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국근의 風水기행 -구례운조루

운조루 0 13

나무 쌀독에 담은 나눔의 積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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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몰니(金龜沒泥), 금환낙지(金環落地), 오보교취(五寶交聚). 비기(秘記)에 전하는 전남 구례의 오미리에 있다는 3개의 명당이다. 이중 금구몰니형 명당은 운조루(雲鳥樓) 터로 알려져 있다. 류씨 집안이 이 터를 잡을 때 거북형상의 큰 돌이 나왔기 때문이다. 남은 두 개의 터를 찾기 위해 일제 강점기 땐 전국에서 이주자가 몰려들었다 한다. 부귀영달의 희망을 품고, 아니면 지긋지긋한 가난을 풍수에 의지해 벗어나 보자는 바람을 안고 말이다. 일본인 무라야마 지준은 그의 저서 '조선의 풍수'에서 '1929년 방문 했을 때 이주해온 집들이 100여 호에 달하고 신축 중인 집도 십여 호였다'고 밝히고 있다.

부귀영화의 꿈을 안고 있는 재산 털어 찾아왔던 명당, 하지만 큰 명당은 하늘이 낸다했다. 몇 년을 기다리다 더 버틸 여력이 없어 유랑민이 되어 쓸쓸히 돌아서야 했던 이들도 많았다고 적고 있다.


운조루는 지리산 노고단을 배산(背山)으로, 섬진강 큰물을 임수(臨水)로 하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세를 띤다. 뒤는 병풍을 둘러친 듯 산자락이 감싸고 있다. 형제봉이 뒤를 받치고, 그 뒤엔 노고단이 버티고 섰다. 동쪽의 청룡은 왕시루봉 능선이다.


안산은 다섯 개의 봉우리가 봉긋하게 솟았다. 오봉산이다. 그 뒤의 조산들은 오행의 형상을 띤다. 화산(火山)인 계족산(鷄足山)을 비롯, 그 앞으로 토, 금, 수, 목성형의 산들이 나란하다. 오행의 아름다운 상생이다. 이런 형태의 안·조산을 보기도 흔치않은 일이다. 계족산의 화기를 제압하기 위해 집 앞엔 연당(蓮塘)을 조성했다. 안산 앞의 섬진강은 오미리를 U자형으로 안고 흐른다.


금구몰니형의 거북이 나온 곳은 지금의 부엌이라 한다. 혈심이 부엌이란 얘기다. 이럴 땐 안방이 그 자리에 위치해야 한다. 하지만 안방엔 물이 없다. 불을 때면 화기만 충천할 뿐이다. 그래서 그 자리엔 부엌을 위치시켰다. 거북이 물속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한 배치다.


풍수에서 우선시하는 게 적선(積善)이다. 선을 쌓아야 좋은 땅을 얻고, 부귀를 이어간다고 본다. 운조루의 사랑채서 안채로 가는 공간에 나무로 만든 쌀독이 있다. 쌀독 아랫부분엔 조그만 구멍이 뚫려있고, 그 마개 위엔 타인능해(他人能解)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다른 사람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배고픈 이들이 와서 먹을 만큼 쌀을 가져가도록 한 것이다. 직접 쌀을 주면 자존심이 상할까 배려한 것이라 한다.


운조루엔 굴뚝도 땅위를 긴다. 높이가 1m 이쪽저쪽이다. 이것도 없는 이들을 배려한 흔적이다. 밥 짓는 연기가 멀리서 보이지 않도록 한 게 이유란다. 가진 자의 도리, 류씨 집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현장이다.


금구몰니형의 터에서 나온 돌거북, 류씨 집안의 가보로 내려온 그 거북은 안타깝게도 1980년대에 도둑이 들어 도난당했다고 한다.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있을 때 빛이 나는 법이다. 제자리가 아닌 곳에선 어색하고 재앙이 생긴다. 그 돌거북이 제3자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냥 돌멩이일 뿐이다. 하루속히 운조루의 품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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