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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정성려
ㆍ작성일	2010-04-08 (목)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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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중독
핸드폰 중독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 야간반 정성려

무더운 여름 어느 날이었다. 직원들과 점심과 간식으로 먹을 김밥과 과일을 잔뜩 배낭에 메고 그다지 멀지 않은 산으로 등산을 갔다. 햇볕이 쨍쨍한 여름에 땀으로 옷을 흠뻑 적셔가며 산을 올라갔다. 산이 놀랄 만큼 시끄럽게 떠들며 힘든 줄도 모르고 정상에 다다라 준비해간 도시락을 먹는 맛은 신선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어찌 도시락뿐이던가. 서로 앞 다투며 말꼬리를 이어가는 말장난은 정말 열심히 일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휴일의 달콤한 맛이었다. 그리고 어쩌다 한 번씩 산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고 감미로웠다. 그렇게 등산을 마치고 하산을 했다. 내려오는 길을 따라 흐르는 개울물은 어찌나 맑고 깨끗하고 시원해 보이자 직원이 유혹을 했다.
“우리 여기서 잠깐 발을 담그고 쉬었다 갈까?”
모두 그러자고 하여 적당한 자리를 잡아 개울로 내려갔다 서로 편한 자리를 잡아 발을 담그고 웃고 떠들며 한참을 놀았다. 직원이 또 유혹을 했다.
“날씨가 뜨거워 옷이 다 젖어도 금방 마를 거야. 우리 풍덩 들어갔다가 나오면 옷은 금방 마르지 않을까?”
모두 그렇게 하자고 했지만 나는 반대했다. 나는 여름에도 찬물로 샤워를 못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설이 잘된 사우나에 가서도 냉탕에 들어 가 본 적이 없다. 직원들은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 물장구를 치고 물싸움을 하며 야단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재미가 있었다. 어린 시절 물장구치며 미역을 감던 시절이 생각났다. 어릴 적 친구들은 어디서 무얼 하며 살까? 잠시 스치는 어린 시절에 넋을 잃고 있었다. 그때였다. 직원이 나를 물속으로 밀어 풍덩 빠뜨려 버렸다. 엉겁결에 빠졌는데 어찌나 시원하고 좋던지 한참이나 물장구를 치고 놀다가 얼마 후에야 생각이 났다. '아차!! 내 휴대폰!' 얼른 물속에서 나와 알고 있는 상식대로 폰과 배터리를 분리했다. 핸드폰은 이미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아차! PDA는?” 반대편 쪽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PDA를 꺼내어 똑같은 방법으로 분리했다. 이미 늦었다. 그것도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PDA는 회사에서 업무상 지급한 것으로 고장은 회사에서 무상으로 AS를 해주지만 물에 빠뜨리거나 잃어 버렸을 때는 전액 우리가 배상을 해야 한다. 휴대폰은 어떠한가? 요즘은 좋은 폰과 공짜 폰이 많은데 나는 유독 오래된 중고 폰을 사용하고 있다. 중고 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사용요금 때문이다. 업무상 폰을 많이 사용하는데 요금이 만만치 않다. 어머님이 장애 등급이 있으셔서 어머님 명의로 저렴하게 국가에서 주는 혜택으로 30% 할인을 받아 사용했는데 어머님이 2년 전에 돌아 가셨다. 그래서 새 폰으로 바꾸려면 어머님 주민등록증이 없기 때문에 장애 혜택도 못 받고 요금을 많이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적용받는 요금제도는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요금인데 회사에서 이득이 별로 없어 폐지됐다고 한다. 그리고 폰 번호도 011에서 010으로 바꿔야만 한다. 번호 바뀌는 것도 싫어서 고집스럽게 몇 년째 쓰고 있다. 우리는 직업상 폰이나 PDA가 사무실이나 마찬가지다. 발을 동동 구르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잠결에 흐느끼며 우는 나를 남편이 흔들어 깨웠다. 꿈이었다. 얼른 일어나 불을 켰다. 그리고 잠결에 두리번거리고 폰을 찾았다. 폰은 예쁘게 아무 일 없이 PDA와 함께 제자리에 있었다. 안도의 숨을 쉬었다. 꿈이었기에 다행이다.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면 이런 꿈을 꿀까? 나는 폰과 PDA를 어루만지며 웃었다.

사람들이 컴퓨터와 폰과 같은 빠른 현대 문명에 중독되어 있다는 말을 방송에서 들은 적이 있다. 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 폰에 중독되어 있었다. 폰은 나의 이동사무실이다. 잠시도 나에게서 떨어져서는 안 될 소중한 물건이다. 하루면 몇 번씩 걸려 오는 사무실 전화며 수없이 문의해 오는 고객들의 전화, 여기저기서 보내 주는 문자메시지들. 하루가 지나고 나면 내가 이렇게 전화를 많이 했나 의심이 갈 정도로 폰을 많이 사용한다. 가끔 이상하게 걸려온 전화에 속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010-000-0000” 분명 확실한 내 폰 번호인데 한 번 아니면 두 번 울리다가 받기도 전에 끊어진다. 고객이 제품에 이상이 생겨 전화를 했을까 하고 끊어진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보면 요즘 조심해야 된다는 대출사기전화이거나 유혹하는 이상한 전화라는 걸 확인하고 끊는다. 다음부터는 안 속는다고 하면서도 또 그런 식의 전화가 오면 고객이 아닐까 싶어 통화 버튼을 눌러 보곤 한다. 이제는 속지 않지만. 이렇게 폰은 나의 업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도 어느새 현대문명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