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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임경
ㆍ작성일	2010-07-15 (목)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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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은 내 이름
새로 지은 내 이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 야간반 김임경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을 참고 견디니, 우뚝 서있는 벚꽃 나무도 어느새 하얀 속살을 살포시 내 놓으며 선남선녀들을 유혹한다. 이 봄날 내 삶을 되짚어 본다. 좋은 날도 있었고 힘든 날도 있었지만 2009년은 가장 힘들었다. 그런데도 내 스스로 잘 견뎌내어 대견하기도 한 한 해였다.
몸도 아파서 삶에 대한 의욕도 없어지고 한 번 어려운 일이 겹치면 왜 그렇게도 좋지 않은 일들만 생기는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이 답답하여 무언가 의지하고 싶어 어느 철학관을 찾았다. 이름과 사주를 적어주니 그 선생님은 시에 천복이 있어 좋으나 음양오행으로 볼 때 나무가 없으니 이름에 나무를 넣어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올 봄 갑자기 이름을 한 번 바꾸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의 의견을 물었다.
처음에는 그 나이에 무슨 개명이냐며 그냥 살라고 하더니 내가 정말 바꾸고 싶다니까 본인이 원하면 좋은 이름으로 바꾸어 보라고 했다. 남들도 젊은 시절 다 보내고 이제 와서 50여년이나 사용해온 이름 석 자를 버리고 새 이름으로 바꾸는 이유가 뭐냐고 했다. 그러나 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촌스럽게 느껴지는 내 이름이 싫어서 가명을 쓰기도 했었다.
사춘기 시절에는 예쁜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다. 왜 우리 부모님은 내 이름을 촌스럽게 지어서 친구들의 놀림을 들어야 하는지 그게 싫었다. 선생님께서도 반드시 착하라고 '필선'이라고 지었구나 하시면서 장난처럼 이야기할 때도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었다. 개명하기 전 이름은 김필선. 남아선호사상이 심했던 나의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서는 어머니가 언니를 낳고 내가 태어나자 또 딸을 낳았다며 이것저것 가리지도 않고 딸 그만 낳으라면서 마칠 필 자에 돌림자 착할 선을 넣어 필선이라고 지으셨다고 한다. 이름 덕분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밑으로 남동생 둘이 생겼으니 터를 잘 팔았다고 할아버지의 귀여움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내면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 이름이 아닌 가명을 쓰기도 하였다.
지금은 아이 셋을 둔 엄마이고, 내 이름이 아닌 누구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되어 있으니 내 이름은 점점 무디어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불현듯 예쁜 이름이 아닌 좋은 이름이 가지고 싶어졌다. 남들은 소박하고 소탈한 이름이라지만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고 한 번 이름을 바꾸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하루라도 빨리 좋은 이름이 가지고 싶어서 지난 5월 8일 전남 구례까지 가서 좋은 이름을 받아왔다. 내 사주에 나무가 없어서 수풀 림을 꼭 넣어야 한다며 김임경을 선사해 주었다. 수풀 림에 빛 경. 숲에 빛이 드니 얼마나 좋은가? 어두운 곳에 빛이 되라는 뜻으로 마음에 새기며 법원에 개명허가를 신청하였다. 법원에서 개명 허가가 나고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김임경으로 다시 발급을 받으니 기분은 뭔가 시원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복잡한 여러 절차를 마치고 내 인생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새롭게 시작하리라 마음먹는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걸음마부터 시작하듯이 첫발을 내딛는 어린 아기처럼 성큼 한 발을 세상에 내딛는다. 김임경으로.
일생을 축구경기에 비유한다면 이제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휴식기간 내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후반전 정말 멋진 골을 넣어 새로 지은 이름처럼 세상에 작은 빛이라도 되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