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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전성권
ㆍ작성일	2010-07-28 (수)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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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무제無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성권

치열한 경쟁사회가 도래해서일까, 아니면 잔혹한 장면 등이 일반화된 인터넷 게임이나 영화 등이 보편화 되어서일까. 생명을 너무 경시하는 것 같고 삶의 모든 잣대가 인간중심에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람이건 동식물은 이 세상의 같은 임차인으로서 서로 아끼며 상생해야 할 텐데 유독 인간들만이 주인행세를 하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지난 가을 어느날 이른 아침, 출근하여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을 때였다. ‘쿵’ 하는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가 보니 제법 큰 새 한 마리가 사무실 앞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생각해보니 유리창을 의식하지 못하고 부딪친 것이었다. 순간 웃음도 나오고 그 새가 너무 애처롭기도 했다. 순간 나는 사무실로 안고 들어와 회의탁자에 신문을 깔고 입을 벌려 물을 주었다. 그 순간 죽은 줄만 알았던 새는 눈을 떴다. 곰곰 생각한 뒤 근처 산으로 가서 덤불속에 놓아 주고 한참 지켜보니 그 새가 퍼덕거리며 힘겹게 날아가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사무실 앞 유리창 일부를 썬팅하고 LED를 설치하여 새에게 자그마한 경고를 하였다.

최근에 김제하소백련지에 가던 길에 생명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은 사건을 하나 겪었다. 대야를 지나 잘 뚫린 2차선 지방도를 달리다 보니 새 두 마리가 급한 날갯짓을 하며 도로를 뛰다시피 횡단하였다. 암수가 교태를 부린다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조수석에 타고 있던 지인께서는 급한 목소리로 차를 세우라고 소리치셨다. 새가 반대편 차선을 달리던 차에 치였고 크게 다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오가는 차가 드문 터라 급정거를 하자 지인께서는 차에서 낼 백여 미터를 달리기 시작하였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급히 후진을 하여 차에서 내렸다. 지인께서는 한참 두리번거리더니 기필코 새를 찾아 가슴에 안고 눈물을 머금으며 죽을 것 같다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무슨 새냐고 묻자 암꿩이란다. 어디라도 데려가서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나는 차에서 생수를 가져다 새 주둥이에 물을 주며 숲 속에 놓아주라 했다. 순간 퍼덕이는 것을 보니 목숨은 붙어 있고 크게 쇼크를 받은 것 같았다. 자연에 놓아두면 자연 치유된다는 경험이 있어서였다. 아마 그 암꿩은 기력을 회복하고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으로 가서 어디선가 수꿩과 사랑을 속삭이며 맑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것이다. 설령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누군가가 따스한 체온을 나누며 안타깝게 가는 길을 지켜 보아주고 주검도 도로에 방치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편 차선의 운전자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만 꿩을 치고 난 뒤 브레이크를 한 번쯤만 밟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야생동물출현구역’이란 안내표지판을 자주 본다. 물론 네비게이션에서도 조심하라는 안내가 나온다. 그런데도 도로를 횡단하거나 도로에 나와 돌아갈 길을 못 찾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차에 치고만 동물들의 방치된 주검을 흔히 볼 수 있다. 부주의한 운전 때문일까? 이는 야생동물들이 지나다니고 편히 쉬어야 할 자리에 사람들이 도로를 만들었으면 그 자리의 원 주인들이 편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적절한 조치를 마련해 주지 않은 탓이다. 설령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먼저 본 사람들이 주검을 치우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해 주면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었을 텐데 싶다. 자연과 동물,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고, 그들에게 항상 은혜만 입고 산다. 그런데 그들을 배려하는 우리네 생각과 행동이 모자라다. 그러고도 우리는 무어라 변명할 것인가.

(20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