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10-06-12 (토)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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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더듬어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더듬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인천국제공항에서 홍콩까지 간 뒤 바로 마카오로 가는 배를 탔다. 1시간쯤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를 건너 마카오에 닿았다. 낯선 건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가는 곳이라 어떤 냄새가 날까 궁금했다. 첫날은 늦어서 호텔에서 자고 다음날 성바울성당을 찾았다. 포르투갈이 동양진출의 전진기지로 삼은 이 마카오에 기독교를 전파하려고 세운 성당이다. 1602년부터 36년동안 지었는데 불이 나서 없어지고 지금은 전면과 올라가는 68계단만 남았다. 우뚝 서있는 전면을 보니 당시의 성당이 얼마나 웅장하였는지 짐작하게 했다. 성경에 나오는 여러 가지 상(像)을 돌로 새겨 배치하였다. 십자가, 성모마리아, 아기 예수, 용, 나무, 해, 사자 등이었다. 그 조각 솜씨도 정교하고 예술적이었다.

돌계단은 김대건 신부가 천주교 공부를 하러 와서 이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기도를 드렸다는 곳이다. 지금부터 173년 전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려 보았다. 한복에 상투를 틀고 버선발에 짚신을 신고서 한발 한발 떼면서 기도를 드리는 모습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았다. 아마도 서양문물이 먼저 들어온 곳이라 적어도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지 않았을까 싶다. 유럽에 온 듯 착각할 정도로 포르투갈 냄새가 나는 세나도광장을 지나 이 성당에 왔을 게다. 여기까지 올 때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잠은 어디서 자고 먹을 것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궁금한 것이 많았다. 추운 겨울도 더운 여름도 겪었을 텐데 어떻게 견디며 이곳까지 찾아왔을까. 그런 기록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보나마나 그 고생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으리라. 오로지 신학을 공부하려는 마음 하나로 버티며 왔을 것이다.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는 충남 당진군 우강면 솔뫼에서 1821년 8월 21일에 태어났다. 7살에 천주교 박해를 피해 경기도 용인 미리내로 숨어들었다. 아버지가 옹기를 구워 팔아 생계를 유지하며 신앙심을 키웠다. 프랑스 선교사 모방 신부에게서 라틴어와 신학을 공부했다. 청년으로 자란 뒤 모방 신부의 안내로 1836년 12월에 최양업, 최방제 등과 만주 요동을 거쳐 8개월 동안 걸어서 마카오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 성당에서 신학, 철학, 지리, 역사, 라틴어, 프랑스어 등을 배웠다. 민중반란이 일어나자 상하이로 옮겨 공부하고, 1845년 8월 17일 프랑스의 페레올 주교로부터 서품을 받았다.

안드레아 신부는 천주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영광이라 여겼다. 신부가 된 그해 우리나라로 돌아와 몰래 사목생활을 하고 페레올 신부의 조선 입국을 주선하다가 체포되어 1846년 9월 16일에 순교하였다. 원체 박학다식하여 일부 정승판서들이 구명운동도 했지만 영의정의 반역죄 주장으로 참수형을 당했다 한다. 선각자인 신부를 그 때 유교사상에 젖은 우리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좀 더 우리가 깨어 있었더라면 천주교도 받아들이고 서양문물도 들여와 우리 역사를 바꿀 수도 있었는데 싶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성당에서 공부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고 어디에서 살았는지는 찾을 길이 없었다.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는 그 이상은 모른다고 했다. 살았던 집을 찾는다면 우리나라 천주교사에 길이 남을 기념물이 될 거라 여겨졌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을 쓰고, 혜초가 왕오천축국전을 썼듯이 김대건 신부도 여행기를 썼다면 귀중한 자료가 되었을 게다. 8개월을 걸어오며 본 중국 여러 곳의 풍물과 마카오에서의 생활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면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처럼 얼마나 귀중한 자료가 되었을까 생각하니 퍽 아쉬웠다.

이색적인 종교가 들어오려면 온갖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를 바가 없다. 불교가 신라에 들어올 때 이차돈이 순교하였다. 박해를 받으면서도 숨어서 믿다가 목숨을 바친 김대건 신부가 있었기에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오게 되었다. 정신문화는 그만큼 쉽게 변할 수 없는 속성이 있는가 보다. 먼 나라에서 우리의 선각자 김 안드레아 신부를 그리며 성당 계단을 내려왔다.

( 2010. 6.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