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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윤
ㆍ작성일	2010-11-15 (월)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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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무작정 떠나고 싶어
가을이면 무작정 떠나고 싶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윤

가을이면 무작정 떠나고 싶어진다. 방안에 틀어박혀 사는 내게도 가을의 고독은 더 이상 나를 방안에서만 보낼 수 없게 한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
가을 햇살에 비춰 반짝거리는 강가, 가을 햇살에 더욱 아름다움을 더해가는 나뭇잎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고독한 풍경들까지. 가을을 장식하는 사람들과 자연, 사물, 동물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이 가을을 보내고 있을까. 거리를 걷거나 차를 타고 떠나기도 한다. 예전엔 '자연 감상'에 만족했다면 지금은 ‘음식’이란 존재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하루 한 끼의 색다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내 마음은 무척 행복하다. 그리고 거기에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더해진다면 행복의 3박자가 갖춰진다.
2010년 11월 4일 목요일, 이 세 가지 조건이 다 갖춰진 나들이를 떠났다. 이날은 수필창작 목요반 송종숙 문우님의 댁 ‘안아당’에 가는 날이었다. 가기 전날 인터넷에서 ‘안아당’을 검색해보니 안아당의 모습과 송 선생님의 저서와 안아당을 방문했던 분들의 즐거웠던 이야기가 나왔다. 게시판을 읽어보니 산정 선생님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꼭 방문하고 싶었다. 2년 전, 진안의 김재환, 정읍의 정원정 선생님 댁에 가보지 못했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아침 9시 반까지 전북대평생교육원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모두 완벽하게 소풍가는 차림이지 않는가! 난 그냥 선생님 댁에만 가는 줄 알고 구두에 코트를 입고 와서 좀 걱정이 되었지만 설렌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동학혁명박물관이었다. 사실 정읍에 오면 내장산만 유명한 줄 알았지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사실 이곳이 동학혁명 발상지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한때 동학혁명군의 피로 이 땅이 붉게 물들었다니 믿겨지지 않았다. 박물관을 돌아보니 내가 자주 찾는 완산칠봉 사진이 보였다. 생각해보니 오르다 쉬는 곳에 동학운동기념비가 있었다. 다음에 가면 꼭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우리 집 가까이 있는 흑석골에서 바라 본 전주 시내 풍경이 있었다. 외우기 어려웠던 그 당시의 사건과 제도가 쉽게 이해되어 새삼 동학운동의 의미를 알게 된 시간이었다.
‘황토현’에서 송 선생님과 만나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가와정’이란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음식 맛이 아주 좋았다. 깔끔하고 입맛에 맞아 모처럼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다음에 다시 와보려고 명함을 가지고 왔다. 다음에 찾은 곳은 ‘정읍사’의 발원지였다. 역시 ‘정읍사’도 암기용으로 배워 내겐 별 감동이 없었다. 그러나 그 발원지에 가보니 남편을 기다리는 그 여인이 상상되었다. 풍수지리상 우물이 없는 마을이라 그 조그만 샘터에서 여인들은 동네 가십거리들을 이야기하기에 바빴을 것이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그 여인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댁이었을 것이다. 사랑의 호르몬이 사라진다는 3년이 아직 되지 않은 새댁, 남들은 남편 자랑과 흉보기에 바쁘지만 이 여인은 소외감과 그리움으로 샘터에 가기를 피했을 것이다. 그것이 더 가십거리가 되고 마음고생이 심해서 결국 그 여인은 망부석이 되어버렸으리라.
그 상상이 미처 깨지 않았을 때 ‘안아당’에 도착했다. 송 선생님을 닮은 깔끔하고 아름다운 정원, 마치 ‘타샤 튜터’의 정원에 온 듯했다. 마치 드라마 세트장의 과일처럼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렸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여러 가지 꽃, 농작물, 열매가 마치 선물세트 같이 다양하고 아기자기했다. 모처럼 맑은 공기에 취해 있을 때 또 한 번의 대접을 받았다. 좋은 풍경을 감상한 것도 감사한데 많은 신경을 써주셔서 고마웠다.
요즘 자주 느끼는 것인데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전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인연의 끈이 작용하여 이곳에서 모였을까? 한 잔의 매실주에 취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우린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음 세상에서도 문인으로 만나게 될까? 안아당에 초대해 주신 송 선생님과 그의 부군 산정 선생님, 그리고 목요반 문우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먼 훗날 내 인생의 나이테가 더 굵어졌을 때 오늘의 안아당 방문이 하나의 장면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풍경, 맛깔스런 음식, 정겨운 대화 그리고 푸짐한 글감까지 챙길 수 있었던 즐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