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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병규
ㆍ작성일	2010-05-15 (토)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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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잠
단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병규

잠을 잘 자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잠을 잘못 자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며 도량이 넓고 수더분한 사람, 싱글벙글 얼굴에는 늘 미소를 띠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잠을 잘 잔다. 그런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불안하고 도량이 좁아 늘 짜증스런 얼굴로 웃음을 잃고 사는 사람, 매사에 부정적이고 많이 갖고자 하여 불만이 많은 사람은 잠을 잘못 잔다. 그런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불행한 사람도 조금만 마음을 바꾸면 잠을 잘 잘 수 있어 행복한 사람이 될 듯싶다.

나는 잠을 잘못 자던 때가 있었다. 연속 터지는 허리골절 시술로 절망적인 때였다. 심한 통증은 마음의 갈등까지 일으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쩌다 깜박 잠이 들었을 때는 심한 악몽으로 외마디 비명을 지를 때가 많았다. 그 때는 간병하던 아내까지 혼비백산하여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환자인 나보다 아내의 정신고통이 더 심했던 것 같다. 잠이라도 실컷 자는 것이 간병하던 아내의 소원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잊고 단잠을 자는 것이 나의 소원이기도 했다.

잠을 잘 때는 심히 잠꼬대를 하거니 코골이로 옆 사람에게 수면방해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30여 년 전 내가 농협의 초임조합장으로 농협연수원에서 장기교육을 받을 때였다. 생활관은 한 방에 네 사람씩 숙소가 정해져 있었다. 층마다 두 개의 2층 침대로 구성되어 네 개의 침실이 밀착되어 있었다. 아래층에 자리한 나에겐 옆 자리와 위층 사람의 숨소리까지 들렸다.
연수 첫날이었다. 나는 환경이 바뀌면 잠을 설치는 버릇이 있었다. 게다가 위층 사람이 코를 골기 시작했다. 100kg이 훨씬 넘은 큰 몸에서 들이마시고 뱉어내는 코골이 소리는 방앗간의 기계소리같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그는 어찌나 잠도 잘 자는지 눈만 감았다 하면 코골이가 시작되었다. 코고는 사람을 제외한 세 사람은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숨도 자지 못한 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코골이 본인은 싱글벙글 행복해 했다.

첫날을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나 외에 다른 두 사람도 눈이 충혈되었다. 그런 생활은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계속되었다. 8주의 연수기간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었다. 3일을 뜬 눈으로 보내니 정신이 혼미하여 수강능력이 없었다. 교수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5일째 되는 날 우리 세 사람은 대책을 숙의했다. 우리 세 사람은 수면제(소주)를 적당히 마시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술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연수원의 규칙은 콜라병을 이용해서 위장반입을 했다. 술은 수면제가 되었다. 술 처방으로 8주의 연수를 탈 없이 마치고 우리 일행은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식을 마쳤다. 어떤 경우라도 단잠을 자는 것은 행복을 찾는 디딤돌로 보였다.

세 번씩이나 반복되던 허리시술의 고통스럽고 긴 기간,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내 역시 잠이라도 실컷 잤으면 원이 없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단잠이 건강과 직결되고 건강이 행복의 근원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마지막 허리시술 뒤 7주가 지나 5월이 왔다. 5월의 신록과 함께 나에게도 희망이 솟아오른다. 통증이 완화되고 돌아눕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오래 서 있거나 앉아있을 때 뻗지르고 약간의 통증이 있을 뿐이다. 악몽 없이 단잠을 잘 수도 있다. 새근새근 잠든 아내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오랜만에 평화스럽고 행복한 얼굴이다. 행복과 불행은 백지 한 장 차이, 마음 먹기에 따라 방향이 정해진다. 단잠이 바로 행복이다. 단잠이 바로 행복을 불러오는 구세주라 이르고 싶다.

(2010.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