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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고영길
ㆍ작성일	2010-04-30 (금)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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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정비사가 된 할아버지
자동차 정비사가 된 할아버지
전북대학교 평생학습원 수필창작반 고영길

나는 자동차 정비기술자다. 고장 난 자동차를 고치지 못하는 게 없다. 요즘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헬리콥터, 중장비까지도 다 고친다. 국산차는 물론 외제차도 내 손만 거치면 안 고쳐지는 차가 없다. 수리는 물론 서비스로 세차까지도 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기름도 가득 채워 준다. 그렇다고 수리비를 비싸게 받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 정비공장은 인천에 있다. 정비공장은 가끔 한 번씩 가는데 한 번 가면 수십 대의 차가 밀려 있다. 그중에는 별로 고칠 데가 없는 차도 점검을 해 달라고 한다. 아마 공짜로 세차도 해 주고 기름도 가득 채워 주니 갈 때마다 많은 차가 대기하고 있다. 가끔은 자동차 정비공장 주인이 얄밉기도 하다. 어쩌다 한 번씩 가는데 쉴 틈도 없이 자동차 수리부터 해 달라고 하지만 짜증을 낼 수도 없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자동차 정비소부터 설치한다.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라인이 가동될 때 차가 조립되어 나오듯이 정비소도 라인만 설치하면 거의 자동으로 점검이 되기 때문에 수리하기가 편리하다. 점검을 하면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은 즉시 수리를 하고 폐차를 해야 할 것은 별도로 분류해 놓는다. 타이어 펑크가 난 것은 때우고, 엔진오일을 교체하기도 하며, 가끔은 미션오일을 교체할 때도 있다. 어떤 차는 교통사고로 파손되어 고치는데 힘들 때도 있다. 웬만하면 폐차를 해야 한다고 한쪽으로 내놓는다. 요즘은 변신이 되는 차도 여러 종류가 있어 이런 차를 수리하는 데는 애를 먹는다. 헬리곱터가 트럭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수륙겸용 차도 있다. 심지어는 차 한 대가 네 가지 종류의 차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정비공장 주인이 자동차 수집광이다. 국산차는 물론 외제차도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많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꼭 사야 직성이 풀릴 정도다. 다만 경제력이 없으니 마음에 드는 모델이 나오면 부모님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부모도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니 새로운 모델이 나오는 대로 사 줄 수는 없다. 그래도 웬만하면 아들이 원하는 것은 사주는 편이다.

공장장은 서너 살이나 되었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다. 자동차의 종류도 우리보다 더 많이 알고 지나가는 차를 잘도 알아맞힌다. 어려서부터 자동차를 좋아하니 장난감 가게에 가도 거의 자동차만 샀다. 밖에 나갈 때나 할아버지 집에 올 때도 자동차는 몇 대씩 가지고 다닌다. 심지어 잘 때에도 손에 자동차를 쥐고 잔다. 올해 여섯 살이니 이제 자동차에서 로봇이나 다른 완구를 좋아할 만도 한데 오로지 자동차다. 엊그제 생일이라 선물을 사주려고 다녀왔는데 이번에도 역시 자동차를 원했다. 요즘은 다양하게 변신이 되는 것도 있어 가격이 만만치 않다. 요즘은 신차가 나오면 장난감으로도 바로 나오곤 한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신차를 개발하면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차도 바로 개발하여 그 매출액도 엄청날 것 같다.

손자가 인천에 사는데 가끔 한 번씩 간다. 갈 때마다 수십 대의 자동차가 들어있는 바구니를 가지고 와서 수리를 해달라고 내놓는다. 내가 한 대씩 보고 어디가 고장이 났다고 하면서 수리를 하는 것이 재미가 있는가 보다. 정비소처럼 세팅을 해놓고 한 대 한 대 점검을 하면서 수리를 해야 한다. 대충대충 하는 것도 싫어한다. 어떤 고장이 났다고 하고 고치는 시늉을 해야 한다. 그러니 자동차 수리용어도 많이 알아야 한다. 똑 같은 말만 되풀이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손자한테 가려면 자동차 수리기술도 익혀야 하고, 이야기와 노래도 하나 준비해야 한다. 잠을 잘 때면 내 옆에서 자면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고 노래도 하나 불러 달라고 한다. 며칠을 같이 자게 되면 해줄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아서 한 이야기를 또 해주기도 한다. 잠이 금방 들 때면 잘 모르고 넘어간다. 노래도 보통 쉽게 부를 수 있는 ‘엄마가 섬 그늘에’를 여러 번 불러도 다른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진 않는다. 어떤 때는 내가 피곤하니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고 내가 먼저 잠들 때도 있다.

자주는 못 보지만 반갑게 맞아 주고 같이 놀아달라며 잠 잘 때도 내 곁에 와서 자는 것이 귀엽기만 하다. 노년에 얻은 직업 자동차 정비, 요즘 이런 직장 얻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하려니 싶다. 즐거운 평생직장이 되길 바랄 따름이다. 일자리를 마련해 준 손자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