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내 인생의 자화상을 그려보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1부 인생의 얼치기 삶에 대한 반추와 아울러 앞으로 살아갈 2부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려는 조바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매경 이코노미>는 명예퇴직 나이인 사오정(45세)을 1부 인생, 60세 이전은 2부 인생, 최대 관심사인 3부 인생은 죽을 때까지로 비유하며, 어떤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가느냐가 문제라고 인생관을 정의하였다. 그런가하면 이시영 박사는 인생관을 축구에 비유해서 우리나라 평균수명인 78세까지를 1부 인생, 100세까지는 2부 인생, 그 이후는 본인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연장전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나의 인생관은 공직생활 30여년을 잘 갈무리하고, 결혼 30주년을 맞는 2008년을 1부 인생의 날머리를 삼으련다. 그리고 새로운 직장생활과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2009년을 2부 인생의 들머리로 삼아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인생설계도를 그려보고 싶다.
그리고 무명의 삶을 극복하고 성공한 삶을 살아가고 있거나 그 단계를 뛰어 넘어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관에서 내 삶의 자아를 발견해 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직업상 성공한 기업인과 공직자들도 많지만, 그들보다도 성공한 연예인들이 겪은 고난과 역경들이 하나 같이 내 심금을 더 울렸기 때문이다. 청빈한 농부의 6남매의 무녀리로 태어나 지독한 가난의 굴레를 벗어버리기 위해 몸부림쳤던 내 자신보다 더 심했다. 그들이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지긋지긋한 무명의 딱지를 떼어 버리려고 바늘구멍보다도 더 좁은 등용문을 통과한 사연들은 차라리 눈물겨운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해야 옳을 성싶다.
예컨대 할리우드에서 무명배우의 설움을 극복하고 인생역전에 성공한 배우들은 수영장 청소원 출신 클린트 이스트우드, 전직이 목수였던 해리슨 포드, 소방사 경험이 있는 피어스 브로스넌, 20대에 산불방지요원 경력이 있었던 존 말코비치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산드라 블록은 식당의 웨이트리스, 톰 행크스는 호텔 벨 보이, 로버트 레드포드는 슈퍼마켓 점원, 휴 그랜트는 화장실 청소부, 제니퍼 애니스턴은 텔레마케터, 앤소니 홉킨스는 제철공장 근로자출신이다. 그들이 바로 나를 감동시킨 사람들이다.
한국의 연예인들도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무명시절의 역경을 딛고 성공해서 내 인생에 귀감이 되는 입지전적인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씨름선수 출신 강호동, 영화촬영 스태프 출신 배용준, 커피장사와 에어로빅강사 출신 현영, 택시기사 출신 박상면, 자동차 정비공 출신 원빈, 이발사 출신 송대관, 미국에서 가판장사로 생활했던 태진아 등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무명의 삶을 경험했다고 누구나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닌가 보다. 특히 할리우드 배우 10만 명 중 50명 정도만 스타로 대접받는 반면 절반 이상은 돈 한 푼도 못 버는 무명배우 타이틀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배우들은 비정규직으로 연간 수입이 5천 달러에 불과해서 식당 웨이터, 판매점 계산원, 술집 바텐더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배우들이 많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생활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연예인 70% 정도가 연봉 1천만 원도 안 되는 수입으로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고 있는 반면 5% 정도만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부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사회와 이웃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가슴 따뜻한 연예인들이 심금을 울린다. 예컨대 배우 안성기는 지진피해를 입은 아이티 현지학교 교육시설 등에 기금을 전달하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로 활동한다. 탤런트 김혜자는 아프리카 현지 봉사활동을 하다가 말라리아에 걸리기도 했다. 인기가수 안상수와 안상진 쌍둥이 형제의 자선 콘서트도 돋보인다. 동생 안상진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13년 동안 세 차례나 뇌수술을 받고도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은 뒤 두 형제가 또다시 심장병을 앓는 1천명의 어린이 수술을 돕기 위해 <작은 나눔 큰 사랑> 자선콘서트를 펼치며 거리의 천사로 추앙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삶이 바로 성공한 삶의 경지를 뛰어 넘은 가치 있는 삶이 아닌가 싶다.
모름지기 무명의 삶을 극복하지 못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할 일이다. 그리고 무명의 설움을 이겨내고 성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자기의 삶이 버거운데도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더욱 큰 박수를 받아야 옳다.
하지만 나의 1부 인생이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는커녕 내 앞만 보고 이순의 문턱까지 허겁지겁 달려온 내 삶의 성적표는 너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배우 안성기와 탤런트 김혜자. 가수 수와 진 등의 가치 있는 삶에 비하면 나의 삶은 성공한 삶도 아니요, 가치 있는 삶도 아닌 부끄럽기 짝이 없는 얼치기 삶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2부 인생은 그들의 삶을 본보기 삼아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새로운 인생 설계도를 그려보련다. 그래야, 두 아들이 내 인생관보다 더 알찬 삶의 설계도를 그릴 것이 아닌가.
(201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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