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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전성권
ㆍ작성일	2010-07-19 (월)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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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칭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성권

대학마다 평생교육원이 있다는 것은 올해 초에 알게 되었다. 봄 학기 시작 무렵에 군산대학교에서 무언가 수강해 볼까하고 잠깐 동안 고민했지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여름방학 특강을 수강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목요일 저녁이 기대된다. 매주 목요일이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에 공부하러 가기 때문이다. 근 20여년을 학교에 다녔고, 또 20년을 회사에 다녔지만 요즘처럼 새로운 한 주가 기대되기는 처음이다.

근원적으로는 수필에 대한 이해 및 창작기법 등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배운다는 기쁨이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가고 싶었던 길의 공식적인 출발선을 넘어섰다는 기쁨과, 나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까지도 계속 이어질 것 같은 칭찬하기 시간이 있어서다.칭찬이란 단어는 첫 시간부터 나를 혼란스럽게 하더니 결국 세 번째 강의시간엔 나에게 커다란 숙제를 던져 주고야 말았다.

첫 강의시간이었다. 1주 늦게야 어렵게 수강허가를 받았기에 기쁜 마음에 강의시간보다 약간 일찍 입실하여 설렌 마음을 억누르며 앉아 있었다. 이윽고 교수님께서 들어오시고는 간단한 인사 후 한 명씩 이름을 호명하며 칭찬을 하라고 하셨다. 다들 익숙하게 주변 분들을 칭찬했다. 하지만 그 분들 말씀이 내 귀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사실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지천명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은 일이기에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자 얼굴이 빨개짐을 느끼며 나를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부족하나마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강의시간은 불가피한 일이 생겨서 약간 늦게 입실했는데 여지없이 칭찬하기 시간으로 시작되었나 보다. 입실했을 땐 마지막 수강생이 누군가를 칭찬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수강생들에게 늦어서 죄송하다는 무언의 인사를 하고 뒷좌석에 앉으려 하자 선생님께서는 내 이름을 호명하시며 앞줄에 앉으라 하셨다. 일부러 늦은 것은 아니지만 칭찬하기 시간을 무사히 넘겼구나 생각하는 순간 선생님께서는 내 이름을 호명하시며 칭찬할 분 있으면 칭찬을 하라고 하셨다. 순간 머릿속이 텅 빔을 느꼈다. 칭찬하기 시간이 끝나지 않았냐는 태도로 퉁명스럽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라고 했다. 참으로 내 자신이 한심했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사람이 아닐지라도 매일 있는 자리에서 누구도 탓하지 않으며 맑은 공기를 생산하고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도 있고, 사람들에게 예쁜 생각을 갖도록 해주고 세상을 아름답게 해주는 꽃들이 있지 않은가! 사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세상만물이 모두 칭찬의 대상인데 말이다.

세 번째 강의시간에는 나를 아주 곤란하게 만들고 깊이 반성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출발했지만 잠깐 짬을 내어 덕진공원의 연꽃과 음악분수를 사진으로 담다보니 약간 늦었다. 서둘러 출발했지만 그날도 제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입실하자 다행히도 칭찬시간이었다. 월요일부터 칭찬시간을 염두에 두고 몇 번의 생각을 정리했기에 당당히 출입구 앞줄에 앉았다. 선생님과 수강생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담아 인사드리고 착석하자마자 큰 숙제를 안고야 말았다. 가운데 줄 앞쪽에 앉은 수강생께서 나를 한 번 보시고는 나를 칭찬하지 않는가! 내 이름을 호명하시며 나를 칭찬하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내가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무슨 말씀일까 귀를 쫑긋하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했다. 수필을 수강한 지 불과 몇 번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생님 블로그에 글이 올라와 있고 잘 쓴다는 말씀이었다. 글을 제대로 써 보아야겠다고 뒤늦게 학교에 나온 나에겐 과찬이라 생각되었지만 왠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고마웠다. 그날 수업이 그리도 즐겁고 짧게만 느껴졌던 것이 그 칭찬 때문이었다.

기업체 필독서 중‘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있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 칭찬이 무엇이기에 말 못하는 고래를 춤추게 만들까!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요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에게 칭찬을 하면 그 결과는 자명하지 않은가! 누구나 칭찬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남의 말을 마구 하며, 험담도 하지만 칭찬에는 인색한 것 같다.

더욱이 칭찬이 사전에 뭐라고 기술되어 있고 그 효과가 무엇이며 어떻게 칭찬해야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칭찬(稱讚)과 관련하여 많은 옛 문헌이 있고 근래에는 칭찬학이라는 별도의 학문으로까지 발전할 정도로 다양하고도 깊은 연구와 그 실천학에 대한 지침 및 방법, 학술세미나 기업 및 사회교육 등이 활발하다. 칭찬의 사전적 의미는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함. 또는 그런 말이다. 비슷한 말로 찬칭(讚稱), 칭미(稱美), 칭양(稱揚), 칭예(稱譽) 등이 있다.

로마시대의 정치가요 철학자였던 시세로(Marcus T. Cicero)는 “우리들은 누구나 다‘칭찬'이라는 사랑스러운 말을 들음으로써 무엇인가를 할 마음이 우러나게 된다."고 하였고, 미국의 소설가 마아크 트윈(Mark Twain)은 “칭찬 한마디 듣는 걸로 나는 두 달을 살 수 있다."고 하였다. 칭찬이란 본질적으로 누군가를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것으로서 칭찬을 듣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다. 미국 글렌토브 & 어소시에츠 회사의 조사에 의하면 태도변화를 일으키고 사기를 진작시키며 자신감을 갖도록 함으로써 타인을 성장시키는 힘이 있단다. 교육학에서 칭찬을 하면 할수록 더욱 더 잘하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피그말리온효(Pygmalion Effect)라고 한다. 부모는 칭찬과 칭찬으로 아이를 조각하고, 선생님은 학생들을 조각하는 피그말리온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교육학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교육방법이 없다고 한다.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동물훈련방법도 대부분 칭찬방법을 활용한다. 시키는 대로 했을 때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주며 급기야는 보상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주는 방법 말이다.

그렇다면 칭찬은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의 단점을 먼저 보지 말고 의식적으로라도 그 사람의 장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구체적으로 칭찬해야 한다. 그러나 칭찬을 할 때에도 이것만은 주의해야 한다. 매사에 칭찬만 한다거나 칭찬 후에 비난하거나 결점을 칭찬하거나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칭찬을 해서는 안 된다. 잘못하면 아니하는 것 만 못하기 때문이다.

고려 광종(光宗:재위 949∼975) 때 균여대사(均如大師)가 지은 십구체 향가인 '칭찬여래가'는 석가여래를 칭찬하기 위한 노래이다. 칭찬여래란 바로 여래의 공덕을 한없이 칭찬하듯 중생을 여래를 보는 것처럼 서로를 아끼고 칭찬하며 항상 밝은 말로 상대를 기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와중에 고해를 같이 건너가는 도반이 되는 것이다. 칭찬여래를 사회생활과 자연에 그대로 적용하면 칭찬을 함으로써 모두가 같이 살아가는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세상을 만드는 동반자가 될 것이란 확신이 든다. 칭찬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킬 정도로 힘이 있다면 우리 모두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칭찬에 몰입해 봄직하지 않은가! 누군가를 칭찬하면 메아리가 되어 나를 칭찬할 것이고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자연을 칭찬하면 그 자연은 우리에게 그 칭찬에 대한 보답을 할 것이다. 타인의 단점이나 과실을 말할 때처럼 누군가를 칭찬할 때도 신이 나는 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20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