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라 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성경에도 하느님은 그 사람이 견딜만한 고통만 주신다는 구절이 있다. 내 나이 서른셋을 기억하자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많이 아팠던 한 해였다고 회상할 것 같다. 돌이켜 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져 누워있느라 그 기쁨을 다 만끽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경험으로 건강의 소중함을 알았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통의 시간도 내게 삶의 지혜를 주려는 것으로 여기고, 많은 교훈을 얻었다. 한 해를 보내면서 2009년의 우리 집 10대 뉴스를 뽑아 본다.
1. 종합문예지 ‘대한문학’으로 등단
수필을 공부한지 2년이 되는 시점에서 종합문예지 ‘대한문학’으로 등단했다. ‘수필가’ 라는 자격증을 가지고 열심히 글을 쓰리라 결심했다. 그동안 내가 쓴 글 편수는 65편정도 된다. 내년엔 100편을 채우리라 생각하고 있으나 잘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2009년 11월 14일 서울시 성북동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남편과 언니, 아빠가 시상식에 참석해 축하해 주었고, 교수님과 문우님들의 축하를 받았다. 무시무시한 교통체증을 무시하고 간결과 시상식에 늦어 맨 마지막에 따로 상을 받아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뻤다.
2. 군산에서 전주로 이사
전주시 완산구 서서학동에서 태어나 29살까지 살았던 나는 남편 정상문을 따라 군산으로 가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남편의 직장이 그곳에 있고, 다른 곳에서 새 삶을 살고 싶다는 기대로 3년을 군산에서 살았다. 그러나 2009년 6월 다시 전주로 이사를 했다. 군산에서의 생활도 좋았지만 다시 그곳으로 가고픈 생각은 없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그곳은 너무 춥고 날씨가 좋지 않았다. 남편의 양보로 내가 다시 엄마 곁으로 이사를 올 수 있었다.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곳에 마침 알맞은 아파트가 생겨 이사를 했다. 24평에서 32평으로 넓이를 늘여 드디어 내 집을 장만했다. 계획대로 빚을 지지 않고 이사해서 참 좋았다. 군산에서의 생활을 쓴 ‘군산에 살아야 하는 이유’ ‘4월 이야기’ ‘이사 가는 날’ 등이 책에 실렸다.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정이 들었는지 가끔 궁금하기도 하다. 봄이 되면 벚꽃 구경을 하러 은파 유원지에 가서, ‘화이트 뮤즈’에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먹을 계획을 하고 있다. 아무튼 지금은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니 생활이 즐겁다. 단점이라면 남편의 출퇴근이 힘들고, 반찬 만드는 법을 다 잊어버렸다는 점이다. 성당도 옮겼다. 내가 ‘마리 아네스’ 라는 이름을 얻고, 영세를 받았던 서학동 성당으로 되돌아왔다.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가 된 기분이다. 군산에 있으면서 성당을 그리 열심히 다니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처음으로 되돌아오니 엄마 품으로 돌아온 듯하다. 성당 생활도 잘 해야겠다.
3. 건강 검진 받다
그동안 건강에 자만하던 나는, 결혼생활을 하며 너무 자유를 누린 나머지 먹기 싫어 안 먹고 잠자기 싫어 안 잔 결과로 몸에 무리가 생기고 말았다. 딱히 병명이 없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종합건강진단을 다 받았다. 결과는 정상. 그것도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 뒤에도 너무 아파서 한의원이며 안 가본 병원이 없고 친해진 의사와 간호사들이 생겨 ‘대한문학’ 책을 선물하기까지 했다. 그분들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10월부터 몸이 좋아졌다. 가족, 친구들이 보약을 끊이지 않고 지어주고, 장어 달인 물 등 보양식을 먹은 결과 체중이 다시 불었다. 예전엔 반절도 못 먹던 밥이 이제 꿀맛 같다.
