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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재환
ㆍ작성일	2009-12-25 (금)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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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우리 집 10대 뉴스
시련이 끝나지 않은 한 해
-4342년(2009) 대일원 10대 뉴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김재환

워낭소리를 울리며 친근하게 다가왔던 소띠 기축년을 이제는 보내야한다. 날카로운 눈빛이 범상치 않은 호랑이해, 경인년을 맞을 준비를 한다. 늘 이맘때면 가는 해를 아쉬워하며 미련과 섭섭한 마음으로 보낸다. 오는 해에는 지난 세월보다 더 나아지겠지, 막연한 기대 속에 설렘으로 맞는다. 지난해 이맘때 우리 집 10대 뉴스 <안개 속 미로에서 쉰아홉 고비를 넘으며>를 쓰며, 처절한 쓰라림에 눈시울을 붉힌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작년 이맘때의 야무진 각오는 불의의 암초에 부딪쳐 좌초되어 버렸다. 동생들 일 뒤처리만 하다 좋은 글 한 편 못 쓰고 한 해를 허무하게 보내버렸다.

1. 넷째 동생 재황과 영원한 이별

지난 해 봄날 어머니를 여의고, 무자년 끝자락에 셋째 동생내외를 저 세상으로 보냈다. 참 으로 힘들었다. 퇴직 1년차의 시련치고는 혹독한 엄동설한이었다.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 겨울의 끄트머리인 2월 25일, 서울에서 폴~라 화장품 회사를 경영하던 넷째동생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이승을 떠났다. 제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3남매를 남겨 둔 채, 오십을 못 넘기고 싸늘한 겨울바람 속으로 홀연히 가버렸다. 고환율과 고금리에 의한 자금압박, 불경기로 인한 미수금의 회수불능사태 등으로 힘겨워 하더니만, 쇼크사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회사 파산절차와 뒷마무리가 만년휴가를 즐기는 제 큰형인 나를 잠시도 놔주지 않았다. 전생에 무슨 업보가 이리 크기에 살아서도 학교와 금전관계, 죽어선 제 식솔들까지 돌보도록 맡기니 인생은 끝없는 시련의 가시밭길인가 보다.

2. 격월간《수필과 비평》에서 <할미꽃>으로 신인상 수상

지난해 12월 수필 세 편을 응모하였다. 어린 시절의 아린 추억을 할미꽃을 소재로, 할머니와 외할머니를 대비 형상화한 <할미꽃>이 《수필과 비평》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지난해 4월 하순 뜨락에 핀 할미꽃을 보며 쓴 서정적인 작품이다. 1월 30일 전주관광호텔에서 <2009 수필과 비평 신곡 문학상 신인상 시상식>이 있었다. 99회 신인상을 수상케 되어 문단에 얼굴을 내밀게 되었다. 2008년 하반기 신인상 당선자 17명 가운데 청일점이라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저명한 전국의 수필가, 전북을 대표하는 원로문인,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문우, 수필과 비평 전북작가회원, 전국수비작가회원 등 400여 명의 축복을 받으며 수상했으나 어설픔과 두려움이 헝클어진 머리칼처럼 심란하게 내 가슴을 헤집어 놨다. “다음 목표는 신춘문예 당선이다.”
다짐하면서. 아내와 아이들은 늦은 등단을 축하보다는 질책을 앞세워 닦달했다. 아이들에겐 시상식을 알리지 않았다.

3. 아내 이정자 여사 취업

퇴직 1년이 지났다. 글 쓰고, 비행하며, 여행하고, 돈만 쓰면서 느긋하게 긴 휴가를 즐기는 나를 예의 주시하던 아내는, 월 팔십 만원의 국민연금으로 적자가계를 꾸리노라 노심초사 했었다. 일자리 제안을 받아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내가 이상하다며 취업을 했다. 세군데 자리 중 조건이 가장 알찬, 조그만 J 유통회사 중견간부로 2월부터 출근한다. 컴퓨터 실력이 수준급이고, 결혼 전 대기업 H그룹에서 10여년 근무한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여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

4. 아들 세련 병역 특례자로 군 입대

서울대학교 자연생명과학대학원에서 응용생물화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얻은 아들의 병역문제가 남아 있었다. 리더십 함양을 위해 장교 복무를 권했으나 3년 세월이 아깝다며 미국유학 시 유용하게 쓸 영어실전에 대비, 카투사에 응소했으나 4:1의 제비뽑기여서 실패했다. 8월 1일부터 병역 특례자로 대전 테크노 밸리, P주식회사 연구원으로 근무케 되었다.
아파트와 괜찮은 연봉, 서울대와 충남대 카이스트를 오가며 연구 활동과 실험으로 군복무를 마칠 수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참 격세지감이 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불 보따리를 실어다주고 왔다. 그래도 제 엄마는 눈물을 글썽였다. 옛날 같으면 스물여섯이니 장가갈 나이인데…….

