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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의
ㆍ작성일	2010-08-30 (월)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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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 폭포
옥계 폭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

6‧25도 피해갔다는 영동의 깊숙이 자리 잡은 옥계폭포는 비단 자락을 펼친 듯 은밀하고 신비스러웠다. 깎아지른 것 같은 절벽에서 내리꽂히는 물줄기는 무려 20m에 이르며 주위 경관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아름다웠다. 일명 박연폭포라고도 부르는 이 폭포는 박연 선생이 말년을 고향인 영동 옥계폭포에서 음률을 벗 삼으며 지냈다고 하여 부쳐진 이름이다. 난계 박연 선생은 조선 초기 궁중 음악을 정비해 국악의 기반을 구축한 우리나라의 3대 악성의 한 분이다. 선생은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서 출생하였고, 호가 난계인 것도 폭포 앞에서 피리를 불다가 바위틈에 절묘하게 솟아난 난초에 매혹되어 폭포 물줄기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뜻하는 난계(蘭溪)로 지었다 한다.

영동은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분기되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아름다운 산들로 에워싸여 있다. 그곳 월이산(우리말로 달이산 즉 달이 떠오르는 산이라는 뜻)의 주봉과 서봉에서 흐르는 산등성이 아래 옥계폭포가 자리 잡고 있다. 그 폭포의 경치는 난계선생을 비롯해 많은 시인 묵객들의 시가 되고 음률이 되어 천년의 세월을 전하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잘라놓은 것 같은 절벽 군데군데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그린 듯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틈새조차 없을 것 같은 견고한 바위를 헤집고 올라온 나무와 바위는 처음부터 하나인 듯 말없이 그렇게 서로를 보듬고 있었다. 하늘, 땅, 사람이 어우러져 조화로이 살아가듯 그 무엇도 용납안할 것 같은 바위도 이렇게 아우르며 함께 살아야 하는 자연의 섭리에 교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폭포에도 남녀 즉 음폭과 양폭이 있다고 한다. 옥계폭포는 음폭으로 바라보면 마치 여자가 누워있는 형상이다. 이 폭포 아래 웅덩이에는 언제 솟아났는지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있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폭포의 경관을 해친다고 여겨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런데 그 뒤로 마을에 좋지 않은 불상사가 많이 일어나 다시 그 돌을 제자리에 갖다놓으니 동네가 다시 평온해졌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지금도 폭포 아래 버티고 앉은 양 바위는 주인 행세를 톡톡히 하고 있어 의젓해 보였다.

폭포 위에는 용이 살았었다는 제법 큰 소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가뭄이라도 들어 소의 수량이 적을 때를 대비해 폭포 아래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 올려 언제나 아름다운 옥계폭포를 볼 수 있도록 설비를 해 놓았다. 이렇게 주위를 인공적으로 가다듬고 정비를 해 깔끔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전해지는 원래의 아름다움은 많이 훼손된 듯싶어 아쉽기만 했다.

난계 박연 선생의 천년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은 국악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난계국악관이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전통예술의 맥을 이어가고 있었고, 국악 상시공연장이 있는가 하면, 국악기 제조장에서는 가을 축제 행사에 쓰일 세계에서 제일 큰 북을 만들고 있었다. 멀지않은 곳에 있는 난계선생의 생가 방문은 열차시간에 쫓겨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천화원 수련을 오면 찾게 되는 옥계폭포는 볼수록 그윽하고 신비롭다. 폭포는 원시림 속 문화의 혜택이 멀어 밤이면 별을 헤아릴 수 있고 명상에 몰입할 수 있는 이곳에서 멀지않은 데 있다. 이른 아침 이슬을 밟으며 산천 따라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폭포소리가 고막을 친다. 유구한 세월을 지나며 모든 걸 알고 있을 것 같은 폭포를 바라볼 때마다 ‘내가 왜 세상에 태어났을까’란 의문을 풀 수 있는 원을 담아 빌어 보곤 한다.

먼 옛날부터 풍류객들이 즐겨 찾았을 이곳 어디에선가 거문고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아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내려꽃는 물과 돌의 화음만이 옛 이야기를 외치듯 아침 대기를 휘젓고 있을 뿐이었다.
(20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