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고, 파랑새 한 마리가 날고 있었다. 나는 그 파랑새를 따라 달렸다. 손에 닿을 듯하여 팔을 휘졌다가 꿈에서 깨어났었다. 동화 '파랑새'를 읽은 뒤부터 가끔 나는 이런 꿈을 꾼다. 메테롤 링크는 동화 속에서 파랑새를 찾아다니다 돌아와 보니 그 파랑새는 내 집안에 있었다며 파란 색깔의 새를 행복에 비유했다. 작가 조선희는 ‘파란꽃’이라는 소설에서 시간의 변화에 따른 주인공의 심경변화를 과거 회상과 비현실의 꿈을 푸른색에 대비하여 표현했다. 소설가 최인호는 소설 ‘깊고 푸른 밤’에서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욕망을 무모하게 시도하다 좌절한 청춘을 깊고 푸른 밤으로 묘사했다.
여러 예술가들이 내면의 메시지를 푸른빛으로 나타내곤 한다. 특히 미술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인상주의 화가 세잔은 그림속의 그림자 부분을 파랑색으로 칠했고, 피카소는 자신의 작품 활동의 한 시기를 정하여 '청색시기'라 명하고 자화상을 온통 푸른색으로 처리했다. 프리드리히는 '좌절된 희망'이라고 이름 붙인 그림에서 바다 얼음 속에 난파된 배들은 어두운 푸른색으로, 하늘은 특이하게 차갑고 밝은 파랑색을 사용했다.
파란색은 빨강, 초록과 함께 빛의 삼원색이다. 푸른빛은 안정을 시키고 평화로움을 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빨강은 힘을 발산하지만 파랑은 힘을 흡수한다. 정신과 병동을 푸른색으로 도색하여 그 효과를 입증한 통계도 있다. 파랑빛은 청명, 고요, 젊음, 동경, 무한을 나타내며 하늘, 바다, 여름, 파도 등의 위대한 자연을 대표하는 색이기도 하다.
푸른색은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청운의 꿈이나 파랑새처럼 행복과 희망을 전달하며, 성공과 노력을 뜻하기도 하여 병세가 호전되거나 상황이 좋아질 때 청신호가 켜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반면에 서양에서의 파란색(Blue)은 우울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울증을 ‘Blue Devils'이라 하고, 여성의 생리일을 ’Blue Monday'라 칭한다. 짧은 기간 동안 이직(移職)을 반복하는 직장인이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상만을 추구하는 것을 ‘파랑새 증후군’이라고 한다.
파랑색은 파란색, 푸른색, 물색, 남색, 군청색, 하늘색, 진옥색, 청죽색, 당파색으로도 불린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을 '눈이 부시게 푸르다', '시리도록 파랗다'라고도 표현한다. 파란색은 남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푸른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전을 즐기고 생각이 깊으면서 과감한 행동력을 갖는다.
푸른빛의 보석에는 토파즈, 에머럴드, 비취 등이 있다. 토파즈는 내 생월달인 11월의 보석이기도 하다. 덕분에 남편으로부터 목걸이와 귀걸이, 반지 등 한 셋트를 생일 선물로 받아 즐겨 착용하고 있다. 서양인 중에는 푸른색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 있다. 멜라닌 색소가 부족하여 그렇다는데 파란색 보석이나 푸른빛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마치 잔잔한 호수를 보는 것 같다.
지금 내게는 희망 한 가지가 있다. 부단한 수련으로 나만의 문학성이 높은 수필집을 완성하는 일이다. 문학이라는 그 파랑새를 어서 잡고 싶다. 이것이 나에게 푸른 희망이다. 꿈을 꾼다. 파랑새를 따라서 달린다.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 손을 휘젓다가 잠에서 깬다. 소망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나의 이런 꿈은 계속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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