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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정순
ㆍ작성일	2009-03-30 (월)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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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확인
수신확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최정순

어느 날 갑자기 운 좋게 금요반 총무가 되었다. 총무는 교수님으로부터 강의자료를 메일로 받아서 다시 편집을 한 뒤 우리 반원들에게 다시 메일로 띄워주어야 한다.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미리 내다 보고 늦게나마 컴퓨터를 배웠단 말인가. 참 생각할수록 아슬아슬하면서도 신기할 일이다.
어찌 보면 하찮은 일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메일에 불럭을 걸어 복사를 해온 다음 한글 창에 붙이기를 하면 팍팍 잘 들어가다가도, 어느 땐 말을 듣지 않아서 내가 배운 컴퓨터 실력을 총 동원해야 겨우 되는 경우도 있다.

잘 편집된 교재를 만들어 각자에게 띄워주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이런 느낌을 성취감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연애편지라도 띄운 양 컴퓨터를 열 때마다 수신확인을 클릭하여 ‘읽음’이란 수신 상태가 뜨면 내가 보낸 사랑의 메시지를 읽어준 명단부터 지워나간다.
며칠이 지나도 ‘읽지 않음’의 수신 상태가 계속 뜨면 이때부턴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어디가 아픈지, 아니면 먼 데로 여행을 갔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해 보고 싶은 충동까지 인다. 나를 몰라보느냐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 소심한 성격 탓이지만 그래도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내가 띄운 메시지를 읽어 보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수신 상태가 ‘전송실패’로 뜨면, ‘이걸 어쩌지?’ 앞이 캄캄해진다. 막차를 놓쳐버려 친구 집을 찾았다가 남모른 사람이 살고 있었을 때의 그 황당하고 허무함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도 요즘 내가 ‘읽음’, ‘읽지 않음’, ‘전송실패’ 란 교신 속에서 수신확인을 하는 재미에 빠져 산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컴퓨터 앞에 앉아 수신확인을 할 때면, 인생이 마치 수신확인의 연속상연은 아닌지, 인생에 띄운 내 메시지가 언제쯤 수신확인으로 돌아올는지 기다림이 이어진다.

몸이 불편하셨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한꺼번에 자식을 넷이나 입대시켜놓고 얼마나 노심초사하셨을까? 그 시절만 해도 컴퓨터가 있나, 핸드폰이 있나, 그렇다고 전화를 걸 수가 있나 참으로 답답했을 것이다. 막말로 부모가 돌아가셔서 전보를 띄워도 이틀쯤이나 더 걸려서야 집에 왔던 시절의 이야기다.
입대할 때 입고 갔던 아들의 옷과 함께 부쳐온 봉투를 고이 간직했다가 누런 모조지에 몽당연필로 꾹꾹 눌러 쓴 편지 한 장을 띄우고는 오매불망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던 어머니. 부고장만 사립문에 꽂아두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우체부를 멍하니 바라보신 뒤 며칠이 지나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편지가 왔다. 그날 밤 식구들을 앉혀놓고 연극을 하듯이 막내딸에게 또박또박 낭독을 시켰던 어머니는 그렇게 수신확인을 하시고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짓곤 하셨다.
생전에 띄워드리지 못했던 말, “어머니 저는 잘 살고 있어요.” 라고 마음속으로 메일을 수도 없이 띄우는데도 수신확인을 할 수도 없으니 그저 안타가울 따름이다.

요즘 금요반 32명의 수신을 확인하다보니, 수신확인을 하는 삶이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다운지 수신확인을 한 인생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창가에서 우는 새소리도 수신확인을 하거나, 수신확인을 할 수 없다고 투덜대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정녕 저 흐드러진 꽃이야말로 봄을 기다리는 자에게 보내는 수신확인이 아닐까?

(2009.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