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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선순
ㆍ작성일	2010-05-14 (금)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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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병
염려병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 김 선 순

50대 후반에 대학생이 된 K언니를 만났다.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던 K언니는 직장을 퇴직한 뒤, 전라북도 도청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평소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던 터라 내친김에 대학공부까지 하려고 입학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토록 열망하던 공부를 시작한 K언니의 얼굴에서 행복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인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습관처럼 염려와 걱정의 말만 늘어 놓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마저도 염려 때문에 누리지 못하는 K언니를 보면서 '염려가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염려병이 많았다. 내가 초등학교 2~3학년쯤이었다. 비가 와서 끝이 뾰쪽한 쇠우산을 가지고 학교에 갔는데 천둥번개가 심했다. ‘쇠우산은 벼락을 끌어들인다는데 내 우산에 벼락이 떨어지면 어쩌나’하고 염려가 되었다. 1년 선배인 옆집 오빠가 마침 종이우산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바꾸자고 하여 종이우산을 받고 집으로 왔다. 다음날 그 오빠의 어머니께서 남의 집 큰아들이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우산을 바꿨냐며 나의 염려병을 놀려댔다. 매사에 염려가 많고 주저주저하는 나를 보고 올케언니는 내 몸을 너무 아껴서 그렇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언니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내 자신에 대해 왜 그럴까라는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불안과 염려가 많은 것이 내 성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나의 염려병은 딸아이를 몹시 힘들게 했다. 격려와 믿음으로 기다려주지 못하고 염려 때문에 미리 통제하고 간섭하여 딸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 못했다. 엄마라는 이유로 사랑이라는 굴레를 씌워 딸아이를 한 인격체로 대하지 못했던 게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상담공부를 하면서 내가 염려가 많은 성격인 것을 알게 되었다.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건너지 않는다는 ‘안전제일주의’를 추구하는 유형이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대체로 책임감이 강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전하고 싶은 욕구가 기본 바탕에 있어 늘 염려가 많다.

사람들의 얼굴 모습이 다른 것만큼이나 각자의 기질과 성격도 다르기 마련이다. 서로 닮은 얼굴들이 있듯이 비슷한 유형의 성격은 있겠으나 똑같은 사람은 없다. 각각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려면 상대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너무 많은 세월을 지나온 것 같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처할 수 있는 4%는 대처하면 되는 것이기에 결국 걱정할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작가의 말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들, 돌이킬 수 없는 일들, 걱정할 가치가 없는 일들, 우리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 준비해서 대처하면 될 일들을 걱정하고 있지는 않는지 내 자신을 되돌아 본다. 성경에도 '마음의 근심은 심령을 상하게 하고 뼈를 마르게 한다'고 하였다. 염려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니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하였다.

1%의 가치도 없는 ‘백해무익’한 염려를 벗어버리고자 오늘도 작은 일상속에서 훈련을 한다. 염려의 실상이 무엇인지 파악해 본다. 내 염려로 해결될 일인지, 감사할 일인데 오히려 깨닫지 못하여 염려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 본다.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하기위해 찾아 나선다. 습관화된 염려의 옷을 벗어버리고 관심과 사랑의 옷으로 바꿔 입기위해…….

(2010.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