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감동적인 일이 일어났다. 텔레비전에서는 아침부터 ‘나로호’ 발사를 주요 뉴스로 내보내고 있었다. 사실은 어제 발사해야 했지만 문제점이 생겨 발사시기를 늦춘 것이다. 어제, 발사가 지연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언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성공을 바라며 발사 순간을 보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이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텔레비전에서는 '나로호' 발사가 실패해서 실망감에 젖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적어도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에게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작년 ‘나로호’ 발사 때는 몸이 아팠던 때라 ‘나로호’ 발사 성공 여부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엔 숨을 죽이고 그 순간을 지켜보았다.
사람들의 손길이 묻은 저 로켓이 얼마 후면 우주로 떠난다. 비행기만 타도 아찔한 기분이 드는데, 그 로켓은 홀로 먼 우주로 향해 떠나는 것이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발사 순간, 난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아마, 내가 이 순간을 어렸을 때 겪었다면 로켓 만드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을 것이다. ‘나로호’는 출발 전 부터 왠지 불안하고 허술해 보였다. 마치 우주로 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듯 말하는 것 같았다. 아마 부모 같은 연구원들도 그런 모습을 보며 애처로운 맘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로호는
“일단 가보자, 가서 성공하면 더없이 기쁘겠지만 실패해도 예상했던 상황이다, 밑져야 본전이다.”
라고 떠밀려져, 저 우주로 날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육안으로도 뻔히 추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허무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했지만, 그래도 몇 초 동안 열심히 날아가 그것만으로도 내겐 충분이 감동을 주었다. 뉴스에서는 실패한 모습이라고 화면을 보여주는 것조차 꺼려하는 것 같았지만, 난 그 위대한 순간을 보고 또 보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나로호’가 나에겐 감동이 된 이유는 완벽한 로켓이 아니라는 점이다. 완벽한 모습으로 우주 궤도에 단번에 제대로 진입한 훌륭하고 빈틈없는 로켓이었다면, 나의 흥미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나로호’가 날아갈 즈음에 나도 어떤 일에 실패를 겪고 있었다.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였고, 좋은 결과를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반신반의했다. 노력했으니 성공했을 거라는 생각과, 한편으론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틀리고 말았다. ‘나로호’는 그런 나처럼, 좋은 결과를 위해 순서를 밟아가며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 수많은 역경이 있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견디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했을 때, 노력에 대한 허무함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씁쓸했을까. 실패 원인을 또다시 생각해야하고, 성공하려고 노력해야 할 시간들이 ‘나로호’와 내 앞에 남아있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그날 밤, 난 조금 쓸쓸한 마음을 안고서 내 다이어리에 이렇게 적었다.
“나로호’는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지금은 원인을 알 수 없고 미숙하지만, 언젠가 용감하게 하늘을 날아 원하는 곳에 진입하고 제 임무를 다할 것이다. ‘나로호’가 하늘 높이 오를 때, ‘나로호’ 자신과 연구원들과 나는 지난날의 아픔을 모두 잊고 환호할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언제쯤 ‘나로호’는 우주로 날아갈 수 있을까? 난 언제쯤 내가 원하는 것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기약할 순 없지만 그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로호’가 우주궤도에 오르는 날, 나도 내 꿈을 이루리라.”
그 날 밤, 창밖으로 바라본 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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