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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장춘배
ㆍ작성일	2010-07-11 (일)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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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
분 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장춘배

나는 나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서 원래 그대로 자라지 못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야 했다. 인간들은 우리를 그들이 좋아하는 수형으로 만들기 위하여 철선으로 동여매고 이리 비틀고 저리 뒤틀어 멀쩡한 몸통과 가지를 장애로 만들어 버렸다.
때론, 우리의 가지는 물론 몸통마저 몽땅 잘라 버리기도 하고 탄소동화작용으로 영양소를 만들어 몸 전체에 공급해야 하는 잎사귀마저 따 버려서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 됐다.
나의 주인은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지 잘려 나간 상처에 약도 발라주고, 영양제도 주며, 수분도 공급해 주었다. 질긴 것이 목숨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싹을 틔우고 다시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어느 정도 우리의 몸이 만들어지자 분갈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뿌리와 가지를 잘라내며 난도질을 했다. 다소 위안이라면 뿌리내리기에 좋다고 그들이 좋아하는 외국산 배양토를 써 주는 정도다.
한국에 분재가 처음으로 전해진 시기는 삼국시대라고 한다. 중국의 정원 조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백제시대 연못을 이용한 조경을 했다는 설이 있고, 본격적인 분재가 이루어진 시기는 약 600년쯤이란다. 일제 강점기, 6․25전쟁으로 거의 쇠퇴했고 1960년대 이후 경제 성장과 더불어 생활수준이 향상되자 취미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분재의 종주국으로 행세하는 일본은 분재가 가장 발달되었고, 분재로 인한 외화획득이 엄청나다고 한다. 분재의 관리는 물과 햇빛, 그리고 통풍, 적당한 양의 거름주기 등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의 잔혹성은 끝이 없는 것일까? ‘취목’이라는 이름으로 멀쩡한 동료의 몸에 그들이 좋아하는 부분을 골라 칼로 도려내고 껍질을 벗긴 후 수태로 감싸주어 엉뚱한 곳에서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이다. 뿌리가 어느 정도 나오면 잘라서 화분에 옮겨 심어서 짧은 기간에 굵은 소재로 고태미(古態美)가 나도록 우리를 중늙은이로 만들어 버린다. 인간들의 분재에 대한 기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되어서 기기묘묘한 형태로 우리를 만들어 놓고 예술 운운하며 큰 소리를 친다. 인간들의 변죽으로 한 때는 한옥 집을 짓기 위하여 올곧게 자란 소나무를 베어 가더니 이제는 주 5일제 근무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산에서 산으로 다니며 미남 미녀 형의 나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뒤틀리고 이상하게 장애를 가진 동료들만 사정없이 납치해 간다.
해도 해도 너무했던지 요즘에서야 정부에서도 환경법으로 우리들을 보호한다고 한다. 어느 곳에서 열린 세계 꽃 박람회장에 전시된 오래된 향나무 분재가 10억 원 운운하며 우리의 주가가 올라가긴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가격상승이 아니다. 다만 저 넓은 자연의 품속에서 가족과 친구가 어우러져 대화하며 바람과 서리, 눈비를 맞으며 영롱한 아침이슬을 머금고 새들의 둥지를 만들어 주고, 온갖 동물들과 소통하며 사색하는 그런 삶을 원하는 것이다.
인간들이여, 제발 이제 뒤틀리고 기형으로 태어난 우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인간사회로 돌려서 소외된 이웃과 장애우들에게 쏟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