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하면 으레 덴마크가 1위를 차지한다. 대서양을 휩쓸던 바이킹족의 후예로서 그들에겐 북구제국을 힘으로 제압했던 황금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1864년 프로시아,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참패하여, 국토는 황폐해지고 민생은 가난하며 국민은 절망에 빠졌었다.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는 기치 아래, 민족자력갱생의 횃불을 든 선각자 구룬트비히의 지도 아래 기적적으로 부강한 새 터전을 이루었었다. 그렇다고 과연 세계 제1의 행복한 나라일까?
이웃나라인 스웨덴보다는 나라도 작고, 인구도 적다,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힘을 쓰는 나라도 아니다. 물가는 비싸고, 젊은이들은 외식 한 번 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월급의 절반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겨울에는 해가 짧아서 오후 3시 반만 되면 어둑어둑해지는 나라다. 그나마 낮에도 우중충한 날씨가 일주일에 5-6일은 된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행복하다는 건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이런 궁금증을 풀고자 중앙일보 한 기자는 설문지와 방문 등을 통해서 조사하였는데, 가장 큰 이유는 거의 모든 응답자가 행복의 비결로 꼽은 것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분위기였다는 것이다.
대학생 A는 “어릴 때 집과 학교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남을 존중하고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면서 “내가 그렇듯이 남도 나를 존중하고 내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사는 게 즐겁다.”고 했다. 또한 샐러리맨은 “남을 존중하는 것은 부정이나 불법으로 부당한 이득을 보지 않는 것과도 통한다. 그래서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단단히 신뢰의 고리가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한 파트타임 노동자도 타인에 대한 존중을 첫째로 꼽았다고 한다. 덴마크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의 바탕에는 평등과 신뢰가 깔려있다. 다들 비슷하게 벌고 소비하면서 범죄걱정 없이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문지와 질문의 답변에서 알 수 있듯이 덴마크사람들은 하나같이 행복을 그들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을 알 수 있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을 배워라.”고한 영국의 시인 프라울의 말이 새롭다. 참으로 행복의 비결을 간명하고 명쾌하게 간파한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우리는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행복도 불행도 인간 상호간의 관계 속에서 생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인관계다.
하버드대학에서 성인발달연구에 42년을 바친 조지 배일런트 교수는 연구를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실토하고 있다.
또한 칸트는 인간에 있어서 목적이자 의무가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완전성과 타인의 행복이다’라 말하고, 행복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을 누릴만한 훌륭한 인간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덴마크인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의 완전성과 타인의 행복을 그들의 목적이자 동시에 행복이라고 간주하고, 그러한 목표를 향하여 매진한 결과, 오늘의 행복한 나라를 이룬 것이다.
지위고하 관계없이 어느 분야 어느 위치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다른 사람들의 배려와 존중 속에서 안심하고 자부심을 갖고 충실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덴마크가 아닐까.
인적 드문 산골에서 맹수들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일 무섭다는 우리나라, 행복한 나라를 원하는 우리 모두에게 덴마크는 타산지석이 아닐까.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을 배워라!”, 프라울 시인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2010.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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