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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수홍
ㆍ작성일	2010-04-28 (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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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매기(3)
부산 갈매기(3)
- 황령산 봉수대 -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수홍

어젯밤부터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 개었다. 바람이 좀 불었으나 오늘은 광안리 해수욕장 둑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파도가 방파제를 때려 솟구치는 물방울을 피하면서 등산복 모자를 둘러쓰고 걸었다. 메가 마트를 구경하고 남천 해변시장에 가서 개상어회를 사왔다. 처음 먹어본 개상어회의 맛도 괜찮았다.

오후 4시에 금령산에 올랐다. 황령산이라고도 한 이 산의 정상까지 도로가 포장되어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은 늦은 오후라서인지 걷는 사람보다는 차량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산악회 등산조끼를 입고 내려온 사람들은 있었으나 오르는 사람은 우리 내외뿐이었다. 가로수 벚꽃의 꽃잎이 도로에 쌓여있어서 카펫을 걷는 듯 폭신했다. 등산길이 있었으나 비가 온 뒤라서 미끄러울 것 같아 도로로만 1시간 40분을 걸어 정상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봉수대(烽燧臺)가 설치되어 있고 옆에 KBS, MBC 방송국 송신소가 있었다. 봉수대는 비지정 국방문화유적으로 역사가 있는 곳이다.

조선 세종 7년(1425년) 처음 문헌에 나타나며 해마다 산신제와 함께 봉화 재현 행사가 열린다. 임진왜란 때 불을 피워 전쟁을 알린 중요한 사적지며 해운대의 간비오산 봉수대와 함께 부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봉수대는 고려시대부터 사용한 통신시설로 약 30리마다 산꼭대기에 봉화대를 두고 낮에는 연기를, 밤에는 불을 올렸다. 평시에는 1번, 적이 나타나면 2번, 적이 접근하면 3번, 적과 싸우면 4번을 올리는 방식으로 서울까지 연결되었다고 한다. 동쪽으로 해운대의 간비오산 봉수대, 서쪽으로는 엄광산 구봉 봉수대, 북으로는 계명산 봉수대 등과 연결하도록 되어 있었다. 5개의 봉화구가 있으며 1898년에 그 기능을 상실했다가 1976년에 복원했다.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부산 시가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도 있었다. 노래가 절로 나왔다.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는가?/ 꽃처럼 어여쁜 그 이름도 고왔던 순이 순이야/ 파도치는 부둣가엔 지나간 일들이 가슴에 남았는데/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내려 올 때는 경사진 길이라서 발만 옮기면 되어 편했다. 전주에서 모악산 정상을 자주 다녀온 만큼 몸으로 알맞게 느낄 수 있는 피로감이 왔다.
마침 퇴근한 아들과 오전에 떠온 개상어 회로 회덮밥을 만들어 먹었다. 적당한 운동에 와인 한 잔을 곁들였더니 일미였다. 산다는 것이 무엇이고 행복이 별건가! 하루의 삶이 이만하면 된 것 아닌가.
[2010.4.22.목.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