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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수홍
ㆍ작성일	2010-09-01 (수)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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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와 리모델링
A/S와 리모델링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수홍

우리내외는 아침 청소로 일과를 시작한다. 전에는 앞산을 올라가 운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었다. 요즘은 17개월짜리 손녀 은수가 8시에 오니까 청소를 해야 한다. 청소도 운동이라고 생각하니 신바람이 난다. 음식쓰레기는 아내가 처리하고, 분리수거 쓰레기처리는 내 몫이다. 방바닥을 소독된 물 티슈로 닦는 일도 내가 한다. 손녀는 방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고, 손녀가 뱉어낸 음식은 아내가 주워 먹는다. 그래서 방바닥을 머리털 하나 없이 깨끗이 닦는다. 그러고 나서 7시 안에 아침밥을 먹는다. 땀을 흘리면서 청소를 마치고 샤워를 한 뒤 먹는 아침 밥맛은 꿀맛이다.
옛날 우리 부모님들은 오일장에 갈 때면 새벽밥을 먹었다. 출근할 일도 없는데 빨리 밥을 먹으면서 오늘은 어느 장으로 갈까라고 한다. 1일 6일이면 순창 장, 2일 7일이면 내 고향 구례 산동 장, 3일 8일이면 구례 장, 4일 9일이면 남원 장, 5일 10일이면 곡성 장에 가자면서 밥을 먹는다.

그리고는 그날의 일과 계획에 대하여 말이 이어진다. 그런데 오늘은 느닷없이 아내가 고등학교 1학년인 손녀 영인이가 쌍까풀 수술을 할머니가 해 주셔야 한다고 했단다. 나는 제 엄마 라식수술을 우리가 해 주었으니 시집가서 나중에 시부모에게 해 달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아내는 둘째며느리도 우리가 라식수술을 해 주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원래 A/S는 생산회사에서 하는 것이니 친정에서 해 주어야 하는데 괜히 우리가 해 주었다고 말하니, 아내 왈 A/S가 아니고 리모델링이라 우리가 해 주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A/S는(After-Sales Service) 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말한다. 상품의 사용법을 알려 주거나 구입한 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교환, 또는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는 일이 A/S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잘못 만들어진 것이 아니지만 더 좋게 고치는 것이 보통이다. 라식수술은 잘못 만들어진 눈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도수 높은 안경을 벗기려고 하는 수술이라 리모델링이다. 그래서 생산자인 친정에서 할 일이 아니고 소비자인 시집에서 해 주어야 하는 게 타당하다고 하였다.

세상 이치가 다 그렇다. 그래서 진리는 하나인 것이다. 막내며느리는 아직 A/S나 리모델링을 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손녀를 낳으면서 개복수술을 한 후유증으로 고생을 했으나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족 모두에게 A/S나 리모델링을 할 일이 없을 테니 우리 내외의 인생이나 10년 젊게 리모델링해서 살자고 했다. 20년쯤 젊게 했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큰 아들을 내가 열 살 아내가 6살에 낳은 것이 되니 천상 10년 정도 젊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몸은 10년 마음은 20년 젊게 리모델링하자고 했다.
식탁정담(食卓情談)을 하는 동안 손녀가 올 시간이 되어 집 앞으로 나갔다. 서쪽 하늘에 음력 스무이틀 하얀 반달이 솜털방석을 깔고 앉아 있었다. 태풍7호 곤파스가 온다고 야단인데 하도 반가워서 뛰어가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서 그 달을 담았다. 해님도 버리기가 아까워서 두고 보는 것일 게다. 자세히 보니 우리가 한 식탁정담을 엿듣고 방긋이 웃고 있었던 것 같다.
(2010.9.1.화.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