4. 큰언니 최상희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 책 발간
기자생활을 하던 큰언니가 사진 기술과 글 솜씨를 발휘하여 제주도 여행기를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동생이 제주도에 휴가를 갔는데 사람들이 언니 책을 가지고 여행을 다녀서 기분이 묘했다고 한다. 언니는 제주도 여행기의 성공에 힘입어 곧 강원도와 전라도 여행을 안내하는 책을 곧 출간할 예정이다.
5. 라식수술을 받다
내가 눈이 나빠진 건 고등학교 때부터이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다보니 시력이 나빠졌다. 콘텍트렌즈와 안경으로 10여 년을 보내다가 결심하고 라식수술을 받았다. 이젠 렌즈와 안경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다. 아직 회복기라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기분으로 눈이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6. 둘째언니 최진아 셋째아들 박건민 출산, 장남 박승빈 초등학교 입학
둘째언니가 7월에 셋째아들 박건민을 낳았다. 건민이 태몽 에피소드는 ‘복숭아를 닮은 아이’라는 내 수필에 나와 있다. 너무 귀엽고 건강한 아가다. 앞으로 내게 어떤 즐거움을 줄 조카일까 기대가 된다. 한편, 나의 첫 조카인 박승빈은 전남 영광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많이들 걱정했지만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 언니의 둘째딸 박아인은 내년에 원광어린이집에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
7. 남편 정상문 신차 ‘프리마’ 출시
남편 정상문은 자동차 설계사다. 군산대우자동차 샤시설계팀에서 일한다. 내게는 외계어 같은 용어를 쓰면서 컴퓨터로 자동차 도면을 그린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 같다. 난 신차를 보며, 기존의 트럭과 달라진 점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텔레비전 뉴스에서 ‘프리마’ 출시를 보도하는 것을 보며 왠지 남편이 자랑스러워 30초간 눈물을 흘렀다. 하지만 날 그토록 밤늦게 혼자 놔두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생각하면 좀 밉기도 하다. 그러나 오랜 노력의 결과물이니 남편에게 수고했다고 격려와 칭찬을 하고 싶다.
8. 동생 최민 ‘생각쟁이’로 옮김
어린이 과학 잡지 ‘과학 쟁이’의 기자로 있던 동생이 최근 논술중심인 ‘생각 쟁이’로 옮기게 됐다고 한다. 동생은 이제 후배가 생긴다고 좋아한다. 동생은 고등학교 시절 교복 모델 제의를 받을 만큼 예쁘고, 유니세프를 통한 아프리카 난민 돕기를 하여 몇 명의 아프리카 자녀를 두고 있을 정도로 착하다. 그런 동생이 내년에는 꼭 좋은 짝을 만나 행복해 졌으면 좋겠다.
9.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수요반에 동생이 생기다
사실, 그리 어린 나이도 아니면서(난 다른 모임에선 나이가 가장 많아 큰언니라 불린다.) 수필반의 막내여서 좋기도 했지만 막내다운 구석이 없어 ‘막내’라는 이름이 왠지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차에 내게 두 살 어린 동생이 생겼다. 그녀의 이름은 ‘김미연’. 아주 착하고 좋은 후배다. 계속 같이 공부했으면 했는데 다시 고향 인천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자주 만날 순 없겠지만 가끔 만나고, 늘 서로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10. 행촌수필문학회 가입, 편집위원이 되다
‘행촌수필문학회’에 가입하고, 편집위원을 맡아 동인지 15호 16호 등 2권의 행촌수필을 발간했다. 내가 별로 한 건 없지만, 2009년에 발간된 행촌수필은 더 애정이 갈 것 같다.
2009년에는 우리 집 10대 뉴스에 적을 일들이 작년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작년 10대 뉴스의 제목은 ‘도전으로 행복했던 한 해’였는데, 이번엔 도전조차 잘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하겠다며 새 노트북을 마련했다. 이 노트북 속에 어떤 글들을 쓰게 될까? 아무튼 초심의 열정을 잃지 않고, 계속 정진할 것이다. 이번이 내 건강과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돌아보고 많은 교훈을 얻었던 해였다기에 감사하게 여기고, 2010년 새해에는 더욱더 행복하고 풍성한 결실을 거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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