 곰장어를 먹어보지 않아서 맛을 보려고 1인분을 시켰더니 1인분은 팔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고 좋아한 멍게를 사가지고 왔다.

어제 사온 멸치 회에다 멍게에 와인을 한 잔 했다. KBS1 TV연속극 ‘바람 불어 좋은날’을 시청하고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갔다. 그곳 야경은 부산의 빼 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대교의 불빛과 주변야경이 장관이었다. 바다 속에 비친 불빛이 절경이었다. 철~석 철~석 파도소리를 들으며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모래밭에서 세세연년 파도에 갈고 닦인 조개껍질을 줍는 아내 모습이 소녀 같았다. 엊그제 돌 지난 손녀 은수의 놀이도구로 주려고 줍는다고 했다.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열나흘 달이 방긋 웃으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2010.4.2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