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문학이란 말을 처음 들었지만 생소한 것 같지도 않다. 아마추어다, 프로다 하는 말은 많이 쓰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판소리에서도 그 말을 자주 쓴다. 나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프로라고 하고 취미로 하는 사람을 아마추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프로가 아니고 아마추어다. 그런데 어떤 때는 판소리공연을 하고 공연비를 받고, 초등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강의를 하고 강의료를 받을 때면 이것이 내 직업이고 나 역시 프로가 아닌지 헷갈린다.
행촌수필문학회 회장 고재흠 님 등 회원 4명이 함께 비가 억수로 내리는 지난 토요일 오후, 모악산 유스호스텔을 향하여 차를 몰았다. 소나기가 어찌나 심하게 퍼붓는지 차의 와이퍼를 가장 빨리 작동시켜도 앞이 잘 안 보일정도였다. 일행 한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운전을 해 본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위험하다고 걱정을 한다기보다는 빗길운전을 잘 한다는 칭찬이지 싶었다. 몇 년 전 초등학교 동창회에 다녀오면서 해 본 일이 있어서 걱정 없다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에다 샴푸라도 뿌리고 올 걸…….
2010 한국동인지문학아카데미 커뮤니티운영활동 제8회 연수회장인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오후 2시부터인데 10분 늦게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 시간을 메우려고 사회자가 손을 비벼 따뜻하게 해서 눈을 가렸다가 떼면서 옆 사람을 향하여 '깍꿍!'하라는 피로회복 동작을 따라 하면서도 시간을 지키지 않으니 문학행사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동인지문학관 광주본부장 이명란 님의 사회로 막이 올랐다. 목소리가 카랑카랑하여 좋았다. 허소라 시인의 격려사와 김한창 대표의 인사말은 짧아서 큰 박수를 받았다. 오하근(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원광대학교 명예교수)님의 총론 강의가 시작되었다. “아마추어 문학의 새로운 지평과 수준 향상을 위한 과제” 라는 제목이었다. 금과옥조의 45분 강의였지만 기억나는 말은 한 마디 뿐이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문학이 아니고, 붓이 갈 데로 가야 하는 문학’ 이라는 말이다. 이만하면 수필을 배우는 학생다운 수강 자세인지 자문(自問)해 보았다.
최영 시인의 진행으로 본격적인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정희수(시인, 한국녹색문학아카데미 회장)의 주제발표 “지금 한국문학 무엇이 문제인가?” 에 이어 정군수(시인, 전주문협회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 전담교수)의 “함께 가는 길의 아름다움” 이란 반론토론이 있었다. 장교철(시인, 전북문협신문 주간)의 “삶 이후를 생각하는 동인지의 꿈”이란 즉석토론과 조미애 (시인, 전북풍물시동인 회장)의 “청靑이 람藍에서 나왔으되”란 긍정토론이 있었다. 낭랑한 목소리로 원고를 읽으면서 쌈박하게 했다.
‘등단장사’ ‘프로테르’(프로와 아마추어 합성어)란 용어가 내 눈의 초점을 맞추게 했다. 마지막으로 호병탁 (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의 “저만치 혼자 핀 꽃” 긍정토론이 있었다. 본인은 가나다순으로 ㅎ이 맨 끝이라 늦게 한다고 했지만 ‘가요공연에서 이미자는 제일 늦게 나온다.’는 말 대신이 아닌가 싶었다. 소월의 시 <산유화>를 인용해서 낭독은 옆에 앉은 조미애 시인에게 하도록 입체적으로 재미있게 꾸려나갔다.
진행자 최영이 세 사람의 질문을 받겠다고 했다. 처음에 광주에서 온 빨강 베레모를 쓴 사람이 한국문인협회와 작가협회의 다른 점을 물었다. 두 번째로 전라북도의회 의장을 지냈던 김철규 님이 질문이라기보다는 의견이라면서 단상에 앉은 5명이 모두 시인인데 수필가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나도 잘 아는 사람이다. 1986년 내가 현직경찰관으로 근무할 때 전북일보 사회부장으로 있으면서 <아니다,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다>란 사건 실화를 책으로 펴낸 사람이다. 나는 그때 기자가 사건 실화를 책으로 펴냈는데 실지 수사를 하고 지휘도 했던 나도 수사실화집을 발간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세 번째로 나의 질문이다. 최영 진행자가 짧게 구체적으로 하라고 했다. 정군수 선생님께 질문을 하겠다고 하고 우선 질문을 하려면 나를 소개해야겠다고 했다. 그런데 진행자님이 행촌수필문학회 홈피에 뜨는 ‘군산풍물기’를 쓰는 사람으로 아는데 짧게 구체적으로란 말이 참 어렵다고 일단 웃기고 시작했다. 나는 37년간 경찰관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을 하고 판소리를 10년 배우고 2006년부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김학 교수님에게 수필을 공부하고 있다. 등단을 하고 현직 때부터 써두었던 평생일기로 <노래하는 산수유 꽃>이라는 책도 발간하였다. 내 고향이 구례산동이라 수필집 제목도 그렇게 뽑았다고 했다. 어느 토론자가 등단장사라는 말을 했는데 나도 그 장사에게 등단을 산 것인가란 생각도 든다. ‘프로문학’과 ‘아마추어문학’ 을 ‘갈대문학’ ‘억새문학’이란 우리이름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정 선생님의 신조어가 짜릿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나는 갈대수필가인가 억새수필가인가라고 물었다. 정군수 님은 빙빙 돌아서 질문을 했다면서 답변은 딱 잘라 말 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태어난 곳이 억새가 많은 고장이라 나는 억새수필가가 좋다고 했다.
최영 시인이 만나자고 하더니 금년 8월에 발간한 <군산 풍물기>책을 한 권 주었다. 행사는 1박2일이지만 뷔페로 저녁식사를 하고 어머니품인 모악산을 떠났다. 오는 길에 “산새는 하늘을 날고” 갤러리에서 마신 차 맛이 하이라이트였다.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진열해 놓은 수석을 감상하면서 마신 대추생강차와 쌍화차 맛이 일미였다. 특별히 준 꿀을 많이 타기도 했지만 고재흠 회장님이 산 공짜 차라 맛이 더 좋았다. 최영 시인이 지금까지 많은 문학행사에 참석해 보았지만 이렇게 진지하고 알찬 토론회를 해본 일이 없다는 말에 찬성의 박수를 보냈다.
(2010.8.28.토.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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