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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고지연
ㆍ작성일	2010-04-06 (화)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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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큰아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고지연

아무 생각 없이 뭔가를 지긋이 앉아서 몇 시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나에게 그리 많지 않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은 까닭에 오후 6시면 수업이 끝난다. 버스노선이 복잡하고 찬바람 알러지가 있기에 아침저녁으로 아들을 승용차로 실어 날라야 한다.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지만 큰 아이에 대한 나의 집착은 기도로서도 좀처럼 잠재울 수 없을 만큼 절박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아이를 무던히도 혹사시켰던 것 같다. 아이는 늘 조용하게 길들여졌고 항상 정리정돈은 물론 어려서부터 자기관리법을 철저히 습득시켰다. 가끔은 나의 무지로 인해 제때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으며 혼자공부법을 고집해 아이를 힘들게 했다.
어린 시절 5년의 외국생활은 많은 문화적 충격과 혼란을 주었다. 아이는 한글을 익히지 못한 채 귀국해 초등학교 2학년에 진학했다. 간단한 언어소통만 가능했던 아이였지만 회장이 되어 제법 학교생활을 잘 해나갔다. 그 뒤로 두 번 전학을 하고서 3학년 2학기가 되어서야 전주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난 짧지 않은 외국생활로 인해 한국의 교육현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학부모였고, 아이 역시 또래친구들만큼 사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 무렵 아이는 학교수업 내용을 반도 이해하지 못한 듯싶었다. 어휘 부족으로 인해 학습 자체를 따라가는데 역부족이었고 특히 사회 과목을 이해하지 못했다. 4학년이 될 무렵 아이와 나는 공부를 시작했다. 늦게나마 못했던 공부와 일을 시작해 보려는 나를 아이는 극구 말렸다.
아이는 뭐든지 열심히 했다. 기대에 저버리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는 아이를 보며 고맙고 감사했다. 욕심이 많던 큰아이는 그 때부터 앞만 보고 달린 듯하다. 또래아이보다 점잖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던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가 늘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고 시험 전날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또 온몸에 아토피가 생겨 가려움을 호소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이 아이를 더 바른생활을 하는 아이로 옥죄었고 남들도 다하는 사춘기를 누릴 여유조차 없는 듯 보였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 끝자락에서 아이는 반항하기 시작했다. 특목고에 가겠다는 아이와 일반고에 진학하라는 나와의 의견충돌이었다. 난 준비 되지 않은 특목고 입학은 무의미하다며 말렸고, 아이는 한사코 시험이라도 보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 말렸는지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때부터 아이의 공부열정은 서서히 시들해져 뒤늦게 시작한 외국어 공부는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계속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의 아이의 방황은 나에게 절망감과 고통을 주었다. 한 번도 힘든 내색을 않던 아이가 왜 자기를 외국에 데려가서 이 고생을 시키느냐고 울먹이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무너졌다. 몇 개월의 방황을 끝내고 아이는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아빠 때문에 아무 필요도 없는 일본어만 배웠다고 투덜대던 아이는 일본대학 진학을 위해 열심히 일본어 유학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공부, 유학시험 준비, 영어 토플시험 준비, 어느 것 하나 도움 없이 꿋꿋하게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언젠가 아는 동생이 그랬다. 큰아이는 실험대상이라고. 그렇다. 큰아이는 나의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작은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다. 큰아이와는 달리 늘 여유가 있으며 자기주장이 강하다. 그런 작은아이를 보며 “넌 행운아야, 작은애로 태어나서.”라며 혼잣말을 해본다. 큰아이는 휴일인데도 아침부터 공부에 열심이다. 그 모습을 보며 안도감을 느끼는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가. 큰아이에 대한 집착은 아직도 좀처럼 잠재우기 어려운 숙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