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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노점례
ㆍ작성일	2010-11-11 (목)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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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교훈
김치의 교훈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노점례

이상기온현상 때문에 배추가 금추가 된 한 해였다. 생각해 보면 4인 가족 한 끼 외식 값과 비교하면 어림도 없는 수치지만 농산물은 당연히 싸야 된다는 고정관념 탓으로 사람들이 금치 아우성을 치게 하고 생활의 고단함을 하소연하도록 한 듯싶다.

어머니가 김장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여느 해와는 달리 조금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쪽같은 휴일에 꼬박 하루 동안 김치를 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미리부터 온몸에 기운이 빠지면서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도 당신들 생전에 한 번이라도 더 김치를 담가 주신다니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나 싶어 김치 통을 들고 달려갔다.

소복이 쌓여있는 배추들과 맛깔스런 양념이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니 잔칫집 같아 좋았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배추들을 단장하는 동안 나는 주방에서 마음이 후덕한 아가씨와 함께 보쌈 준비에 정성을 다했다.

김장하는 날 새참으로는 무엇보다도 보쌈이 제일인 까닭이다. 보쌈이 얼마만큼의 미각을 만족케 하느냐에 따라서 김치 맛에도 가산점이 붙는다. 그렇지만 나는 김치 맛을 돋보이게 할 만큼 보쌈을 담백하게 요리할 자신이 없었다. 사실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손아래 사람이라는 이유로 언제나 형님과 어머니께서 해 주신 것만 먹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형님의 반란으로 인하여 일꾼들의 새참과 점심을 떠맡게 되고 말았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때운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면 되려니 싶어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물론 거기에는 나의 이해타산도 들어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나름대로 도리를 다한다는 생색도 내고 1년 동안 맛있게 먹을 김치를 몽땅 가져올 수 있으니 하루 품삯 치고는 과분한 대가라는 것을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던 터였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아가씨가 주방장이 되고 나는 주방보조원이 되어 나름대로 곁눈질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보쌈 삶아내는 데 주력하였다. 먼저 적당한 양의 물에 된장을 푼 다음 두 스푼가량의 소주와 양파, 마늘, 대파, 커피, 녹차 잎, 생강을 넣고 물을 우려내었다. 다음으로 보쌈용 부위를 넣어 익을 때까지 끓인 뒤 먹음직한 크기로 썰어서 접시에 예쁘게 담아냈다.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거기에다 아가씨표 지리산 막걸리까지 곁들이니 더욱 푸짐하였다.

전혀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는 아가씨표 지리산 막걸리만은 조금 마실 수 있어 좋았다. 단감으로 유명한 구례에 사는 아가씨는 친정에 올 때마다 지리산 부근의 쌀 막걸리를 두서너 병씩 사가지고 온다. 그래서 가족들은 그 막걸리를 아가씨표 지리산 막걸리라고 부른다.

김치를 담그는 일과 보쌈을 맛있게 삶아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재료와 정성이 결합되어 각각의 독특한 맛을 완성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색깔들이 모여 하나의 무지개를 형성하듯이 우리 인간도 잘 어우러져야 인생의 참맛이 우러나지 않을까 싶다.

매스미디어에서 연일 이어지는 검찰과 국회의 팽팽한 대립과 치열한 공방전을 볼 때면 무척이나 씁쓸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배추가 다섯 번 죽어 김치가 되고 그 김치가 밥상에 오르는 법이다. 김치는 여러 가지 양념과 사람들의 정성이 혼합되어 김치 독특한 제 맛을 낸다. 또 보쌈용 돼지부위가 자신의 특성과 다른 특성이 융합하여 맛깔스럽고 담백한 맛을 내는 것과 같이 목소리를 낮추고 조금씩 양보하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우리네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김치처럼 검찰과 국회가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서 살맛나는 정치를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치와 보쌈의 조화로운 맛처럼 말이다.

(20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