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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박병욱
ㆍ작성일	2011-05-07 (토)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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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에 녹은 사랑
사탕에 녹은 사랑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병욱

‘속이 지랄 같을 때 먹으면 배가 편해진다.’는 알사탕 한 알. 그 속에는 외롭지만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한 할머니의 인생이 서려 있다. 숱한 역경을 딛고 살아 온 할머니의 애환이 꼬깃꼬깃 구겨져 손가방 속 구석에 사탕 한 알과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매주 세 번씩 노인회관에 다닌다. 여기에서는 복지차원에서 무료 급식을 한다. 한 편으로는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모여서 소일도 하신다. 또한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물리치료도 받는다.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나도 가끔 다리 치료를 받으며 통증을 삭인다.

치료실에서 전기안마 마사지를 받으면서 근무일지를 읽어 보았다. 자주 다니며 알고 지내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공원을 산책하다 넘어져서 다치셨단다. 가슴이 섬뜩했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나도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낯익은 할머니 한 분이 내 옆 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는다. 손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사탕 한 알을 꺼내 나에게 불쑥 내밀었다. 전에 초콜릿을 하나 드렸더니 고마웠던 모양이다. 다른 때 같으면 사양했겠지만 친하게 지내는 처지인지라 그냥 받아먹었다. 그러면서 나는 물었다.
“가방 속에 웬 사탕을 가지고 다니세요?”
“응, 늘 가지고 다녀. 속이 지랄 같을 때 하나씩 먹으면 가라앉아.”

전에도 치료실 봉사요원이 이따금 사탕을 환자들에게 고루 나누어 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의미는 그런 단순한 사탕이 아니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명랑하게 살아가시는 그 할머니에게서 나는 따뜻한 인간미를 느꼈다. 달콤한 사탕 맛이 아닌 따뜻한 인간애였다.

수십 년 전에 가신 나의 어머님이 어렴풋이 보인 것이다. 어린 자식들을 위해 모진 고생 마다하지 않으시고 평생을 헌신하신 나의 어머니. 그걸 모르고 살아온 나의 철부지 시절이 원망스럽고 야속하기만 할 뿐이다. 뒤늦게 철이 든 나는 부끄럽기만 하다.

‘부모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속담이 가슴에 멍울져 흐른다. ‘갚지 못한 부모님 은혜, 자식에게라도 갚아야지.’ 나는 속으로 다짐하면서, 지금도 추위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막내딸을 데리러 갔다. 부모님께 못 다한 효도가 자식들을 챙겨주는 정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 겨울의 맹추위가 몰아치고 있었다. 지팡이나 휠체어에 의지하여 복지관을 오가며 미끄러운 눈길을 지치면서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런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풀며 살아야 한다. 그 일념으로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 부축하면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조그마한 봉사활동이라도 해야겠다.

창 밖에 어둠이 내리면서 문틈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이 나를 일깨워 준다. 온정의 등불을 밝히고 따뜻한 난롯불을 지피란다.

(2010.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