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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수홍
ㆍ작성일	2010-05-05 (수)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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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매기(6)
부산 갈매기(6)
- 이기대 수변공원 -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수홍

날씨가 참 좋다. 아침 밥상머리에서 아들이 오늘은 어디를 가보고 싶으냐고 묻더니 가야할 관광코스를 알려주었다. 이기대공원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영화 한 편을 보라고 했다. 부산에서 2주일간 있는 동안 관광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곳은 전철이 연결되지 않은 지역이라 아들이 준 교통카드로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이기대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수영성을 함락시키고 경치 좋은 이곳에서 축하잔치를 열었다. 수영의 기녀 두 사람이 잔치에 참가했다가 왜장에게 술을 권하고 술 취한 왜장과 함께 물에 빠져 죽었다. 그 두 기생이 이곳에 묻혀 있어서 이기대(二妓臺)라고 했다. 아내에게 이기대가 어디 李씨냐고 물었더니 부산 李씨이고 항렬은 臺자라고 했다. 항렬로 보아서 나와 종씨인 경주이씨는 아님이 ‘학실’하다고 농담을 하며 웃었다.
저 멀리 광안대교와 해운대 해수욕장이 보이고 해안을 따라 3km쯤 걸으면 오륙도가 나온다.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치마바위, 농바위의 비경은 빼놓을 수 없다. 순환도로가 나있어서 관광하기에 좋으나 도보로는 어려워 매년 10월 ‘부산불꽃축제’가 열리는 영화 <해운대> 촬영장소까지만 다녀왔다.

집 옆에 있는 <두다리> 튀김전문집에서 세트로 된 떡볶이, 오징어튀김, 오뎅을 간식으로 먹었다. 규모는 비록 작지만 외국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유명한 집이라며 아들이 먹어보라고 권한 음식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백화점 신세계센텀시티와 손을 잡고 나란히 서있는 롯데백화점 안의 롯데시네마로 갔다. 5관의 오후 7시 프로그램인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보았다. 2010년 4월 28일 개봉한 작품이다. 이영화 티켓도 아들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 주었다.
“천만 관객의 신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귀환! 5년간의 기획! 100일간의 촬영! 전국 8도의 비경을 담은 대규모 로케이션! 한국의 그래픽 노블! 만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영화로 재탄생! 글로벌 마켓을 매료시킨 한국 사극의 미학! 해외 5개국 선 판매 쾌거!”라고 기록된 팜플릿을 본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우리 고장 출신 정여립의 대동계 이야기여서 더 반가웠다. 관람도중 슬며시 입을 아내 귀에 대고
“여주인공 한지혜가 당신보다 못생겼다, 특히 귀가.”
아내가 내 손을 꼭 쥐는 것은 기분 좋을 때 하는 몸짓임을 알 수 있었다. 끝나고 나오면서 아내에게 "여보! 남자주연 차승원과 나와 누가 더 잘 생겼어?"라고 했더니,
“물론 당신이죠. 당신은 판소리에 북을 칠 것이 아니라 탤런트가 됐어야 할 사람이에요.”라고 했다. 우문현답이다. 역시 칭찬은 좋은 것이다.

영화를 보고 전철을 타니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끔 아들이 위치를 물어보고 어떤 것은 빼놓지 말고 보고, 무엇을 먹으라며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아침식사 때는 가이드이고 관광 중에는 원격조정 내비게이션이었다. 이번 부산에서의 2주간은 진한 혈육의 정을 다시 한 번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보석보다 귀한 생활이었다.
[2010.4.29.목.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