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히 몸 풀기 체조를 하고 나서 습관처럼 집어 드는 몽당비, 그가 바로 나의 첫 친구이다. 나는 그 몽당비로 밤새 담 넘어 길로 떨어진 무궁화 꽃, 대문밖 항아리에 심어 놓은 분꽃나무에서 떨어진 꽃잎, 뜰 안 여기저기에 떨어진 꽃잎들과 잎사귀들, 옥상 위에 심은 여러 가지 채소들에서 떨어진 것들을 그와 함께 깨끗이 치운다.
이 몽당비는 친정아버님께서 평생에 해보지도 않으시던 분이 텃밭가장자리에 비자루수수를 심어 서투른 솜씨지만 야무지고 예쁘게 만들어주신 것이다. 아버님은 그 해 봄 79세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이 몽당비를 쓸 때마다 아버님생각이 난다. 1991년 몽당비가 우리 집에 올 때는 키도 제법 크고 몸에는 삼색 색실로 예쁘게 단장한 우아하고 멋진 비였다. 하지만 주인인 나는 이 비를 데려오자마자 가혹하리만큼 부려먹기 시작했다. 지금 사는 집을 지을 때 날마다 길거리에 늘어진 건축 찌꺼기, 옥상 위의 모래찌꺼기 등 험한 것은 다 쓸어내야 했다. 그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일을 하다 보니 오늘날 머리카락도 다 빠지고 키도 작아져 볼품없는 몽당비의 몰골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난 시장에서 키가 큰 멋진 비를 하나 사다 사용해 보지만, 어쩐지 키만 크면서 엉성하여 시키는 일에 고분고분 잘 듣지 않고, 일을 시키면 거칠어 마음에 들지 않아 잘 쓰지 않고 한쪽 구석에 모셔 놓고만 있다. 하지만, 아버님의 솜씨가 담겨있는 이 몽당비는 왔을 때부터 주인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잘도 해낸다. 좁고 구석진 곳도, 더럽고 냄새난 것도, 험한 모래밭도 가리지 않고 깨끗하게 잘도 쓸어낸다. 그러니 이렇게 충직하고 성실하게 일 잘하는 몽당비를 내 어찌 싫어하겠는가. 피부는 검고 몸은 닳아져 비록 볼품은 없어졌지만 마음만은 세상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을! 나는 몽당비 머리에 다시 고운 헝겊으로 모자를 씌우고 몸에도 예쁜 끈으로 치장을 해주면서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요즘세상을 보면 세 가지 기피 현상이 있다. 힘든 것, 더러운 것, 위험한 것, 이런 것들은 누가 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하기 싫으니 네가 해야 한다는 생각들로 너도나도 지식만을 머리에 집어넣고, 남을 이용해서 이런 일들을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그러고도 남을 위한 일 좀 하면 사진까지 찍어 보이면서 생색내고 자랑하지 않는가. 성경에서 ‘왼손이 한일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는 진리말씀 다시 되새겨보게 한다.
현 사회는 교회며, 사찰이며, 각종 종교가 난무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자기희생 없는 봉사가 어디 있던가. 말로는 애국자요, 봉사자요, 선량한 자라고 자처하지만 진정 내 몸이 닳아빠지도록 남을 위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들을 묵묵히 실천 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 우리 집 몽당비 같은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였으면 오죽 좋으랴!
어리석은 나는 항상 나의 일생이 볼품없는 몽당비처럼 되어버린 것을 한탄하며 투덜거리고 속상해하였다. 오늘부터 생각을 바꿔야겠다. 남은 생애는 화려하기만 하고 거추장스럽게 생겨서 별로 쓸모없는 새로 사온 비 같은 사람은 되지 말자. 우리 집 몽당비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잘 해내는 삶을 살아보자.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 그리고 사랑 받는 사람이 될 것을 아버님 전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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