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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금례
ㆍ작성일	2010-08-04 (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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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나의 동반자
수필은 나의 동반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금례

경상남도 함양에서 열리는 제10회 수필의 날에 참석하려고 폭폭 찌는 찜통 더위 속에 집을 나섰다. 장기자랑으로 행촌수필문학회는 뱃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나는 수필을 사랑하기에 탤런트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뱃노래 한 토막인 ‘아우야, 내 동생아, 그런 말 말아라. 너희 형부 코만 컸지 실속이 없단다. <후렴> 어기야 디여차 어기야 디여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란 대목을 부른다. 국악을 할 줄 모르지만 수필은 나에게 두려움과 용기를 주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그 가사를 되뇌며, 함양에 도착하니 예쁜 문화해설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유형문화재 제90호인 학사루로 향했다. 이 누각의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으나 고운(孤雲) 최치원 선생이 함양 태수로 있을 때 이곳에 올라 시를 자주 지었기 때문에 ‘학사루’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관청의 객사(客舍) 자리인 현 함양 초등학교 안에 있었던 것을 1979년, 이곳으로 옮겼단다. 학사루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큰 누각이다. 그렇게 화려한 건물은 아니지만 아래와 위의 지붕이 조화롭게 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영남학파의 거두 김종직이 현감으로 부임하여 이곳에 걸린 유자광의 현판을 철거한 것이 1498년 연산군 4년 무오사화의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김종직이 심었다는 600년 된 느티나무를 찾았다. 일명 김종직 나무라고 부른단다. 사람은 최고 120년을 사는데 나무는 무려 600년의 세월에도 새싹을 피우고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부채질을 하며 섭씨 33도의 열기를 식혀 주었다. 느티나무 허리둘레는 장정 여섯 명이 팔을 펼쳐도 조금 남았다. 거대한 느티나무는 새가 물어온 다른 잎사귀들도 포옹하고 감싸고 있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인간들이 아옹다옹 하며 사는 게 애처롭다.
우리는 천연기념물 제154호인 상림 숲을 찾았다. 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땀방울을 식혔다. 이 숲은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태수로 부임한 최치원이 홍수를 예방하고자 만든 인공 숲으로 1100년 정도 된 숲이다. 약 6만3천 평에 120여 종의 나무가 울창하게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상림 숲은 늙은 나무, 큰 나무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며 최치원 숲이라고도 한다. 최 선생은 상림 숲의 조림을 마치고 숲속 어디엔가 나뭇가지에 금호미를 걸어두었다는 구수한 해설사의 말에 고개를 들어 모두 나뭇가지를 올려다보았다. 1100년을 이어온 아름답고 고풍스런 숲길을 거닐면서 그 시절에 한 지방관이 인공으로 숲을 만든 그 지혜가 자랑스러웠다.
푸른 그늘을 드리운 숲길, 그 길을 따라 걷노라니 흙냄새와 나무냄새가 향긋했다.
'천년약속/사랑나무'란 현수막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느티나무와 서어나무가 천년을 사랑하며 지금 후손들에게 보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백수를 여러 번 넘겼을 것 같은데 새싹을 피우고 서있는 모습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천년을 이어온 후손, 나무들도 모두가 이순이 넘어 고희가 된 나뭇가지에도 새싹이 트고 파란 잎이 하늘을 보며 까르르 웃고 있었다. 조그만 도랑을 건너니 넓은 논에 만개한 연꽃들이 황진이처럼 요염해 보였다. 흰색, 붉은 색 등 여러 가지 연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상림 숲은 전체가 커다란 꽃 같았다. 송나라 때 문장가인 왕안석(王安石)이 노래한 것처럼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이 거기 있었다. 천년의 숲, 상림의 넓은 바위 위에서 뒹굴고 싶을 때 유형 문화재 32호, 손이 없는 이은리 석불 앞에 섰다. 오랜 세월 여행자들과 악수를 하다가 어느 날 그 손이 사라졌을까!
나는 문득 50년 전으로 돌아갔다. 세라복을 입은 내 모습은 청순하고 예뻤다. 그때 위문편지가 인연이 되어 내가 경남 마산교육청과 함양중학교에서 근무할 때도 펜팔은 계속되었다. 그 공군아저씨도 글을 좋아했는데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가슴이 설레기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하다. 황금빛 추억들이 알알이 떠오른다. 편지를 주고받은 지 5년이 지났을 때 그 공군아저씨는 친정어머니의 초청으로 우리 집에 왔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기쁘고 즐거웠다. 아저씨는 강렬했던 태양을 손으로 막아주며 ‘모래알 같이 많은 사람들 하필이면…….’ 라는 노래를 불러주고 회갑 때 만나자며 떠났다. 나에게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고 떠난 그 아저씨가 상림 숲에서 밝은 웃음을 지으며 달려오는 것 같았다. 수필은 잊었던 공군아저씨를 다시 회상케 해주었다. 그 추억은 이제 수필 속에 묻으련다. 지금쯤 그 아저씨도 수필가가 되어 황석산 청소년수련관에 참석하면 만날 수 있을 텐데 하는 희망을 갖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수필의 날은 전국 수필가들이 모인 잔치마당이다. '올해의 수필인 상'은 김시헌 선생님과 김병권 선생님이 받았다. 장끼자랑에서 우리 행촌수필문학회는 비록 3등을 했지만 다양한 마음의 예술, 진솔한 고백의 문학, 담백한 선비정신의 구현인 수필을 만나 한없이 행복했다. 수필은 나의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정든 문우들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상큼한 저녁바람을 뒤로한 채 우리는 아쉽게도 버스에 올라 전주로 돌아왔다.
(201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