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기축년(己丑年)이 저물어간다. 온 세상이 경제의 불황과 신종 플루에 허덕인 어려웠던 한 해였다. 그러나 이제 어려운 경제도 점차 풀릴 기미가 보이고, 신종 플루도 한풀 꺾인 듯하니, 모든 시름 떨치고 환한 밝은 마음으로 새해 경인년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가정적으로는 우리부부의 이사를 비롯하여 큰아들과 막내딸의 이사 등 다사다망(多事多忙)하였으나 어느 해보다 보람찬 한 해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계획했던 내 수필집 발간을 미룬 것 말고는 조약돌 같은 적은 소망의 구현들이 기뻤다. 그러나 팔순(八旬)의 이 해를 보내는 내 심사는 어느 해 보다도 허전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건강을 유지하며, 원대한 희망은 아닐지라도 조약돌 같은 꿈을 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설레고 기뻐할 수 있어서 좋다. 지난 한 해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조약돌 같은 우리 집 10대뉴스들을 간추려 마무리하려 한다.
1, 우리부부 전주 시내로 이사
우리부부가 생애 23번째 이사를 하였다. 시골이 좋아 찾아간 지 8년만이다. 제2의 고향처럼 정이 들어 눌러 살다 죽으리라 생각했으나, 연초에 아내가 특별한 증상도 없이 3일간이나 자리에 누웠었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큰며느리가 아무도 모르게 제 소유 아파트(23평)의 전세를 해약하고, 거금을 들여 깔끔히 리모델링까지 해 놓았다. 그런 뒤 우리부부에게 그 아파트로 이사를 하라고 권하여 힐 수 없이 길일이라는 3월 25일에 김제시 금구면 양석동에서 전주시 효자동 23평형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다. 시골의 넓은 단독주택에서 살다가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니 가구며 생활도구를 많이 버려야 했다. 손때 묻은 가구와 오랜 세월 정이 든 분재, 농기구 등을 다 버려야 했다. 그러나 작은 아파트지만, 우리부부만 살기에는 충분하고, 위치가 좋아 시장, 병원, 은행, 우체국 등이 가까이 있어 참으로 편리하다. 또한 어디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 좋다. 이제 다시 이사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알뜰살뜰 가꾸며 생애 마지막 보금자리로 여기고 만족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2, 나의 팔순연(八旬宴)
8월 23일 일요일을 택하여 산마루회관에서 대소가 식구들만 초청하여 간소하게 나의 팔순잔치를 치렀다. 당초에는 내 수필집 발간기념회와 함께 할 작정이였으나 수필집 발간의 연기로 팔순연도 그만두려고 했다. 그러나 자식들이 이구동성으로 우겨서 할아버지 손 50여명이 자리를 함께하여, 정담을 나누었다. 서울과 경기지역 등 원거리에서 와준 조카들에게 미안했지만 흐뭇한 하루였다.
3, 큰아들 이현승(李弦昇) 리젠시빌 34평 아파트로 이사
큰아들 이현승이 결혼한 뒤 15년간 살아온 현대 24평 아파트에서 같은 동네 리젠시빌 34평 아파트로 이사하였다. 베란다를 개조하여 34평보다 훨씬 넓어보였고, 남향으로 앞이 트여 전망이 좋아 이사를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언제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지나갈 우리 큰며느리가 오죽 알아서 하였으랴 싶어 안심이 되었다. 우리내외는 이사하는데 돕지도 못했고 이사하느라 고생했다고 금일봉을 주며 치하했을 뿐이다.
4, 막내딸 이주리(李周里) 화실 매입하여 이사
대지 540평 건평 30평의 화실을 구입하여 9월 17일 이사를 하였다. 그동안 전주시 동산동 정암(井岩)마을에서 큰 화실을 임대하여 연 300만 원의 전세비를 물어왔던 막내딸 이주리(李周里)가 김제시 금산면 삼봉리 (金堤市金山面三峯里)에 화실을 마련한 것이다. 전주에서 거리가 좀 있기는 하나 산 아래 시골이고, 주위 풍치가 좋아 잘 가꾼다면 좋은 화실이 될 것 으로 기대한다.
