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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선순
ㆍ작성일	2010-03-15 (월)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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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시작이야
이제부터 시작이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김선순

우리 속담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뛰어난 인물이 될 사람은 어릴 적부터 다른 데가 있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 말을 부정하고 싶다. 그것은 이 말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내 나이 50이 넘어서야 새롭게 시작하는 글쓰기 공부에 적용하기가 싫은 것이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에 등록을 하고 지난 3.3일 첫 수업을 하였다. 가끔 늦은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하는 분들을 더러 보아 왔지만 그런 분들을 보면 주로 학창시절에 문학소년, 소녀였거나 책을 좋아하고 또 많이 읽은 사람들이었다. 한마디로 떡잎이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글 재주를 갖고 타고난 것도 아니고 책을 많이 읽지도 못하였다. 고등학교 작문시간이었다. '창'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지어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뭐라고 썼는지 내 것은 전혀 기억이 없고 옆 친구가 '마음의 창'을 노래하는 시를 썼던게 기억난다. 나는 '창'하면 창문밖에 떠오르는게 없는데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친구가 부러웠고 대단해 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작가 '미우라 아야꼬' 씨의 자전소설인 '길은 여기에'라는 책을 읽고 미우라 여사의 삶에 매력을 느꼈다. 일상생활 속에서 편지를 통하여 이웃들의 고민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그들의 마음을 만지며 치유하는 삶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때부터 글쓰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글을 잘 쓰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지만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왜냐하면 글 쓰는 사람들의 가장 기본인 독서에 너무 게으르고 또 열정적이지 못한 나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마음은 미우라 여사처럼 나도 글을 잘 써서 마음이 힘들고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독서도 많이 하지 못한 주제에 글은 무슨?'히며 내 속의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사실 편지 한 장만 쓰려고 해도 제대로 써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끌고 가지 않으면 스스로 힘을 내어 갈 수 없는 나약한 의지력, '글쓰는 사람'이라는 나무로 커 가기에는 너무 약하고 부족한 떡잎을 가진 나였다.

이런 나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겁도 없이 수필창작반에 수강신청을 하고 글을 쓰겠다고 나섰다. 늘 수동적으로만 따라가던 내가 누구에게도 묻지않고 스스로 결정하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수강신청을 한 것이다. 누구의 권유도 아니고 누구에게 끌려서도 아니며 내가 좋아서 내가 선택하였다. 타고난 재능도 저축해둔 독서량도 없이 부족함이 많지만 이제부터라도 시작하면, 분명한 것은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었다.

수업 첫날 교수님께서 여러권의 책을 주셨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에서 공부하는 분들의 글들이 실려 있었다. 많은 분들이 작가로 등단도 하고 책을 내기도 하셨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분들 앞에 주눅이 들어 감히 고개도 못들었을 나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바꾸기로 하였다. 나의 모자람 때문에 부끄러워 숨기보다는 수필의 진솔함처럼 나를 솔직하게 내보여야겠다. 높은 산 꼭대기만 보고 겁을 먹기보다는 한 걸음의 걸음이라도 떼어야겠다.

첫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나에게 반 총무를 맡겨 주셨다. 매사에 자신감이 부족했고 항상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일에 익숙했던 터라 별로 하고싶지는 않았지만 바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나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완벽함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여 한발부터 내딛으면 분명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을 것이다. 40대에도 너무 늦은 것 같아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일들을 50이 넘어서 새롭게 시작하는 내가 조금은 대단해 보인다. 그래, 늦었다 생각하지 말자. 늦었다고 하는 것은 시작이 없기 때문이다. 시작하면 늦지 않은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201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