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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학
ㆍ작성일	2010-05-25 (화)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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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순왕과 김정일
신라의 경순왕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 학

시방 한반도가 몹시 시끄럽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선거유세 확성기 소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은 천안함침몰사건의 후폭풍 탓이다. 천암함침몰사건이 북한의 어뢰공격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마치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럽다. 우리 대통령은 천안함사건과 관련하여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남북 간 교역‧교류 전면중단, 북 선박 남쪽해역 통과 봉쇄, 확성기‧전단 살포 심리전 재개, 서해에서 한미 대잠수함 훈련, '천안함' 유엔 안보리 회부 추진, PSI 역내 해상차단훈련 참여 등 북한에 대하여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남북관계는 다시 냉전시대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북한은 천안함침몰사건을 남조선의 자작극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를 "반공화국 대결광신자의 궤변"이라며 "6‧15 공동선언과 그 실천 강령인 10‧4 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파기하는 특대형 범죄"라며 지나친 비난을 하기도 했다.
통일이라는 아름다운 꽃이 피기를 기다리던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남북관계는 지금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금방이라도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연될 것 같은 심각하고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금 세계인의 눈과 귀는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도는 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손을 잡고 북한을 압박하면 할수록 북한은 중국의 품에 안겨 꽁꽁 숨으려 할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자꾸만 더 가까워지고 있다. 아마 8촌이 4촌쯤으로 밀접해졌을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역사를 되돌아보며 교훈을 찾아 볼 일이다.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56대 경순왕(재위 927~935)은 부끄럽게도 후백제 임금 견훤에 의해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끊임없는 후백제의 공격에 시달려 국력이 쇠퇴해지자 결국 신라의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후백제의 견훤이 아니라 고려 태조 왕건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당나라의 힘을 등에 업고 3국을 통일했던 강한 신라가 결국은 그렇게 멸망하고 만 것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경순왕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고희를 눈앞에 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의 건강도 좋지 않고, 북한의 경제도 어려우며, 후계자 문제도 아직은 미완성 상태다. 그런데 북한에 대한 세계 각국의 고립정책이 강화되어 견딜 수 없게 되면, 경순왕이 왕건에게 신라를 바쳤듯, 북한을 중국에 헌납해 버릴지 누가 아는가? 만일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역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만을 민족의 배신자라고 기록할까? 고양이가 쥐를 쫓더라도 도망갈 길을 열어두고 쫓으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쥐도 목숨을 걸고 고양이에게 달려들 수도 있는 법이다.
북한 동포는 남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핏줄이다. 우리는 언제라도 서로 보듬고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야 할 같은 핏줄이라는 이야기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민족의식마저 잊어서는 안 될 줄 안다.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선조, 역사의 죄인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게 아닌가?

(수필가,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