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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효순
ㆍ작성일	2010-05-28 (금)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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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보다
시(詩)를 보다
-영화 감상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효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영화로 보였다. 오로지 ‘밥’을 위해서 사는 사람은 상처가 적을 것이다. 내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나로 인해서 생겨나는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살아도 될 테니까.
예순 다섯 살인 미자는 이혼한 딸의 아들을 키우면서 사는데, 반신불수가 된 남자를 목욕 시키는 파출부 일이 그녀의 돈벌이 수단이다. 신체는 건강한 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가끔 일상적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애를 먹다가 알츠하이머병이 진행 중이라는 선고를 받는다. 지금은 명사 정도만 기억이 안 나지만 나중에는 동사도 생각나지 않게 될 거라고 한다.
그녀가 사는 집은 10평정도 되는 아주 낡은 아파트이다. 숨쉬기도 답답하게 느껴질 만큼 비좁은 공간 안에 잡다한 살림 도구들이 가득하다. 중학교 3학년인 손자와 함께 사는 그 공간 안에는 ‘꿈’이나 ‘아름다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손자 또한 무정한 살림 도구 중 하나 같다. 그런 와중에 손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강물에 투신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죽기 전에 그 여학생은 동기생인 남학생 여섯 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해왔는데 미자의 손자도 그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미자는 멋쟁이다. 늘 꽃무늬가 있는 옷을 입는다. 목에는 얇은 레이스 머플러를 두르고 꽃 리본이 달린 모자를 쓰고 다닌다. 그리고 시(詩)를 쓰고자 한다. 문학 강사에게 배운 대로 시를 쓰기 위해서 메모를 하고 대상을 ‘자세히 보아야 한다.’기에 그리하지만 시가 찾아오지 않아서 애가 탄다.
문학 강사가 ‘아름다웠던 순간‘을 말하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미자는 서너 살 어린 나이에 언니에게서 받았던 포근한 사랑을 기억해 내면서 눈물을 흘린다. 다른 한 사람은 불륜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그 사랑 때문에 한없이 아팠음에도 그것은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노라고 말한다. 상황은 다 다르지만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순간이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말한다. 석가탄신일 특집으로 방송한 법정 스님 프로그램에서 생전의 법정 스님이 ‘사람이 어떻게 사랑 없이 살 수가 있느냐.’고 반문하시던 모습이 겹쳤다.
그녀가 마지막 순간까지 시 한 편을 완성하고자 애쓰던 것은 결코 놓을 수 없는 삶의 끈이었던 것 같다. 미자가 늘 예쁜 옷을 입고, 시를 쓰고자 갈구하던 그 마음은 미자가 살면서 추구한 가치인 ‘아름다움’이었을 것이다. 밥의 힘만으로 살 수도 있지만 사람은 ‘사랑으로, 아름다움으로, 희망으로 산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네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손자를 고발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아름다움과는 역행하는 삶이다. 또 시를 쓰고자 하는 그녀에게서 단어를 빼앗아 가는 일은 그녀가 세상에 더 이상 발붙이고 서 있을 힘이 없어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미자는 상처가 나지 않은 고운 꿈을 간직했던 그 여중생 소녀가 되어서 아름다운 세상으로 날아가 버렸다. 미자는 그 나라에 무사히 도착했을까. 그 나라에서도 여전히 ’멋쟁이‘로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