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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명자
ㆍ작성일	2010-08-24 (화)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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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에서 놀다
하늘바다에서 놀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명자

“떠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할까?”
여름방학 중 내 생애 빛나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 전남 여수 카프 아일랜드 펜션에서 머물기로 한 것이다. 카프 아일랜드는 이국적인 이름만큼 하얀 집이 바위 위에 지어진 신비의 별장이었다. 일출이 아름다운 곳으로 국내에서 유명한 펜션이다.
펜션의 넓은 창으로 보는 여수 바다의 비경은 탁 트인 대자연의 향연이었다.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인 대자연의 서사시가 교향곡처럼 웅장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그래, 잘 왔어. 잘 왔어.”라고 마법의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배들은 소리 없는 삶의 흐름이 숨을 멈추듯, 마치 태초의 정적 속으로 들어가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에는 목화솜처럼 포동포동한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에 살포시 내려앉았고, 쪽빛 바다는 수평선과 하나 되어 마음속의 작은 꿈들이 나풀나풀 춤을 추고 있었다.
“우와, 하늘이 정말 예쁘다.”
방안을 이리저리 콩콩거리며 돌아다니는 여동생은 섬마을 처녀가 되었고, “하늘만 곱나, 바다는 뭐라 표현할 수 없어.” 하며 들뜬 기분에 준비해 온 짐들을 거들떠보지 않는 나는 섬마을 숫총각이 되어버렸다.

이번 여행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냥 푹 쉬고 오기로 했었다. 뭔가 열심히 찾아다니는 모범적인 여행 계획에서 벗어나 산책도 하고 오랜 시간 방파제에 앉아서 하늘만 실컷 바라보다가 순간순간 변하는 하늘의 위대함과 무서움이 동시에 밀려오면 눈을 질끈 감아 버리자. 물결치는 파도 문양을 새겨보고 그리다가 싫증나면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 기지개를 펴자. ‘바다를 떠나지 않는 배들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지? 바다를 넘으면 그 너머 건너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다는 많은 소년들이 무지개를 찾아 떠나게 했고, 콜럼버스는 미지의 대륙을 향해하며 신대륙 개척에의 꿈을 꾸고 나는 그리운 엄마를 찾아 바다를 품는다.

하늘과 바다는 채움과 비움이다. 바다를 닮은 비움은 집착이다. 그것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다. 각자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되는 것을 조건 없는 사랑의 명분으로 기대하고 허물어지면 다시 시작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연습시키는 집착이다. 스스로 오지랖이 넓다고 생각하는데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바다를 보면서 ‘내 인생의 오류 모드가 접속 중이다’ 는 걸 깨닫는다. 바다의 물결은 쉼 없이 다가오고 밀려간다. 밤바다의 거룩한 두려움을 보고 싶어서 늦은 밤까지 바다를 기다렸다. 칠 흙 같이 까만 밤바다는 철썩 철썩 소리만 났다. 창밖으로 보는 밤바다는 뭔가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고요함에 무서움이 달려들었다. 그래서 얼른 이불을 뒤집어썼다. 휴우~~ . 간이 콩알 만해졌다. 한층 고요해진 밤바다는 잔잔한 물결과 높은 파도에 넘실대는 포효성이 내 마음의 집착과 같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바다가 내 안의 부족한 비움까지도 사랑해주길 바랐다.

하늘을 닮은 채움은 열정이라 생각한다. 머무는 동안 일출을 기다렸다. 태양은 날마다 떠오르지만 그 태양을 우리는 매일 볼 수 없다. 특히 여행지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아일 것이다. 푸르스름한 물 위에 불그레한 기운이 돈다. 서서히 색채의 신비를 한 층 한 층 벗겨가며 조금씩 붉은 정체가 나타난다. 해가 솟아오른다. 박두진의 시 <해>의 노랫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띈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태양은 자신의 열정으로 솟아오른다.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열정은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열정은 성실이요, 자기 약속이며, 자기 신뢰이다. 일출을 보며 오지 못한 가족들이 그리워 눈시울을 적셨다.

느린 여행은 행복이었다. 하늘바다는 내가 머문 방 이름이다. 젊고 잘생긴 펜션 주인은 방 이름을 하늘바다라 했다. 왜 주인은 하늘바다라 정했을까 궁금해진다. 하늘바다에서 비움과 채움의 와인을 마셨다. 와인의 은은한 향기는 온몸을 감싸고 촉촉한 몸은 생기를 되찾는다. 태초의 여인처럼 하늘바다 안에서 하늘과 바다와 놀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말없이 다가와 아무런 자취 없이 떠나는 빛나는 여름여행이었다.

(201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