5, 막내딸 이주리의 여섯 번째 개인전시회
막내딸 이주리가 9월 3일부터 10월 7일까지 35일간 ‘Grayish-살다’의 테마로 공유갤러리에서 여섯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세상에 던저진 군상의 본질을 담고 싶었다는 그림에 대하여, 몸부림치듯 엉킨 몸을 그려온 작가의 화폭은 역풍적인 생명력이 살아있다는 평이었다.
6, 아내 이정순 여사(李貞順) 75회 생일
아내 이정순(李貞順)여사의 75회 생일인 11월 10일(음9월24일)은 큰아들 집에서 며느리가 마련한 성찬(盛饌)으로 생일잔치를 가졌다. 큰아들의 새집에서 온 식구들이 모여 성찬을 즐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였다. 오늘의 주인공인 아내도 흡족해 하였고, 나도 매우 흐뭇했다.
7, 막내딸 이주리 전북작가위상전에 선정
막내딸 이주리 작픔(서양화)이 제13회 전북작가위상전에 선정되어 전주화방이 지원하는 3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또한 선정된 작픔은 11월 13일부터 19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전시되었다.
8 막내딸 이주리 작픔 청년작가전에 선정
주리의 작픔(서양화)이 우진문화재단의 청년작가초대전 전시작품으로 선정되어, 2주간 우진문화공간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내년 1월 22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제7차 우진해외미술기행에도 초대될 예정이다.
9, 손녀 이채원(李采源) 제주도 수학여행
전주교대 부속초등학교 6학년인 손녀 이채원(李采源)이가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에서 만든 맛있는 초코렛을 할아버지 선물로 사온 손녀는 이번 제주도 수학여행에서는 말을 타 본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며, 제법 구경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 주었다. 항상 기가 팔팔하고, 개성이 강하다며 며느리는 걱정을 하지만, 그 기를 꺾지 말라는 것이 나의 주문이다. 새해에 중학생이 되면, 차차 더 정숙해지리라 믿는다.
10, 20년 만에 연하장(年賀狀)을 보내다
철새처럼 계절에 따라 새둥지를 찾아 살아온 지난날들, 수없이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 가운데 오늘의 내가 있도록 해주신 분들과의 만남, 그리고 텃새로 둥지를 틀게 하신 분들과의 만남, 그것은 잊어서는 아니될 인격과 인격끼리의 실존적 만남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동안 20여 년간이나 안위조차 모른 채 무심하게 지나왔다. 이제 나도 텃새로 보금자리에 정착한 오늘, 다시 뒤돌아보며 이분들께 경건한 마음으로 연하장을 보냈다. 어쩌면 벌써 피안의 언덕에서 웃음 짓는 분도 계시리라. 그러나 바람에 부치는 연하장이면 어떠랴. 참된 마음으로 홍복을 기원하는 나의 진심이 허공에 메아리친다 해도 조그만 인사라도 한 것 같은 나의 홀가분한 마음을 어디서 찾겠는가.
송구영신(送舊迎新)!
감사한 마음으로 묵은해를 보내고, 희망찬 밝은 마음으로 새해를 마중해야겠다. 그리고 나의 소원도 두 손 모으고 기도하리라. '새해에는 모든 경제적 어려움이 말끔히 가시고, 희망에 부푼 생동적이고 활기찬 젊은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시고, 우리 집에는 온 식구들이 항상 건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2010년 새해에는 내가 지나간 일에 매달리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일에 근심하지 아니하며, 오직 오늘에만 전념하게 하소서. 그리고 영원히 살 것 같이 꿈을 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가게 하소서!'라고 기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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