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벼 농사지도를 하던 역전의 용사들이 오늘 한자리에 모여 옛날을 회상하였다. 통일벼는 1970년대 보릿고개라는 말을 우리나라 국어사전에서 완전히 지워버린 볍씨 종자다. 1965년부터 1972년까지 인디카 품종인 I.R667에다 일본 자포니카 품종을 여교잡하여 만들었다. 생산성이 높고 병충해와 도복에도 강한 품종인 통일벼는 일반품종보다 40%이상 증수하는 기적의 볍씨다.
그 당시 농촌진흥청에서는 통일벼 품종 시험을 다 마친 뒤 중견간부 연찬회를 개최하였다 연찬회장 앞 현수막에는 "쌀 3,000만 석 돌파!" 라는 목표가 설정되어 있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겨우 2,250만 석을 넘길까말까 할 때였기 때문에 "3.000만 석"이란 숫자를 보는 순간 가능할까 하는 의아심이 났다. 여기에 참석한 지도사들은 연찬회 3박 4일 동안 볍씨 육성부터 재배방법까지 교육을 받았으며, 야간에는 분임토의를 통하여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연찬회 수료식에서는 지도사 전원 "쌀 3,000만 석 돌파" 결의를 다지고 현장지도에 임하였다.
통일벼 재배 첫 단계는 농민교육이었다. 우리 지도사들은 쉴 사이 없이 통일벼재배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농민들의 모임에 통일벼 재배 설명 차트를 갖고 다니면서 통일벼가 얼마나 생산성이 높은가를 설명하고, 우리나라도 보릿고개를 탈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는 데 주력하였다. 농민순회교육 뒤에 실제 재배에 들어갔다. 우리 지도사들은 통일벼재배면적확보를 위하여 새벽부터 농가를 방문하였고, 기존의 일반볍씨를 담그려는 농가에게 통일벼 볍씨를 담그도록 권유하다가 싸움을 하기도 하였다.
통일벼 재배 다음 단계는 못자리 문제였다. 못자리부터 비닐을 사용하는 보온못자리를 해야 하는 건묘육성이 중요했다. 면단위로 교육을 하였고 연시를 해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띠도록 시범포장을 만들어 놓았다. 연속필지로 2반 10a당 600kg이상 생산하는 농가에 10만원의 시상금을 주는 다수확시상제도를 홍보하였다. 그러나 2반 이상 연속필지로 된 논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 나는 시상자를 많이 낼 욕심으로 토지대장에서 연속필지를 찾아내어 해당 농가를 찾아다니면서 신청서를 받아 별도지도를 하여 시상자를 제일 많이 낸 일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1년에 한 차례씩 열리는 4-H에서도 쌀 다수확경진대회가 있어 현지심사를 받기도 하였다. 심사 때 벼 위에다 운동화를 올려놓아도 벼가 쓰러지지 않았고, 그대로 노란 금빛 벼 위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전국 4-H 벼 다수확과제에서 현 진안 군수인 송영선 회원이 일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다음은 탈곡문제였다. 전에는 벼를 베어 말린 뒤 다발로 묶어 집에서 탈곡했으나, 통일벼가 나오고부터는 현장에서 탈곡을 하게 되었다. 기존에는 한 마지기에 6가마를 생산하던 논에서 보통 10가마가 넘게 탈곡하게 되니 탈곡장에서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통일벼가 보급된 1972년부터 쌀 생산량이 점점 높아져 3,000만 섬에서 3,500- 4,000만 섬을 돌파하여 쌀이 남아돌게 되었다. 농사기술이 향상되어 우리나라의 녹색혁명을 이룩하였다. 단 한 가지 통일벼는 수확량도 많고 병충해도 강한 반면 탈립이 잘되어 우박 피해로 벼가 다 떨어져 버리고 냉해로 여물지 않아 냉해피해 보상을 한 때도 있었다.
이렇게 이룩한 녹색혁명으로 우리나라는 쌀이 남아돌게 되었으며 북한으로도 쌀을 보낼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게 통일벼 종자를 육성하여 보급한 우리 지도사들의 힘이었다. 앞으로 남는 쌀을 꼭 주식으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쌀 외에 모라라는 곡물 대용으로 가공도 하고 쌀 술, 쌀라면, 쌀 과자 등 다양하게 이용토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통일벼로부터 시작한 비닐농업이 발전하여 논이나 밭이나 비닐을 사용하여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이모작 이상 작기를 늘려 재배할 수 있었던 것은 통일벼 보급으로 인한 백색혁명이 가져다준 계기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통일벼는 90년대까지 마지막 수확을 하고, 앞으로 통일이 되면 대북지원을 할 수 있도록 종자만을 보존하고 있는데 빨리 통일이 되어서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도 희망과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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