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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서상옥
ㆍ작성일	2010-11-07 (일)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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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나는 백제
다시 살아나는 백제

-백제문화단지 탐방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서상옥

여행을 떠날 때는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차창너머로 가을빛이 곱게 물들어가고 청명한 하늘이 유난히도 높고 푸르다. 올해도 덕진노인복지관이 주관하는 가을 나들이로 백제의 옛 도읍지 사비성을 찾았다. 지난 9월17일에 개관하여 1개월간 세계적인 대백제문화축제가 열렸던 역사박물관이다.

700년의 세월동안 찬란한 문화가 묻혀 있던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자랑하는 축제였다.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총 17년 6,000여일을 100만평에 달하는 대지에 6,904억원을 투자하였다고 한다. 백제의 왕궁인 사비궁과 대표적인 사찰 능사, 생활문화마을, 개국 초기의 위례성, 고분공원 등 백제의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백제사전문박물관이다.

경내에는 한국전통문화학교와 롯데부여리조트가 위치하여 역사체험은 물론 산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1400년이란 오랜 역사와 함께 이 땅에 잠들어 있던 백제의 문화유산을 재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대 동방문화의 중심으로서 그 옛날 삼국문화의 축을 이루었던 백제문화가 다시 꽃을 피워 살아나는 듯싶다. 그야말로 광대하고 웅장한 규모가 서구 유럽 역사를 빛내 주는 성전이나 궁궐을 무색케 한다.

우리일행은 제3관광코스를 선택하였다. 먼저 정양문(正陽門)을 통과하여 사비궁(泗비宮)과 능사(陵寺)를 거쳐 제향루에 올라 생활문화공간을 관찰하고 백제역사문화관을 관람하기로 하였다.

사비궁은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왕궁 중 최초로 재현한 궁전이다. 천정전(天政殿)을 중심으로 회랑에 싸인 14개 동의 건물로 되어있다. 고대왕궁의 배치형식은 3개 공간으로 구획 되어 있다. 앞쪽에는 신하들의 공간인 외조(外朝), 중앙에는 임금이 정무를 보는 치조(治朝), 뒤에는 왕의 처소와 왕비가 있는 연조(燕朝)가 배치되는 삼조제도(三朝制度)를 기본형식으로 한다. 현재는 제한된 장소 관계로 임금의 공간인 치조 부분만 재현하였다. 위풍당당한 천정전 앞에 문무백관이 시립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마당에 깔려 있는 벽돌에는 용, 인동초, 연꽃문양이 정성스럽게 부조되어 있다. 마치 백제의 26대 성왕이 이곳으로 천도할 때의 꿈이 재현되는 것 같다. 사비성의 모든 건물은 고대방식을 따랐는데 시대를 앞서가는 건축물이다.

능사(陵寺)는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한 백제 왕실의 사찰이다. 부여읍 능사리에 자리했던 사찰로 능산리사지(陵山里寺址)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다. 능사와 함께 세워진 5층 목탑은 서기 566년에 사리를 봉안하고 건축되었던 사찰인데 그 높이가 38m에 이른다. 이 장엄하고 정묘한 예술적인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이다. 그 오묘한 작품성이 옛날 찬란했던 백제의 신비로운 이야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이곳 능사에서는 국보 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와 국보 288호인 '창왕명석조사리감'이 발굴되었다. 역시 백제문화의 최고 상징이기도 하다.

백제 건국 초기에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조성한 위례성(慰禮城)은 한성시기의 궁성으로 백제도성의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주변에 생활문화마을과 사비시대의 묘제인 석실분을 이전 복원한 고분공원이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일정에 따라 백제역사문화관을 들렀다. 이 문화관은 유물중심의 전시에서 탈피하여 첨단영상기법과 전시매체를 활용하여 백제문화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도록 되어있다. 명실공이 백제문물을 다루는 전문적인 역사문화관이다. 백제의 역사는 도읍의 변천에 따라 온조왕이 하남위례성에 도읍한 한성시대, 문주왕이 공주로 도읍을 옮긴 웅진시대, 그리고 성왕 때 부여로 천도한 사비시대로 나눈다.

한성시대(漢城時代)는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기원전 18년에 오늘날의 서울지역에 도읍을 정하고 백제를 건국하여 공주로 천도한 475년까지를 말한다. 한강유역 여러 소국을 거느리는 연맹왕국이었다. 3세기에 고이왕이 중앙 행정조직을 정비하고 고대국가로 발전시켰다. 근초고왕때는 백제의 가장 전성기로 관등체계를 확립하고 백제초기의 역사를 정리한 서기(書記)를 편찬했다. 찬연한 백제의 역사는 이렇게 열렸다.

웅진시대(熊津時代)는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으로 서울이 함락되자 웅진성으로 천도하여 국가를 재건하였다,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경제적 기반을 안정시켜 무령왕때까지 다시 강대국으로 번성하였다. 이러한 토대 위에 26대 성왕은 백제의 중흥을 위해 사비로 도읍을 옮겨 사비시대가 열렸다.

사비시대는(泗비時代) 538년(성왕16년) 사비로 도읍을 옮긴 이후부터 백제가 망한 660년(의자왕20년)까지를 말한다. 사비 천도 이후 중앙 관료조직을 정비하고 지방통치조직도 강화하여 국력을 신장시켰다. 그러나 나당 연합군의 공격으로 멸망하였다. 비록 백제는 멸망하였지만 찬란한 백제문화는 신라·일본 등으로 이어져 고대문화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부소산에 오르니 백제의 옛 성터 반월성이 반겨준다. 초등학교 시절에 수학여행을 하면서 불렀던 노래가 떠오른다. ‘부소산 얼굴은 아름답고/ 우는 새 소리도 즐겁구나/ 성터는 지금도 반월이란/ 이름과 한 가지 남아 있다.’

황포 돛단배가 유유히 흘러가는 백마강에 삼천궁녀의 애절한 통곡 소리가 고란사의 종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듯하다. 역사는 말이 없다. 그래도 계백장군의 충혼과 백제의 문화는 살아 숨 쉬고 있는 게 아닌가? 백제의 후예가 되어 선인들의 얼을 그려본 나들이였다.

(201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