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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동영
ㆍ작성일	2010-09-18 (토)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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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떼의 비상
새떼의 비상(飛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목요야간반 김 동 영

갑자기 차창 밖 하늘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 차를 길가에 세웠다. 나 말고도 차에서 내려 이마에 손을 얹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대체 하늘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노을이 들기 시작한 하늘을 배경으로 수천 마리 아니 수만 마리의 새떼가 휘몰아 돌고 있다. 새떼는 하늘빛을 가리고 부근 일대를 그늘지게까지 하였다. 마치 아기 장자가 있는 집만을 골라 검은 기운이 하늘에서 내려와 대문으로 스며드는 영화 ‘모세’에서 본 출애굽기의 기적처럼 전율마저 느끼게 하는 광경이었다. 흔히 사람들은 설명 못 할 자연현상을 보면 세상에 무슨 변고가 일어날까 하는 두려움을 갖는다. 비록 과학적으로 새의 생태적 현상을 설명할 수는 있더라도 두려움을 갖기에 충분한 광경이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나는 경탄하며 무아지경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거대한 흐름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휘도는가 하면, 순식간에 급상승과 급하강을 하다가 밤하늘의 불꽃놀이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광경은 실로 경탄스러웠다.

“대~ 한 민국! 짜작 짝 짝짝!!”

지금 전국 도시는 사람이 모일만한 광장이면 작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십만이 모여 붉은 물결을 이루고 있다. 북한에서는 붉은 광장이 있다지만 우리는 붉은 인파가 있는 셈이다. 이 광경을 처음 대하는 상대 선수나 국민이 본다면 어찌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이미 촛불집회, 국제경기, 국민장, 시위 등에서 이러한 길거리 문화에 많이 익숙한 터라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아마 지구상에서 우리만이 가진 경이로운 독특한 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애들아 -！ 오늘 응원하려고 하는구나?”

“예~”

“어디로 가는데?”

“그냥이요 - ”

주택가 골목에서 4,5학년 수준의 초등학교 여자아이 둘과 주고받은 대화다. 아이들은 똑같은 붉은색 티셔쓰에 몸을 감싸고도 남을 깨끗한 태극기를 망토처럼 몸에 두르고 머리에는 빨간색 스카프를 쓰고 있다. 볼에도 태극기 문양의 ‘페이스 페인팅’을 예쁘게 하고 그 중 한 아이는 자전거를 끌고 지나간다. 대답으로 보아 아직 어려서인지 군중이 모이는 광장으로 갈 계획은 없거나 차림만으로 만족하는 듯했다. 다만 오늘 시합이 있는 날이니 우리도 빠질 수 없다는 차림으로 보였다.

나는 처음보다 좀 더 여유 있게 새떼의 움직임을 보았다. 수만 마리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휘몰아 칠 때 시계방향으로 도는 새는 없었다. 그들을 한꺼번에 한쪽 방향으로 돌게 하는 그 약속의 힘은 무엇일까? 아무도 새떼를 놀라게 하거나 천적이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는 지휘는 누가 하는 것일까? 또 그들을 저 넓은 하늘에 모이게 한 동기는 무엇이며, 또 무엇을 하려고 노을을 배경으로 휘돌고 있는 것일까? 철새는 태양과 별을 나침반 삼거나 아니면 지구 자장을 이용하며, 대륙과 바다를 가로질러 수만 ㎞까지도 이동하거나, 기후 따라 먹이 따라 아니면 번식을 위하여 이동한다는 조류학자들의 설명만으로는 이 광경을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지 않은가?

조금 전 여아들은 무슨 일인가 할 것 같은 차림새와는 사뭇 다른 권태로운 분위기로 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나누며 저만치 골목을 천천히 빠져 나가고 있다. 저 아이들은 지금 시계 반ㄷ 방향으로 휘돌고 있는 떼 돌기에 서있는 것인가? 시계 방향인가 아니면 급 하강 또는 급상승 중일지도 모른다.

나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에서 본 이유 없는 새떼들의 무서운 공격을 떠 올리며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