5. 둘째딸 세리 상견례

큰딸 세라의 결혼은 신기루 같아 작은딸 세리의 혼례를 먼저 치르기로 마음을 굳혔다. A항공사 팀장으로 VIP 클래스에 근무하는 세리는 미국 뉴욕에서 아침에 막 돌아왔다. 12월 13일 서울 종로 삼청동에서 사돈이 될 분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사위될 총각은 프리랜서 무명 시나리오 작가이다. 일정한 직업이 없어 아내는 마냥 못 마땅해 한다. 그렇다고 눈에 빛나는 예기가 보이지 않으니 나 역시 불만스럽다. 재능이 많은 딸아이가 아깝긴 하지만, 저희들이 좋다는데, 사랑을 위하여 참고 참으며 내년 오월을 기다리기로 했다. 예나 지금이나 글쟁이는 늘 배가 고프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6. 조카들 법정 후견인(친권자)으로 선임

전주지방법원으로부터 미성년인 조카 태웅, 혜랑의 친권자로 선임되었다. 작년 말 불의의 교통사고로 고아가 된 두 조카들의 상속과 재산관리에 한 해를 소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여러 은행 등 금융기관, 각종 보험회사, 경찰서, 법원, 저들의 근무처, 아파트, 자동차, 빌라, 준비서류만 100여 종에 1,000여 쪽이나 되었다. 수입증지 등 각종 수수료만 100만 원이 넘었다. 자동차 연료비와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연초에 계획한 일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성년이 되어 결혼 뒤까지 보살피려면, 나는 칠순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 부디 건강해야겠다.

7. 대한민국 춘계서화도예대전 입선

작년 퇴직 뒤 틈틈이 서예공부를 하고 있다. 진즉 갈망했던 일이었으나 이 핑계 저 핑계로 시작치 못한 서예수련을, 주 1회 두 시간씩 공부를 한다. 시작한지 1년도 안된 3월에 지도하시는 노전 선생께서 체본을 주며 한 달간 시간을 주고 제출하라 하셨다. 글씨가 괜찮다며 출품을 권유하기에 극구 사양했으나 선배 문하생에 휩쓸려 같이 출품하였다. 4월초 입선 통지를 받고 어리둥절했다. 4월 20일~3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문예회관에서 전시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삶과 죽음은 한조각 구름 같다.”라는 선문답을 남기고 간 날, 4월 26일 관람을 했다. 내 글씨는 글씨도 아닌 것 같았다. 심사평에 “글씨가 크고 힘과 기가 살아 있다“ 고 했다.

8. 아내 출퇴근용 경차 구입

버스로, 혹은 내 차로 출퇴근하는 아내가 안쓰럽고 측은했다. 출퇴근용 꼬마 ‘마티즈’를 구입했다. 아내의 일상이 편리하고 자유스런 일상이 되었으면 한다. 두 대를 운용하다 한 대를 없애고 보니 불편이 여간 아니었다. 우리 집에서 진안읍까지 12Km의 거리는 꼭 필요충분조건이었다. 아울러 사고 없이 운행하기를 바랄 뿐이다.

9. 보험회사(흥국생명)와 분쟁소송

셋째 동생 내외의 각종 보험금 지급 청구를 하는 과정에서, 유독 흥국생명만이 보험금 지급에 제동을 걸었다. 법정 대리인을 인정치 않고 아버지와 미성년자인 두 조카들을 연대 보증인으로 각서 제출을 요구했다. 10여 개 회사 20여 건 중 보험금도 별로 많지 않은 2건이다. 다른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 후 1주내에 지급처리가 됐는데 유독 흥국생명만 공탁을 하겠단다. 부당함에 응할 수 없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금융감독원을 경유하여 민원을 제기 했으나 대한민국 정부기관의 무성의, 안일 무사한 사고, 공직자의 무능한 모습만 보는 꼴이 되었다. 지급 거절한 법무담당팀장과 공탁금 소를 대행한 K변호사를 혼찌검을 내주었다.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법치국가, 오늘의 대한민국 자화상을 부끄러워하며. H사 사장과 K변호사의 간곡한 사과와 시정 약속을 받고, ‘KBS 시청자 칼럼’ 방송계획을 그만 두었다. 금융기관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경력과 지식이 큰 도움이 되었다.

10, 어머니 첫 제사봉행

지난해 5월 11일(음 4월 7일), 여든을 일기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첫 제사를 4월 30일에 모셨다. 동생들과 조카들이 한 자리에 다 모였다. 그러나 두 동생과 제수 한 명은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도착한 첫째 여동생은 기일날 추모예배로 모시자고 했다. 제수음식도 안 먹었다. 다음부턴 오지 말라고 했다. 신학대학을 마치고 성직에 종사하는 막내 여동생은 다소곳한데,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를 추억하며 옛 상념에 젖어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작년 이맘때 꿈꾸었던 비행장 건립과 경비행기 구입, 국궁수련은 불의의 사고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니 도저히 이룰 수 없었다. 1년 연기하기로 했다. 존경하던 민주화의 화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너무 가슴 아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이 이 나라를 어른이 없는 나라로 만들었다. 나는 원래 돈과 재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값이 껑충 뛴 경비행기를 사려면 열심히 로또복권이라도 사야겠다. 늦복이 터질지, 행운의 여신이 붙잡아줄지 누가 아는가. 인간지사 새옹지마라 하지 않던가. 희망찬 경인년 새해에는 기쁜 소식이 달콤한 꿈처럼 찾아오기를 기다려야겠다.

(2009/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