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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조윤수
ㆍ작성일	2010-10-09 (토)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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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전도사
행복전도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조윤수

올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다. 그래도 그 뜨거운 열기에 힘입어 나는 책 한 권을 출판하는 일에 몰두하여 여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몰랐다. 때때로 가만히 집에 있는 것이 피서이기도 했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바로 땀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얼마나 고마운가. 차 한 잔으로 바깥을 개운하게 씻어내고 잠시 심수한적(心手閑寂)을 만끽하는 일은 무엇에 비길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행복전도사로 알려진 최윤희 씨 부부가 동반 자살했다는 소식이다. 행복을 전도하는 일에 정열을 쏟던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자살로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과연 행복을 전도할 수 있는 일인가. 떠들썩한 광고처럼 말이다. 모든 상품 광고에는 거품이 생각보다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실체가 어떤 것인지 단정지을 수 없는 관념이 바로 행복이다. 그런 말 자체에 도달하려고 많은 사람들은 행복이란 언어의 환상을 쫓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아름다운 상품을 구입하듯 행복이란 이미지에 현혹되고 있지 않은가. TV에 나타난 행복 전도사도 점점 상품화 되어가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같이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이라면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가늠할 것인가. 고통을 죽음으로 끝내는 것이 행복이란 결과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내가 자주 가는 콩나루식당에는 가끔 한 할머니가 찾아온다. 지팡이를 들고 등가방을 짊어지고 밥을 얻으려 오시는 할머니다. 주방 아주머니는 아무 말 없이 할머니의 비닐 주머니에 밥을 담아드린다. 그런 광경을 보며 나는 중얼거린다. '그래, 밥을 얻어먹을 기운만 있어도 행복하다.' 란 말이 꽃동네의 선돌에도 써 있다고 했지.
한 끼 식사를 해결한 할머니는 행복한가. 배고픈 사람이 원하는 일은 배고픔을 면하는 일이다. 원하던 바 욕심이 이루어지거나 고생 끝에 도달한 목표점이 낙이라고 한다면, 그 낙이 다른 욕망을 부르고 그것은 다시 고생을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 기본 의식주에 걱정이 없어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면 더 나은 의식주, 거기다 권력과 명예욕까지 일어난다. 인간이 욕망의 폭풍에 시달리는 일은 선사이래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문명의 압력에 의하여 본래의 이상을 찾지 못하고 있지나 않은지. 윤회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톱니바퀴처럼 제 자리만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통 문명과 생활과의 연계성을 말하곤 하는데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의 생활은 그만큼 편리해지고 풍요로워진다. 흔히 문명과 문화의 차이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문화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말하며 나라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각자 처한 시대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명은 그 정도에 따라 우열을 가리지만 문화는 우열이 있을 수 없다. 일례로 서양의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식 습관에 견주어 맨손으로 식사를 하는 아랍의 식 습관을 비위생적이다 할 수 없으며, 첨단과학문명의 생활과 비교해서 원시문명의 생활을 얕잡아 볼 수도 없다.
문명을 많이 소유했다고 해서 행복이 비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행복은,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얼마나 보람을 느끼고 얼마만큼 만족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피부색과 언어와 문명을 떠나 우리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야 하며 각자의 행복을 중요시해야 함을 배우고 깨닫는다.
방글라데시라는 나라는 세계에서 삶의 조건이 열악하기로 손꼽지만 상대적으로 행복지수는 최고 수준이라고 조사된 바 있다. 티베트의 고원지대 사람들은 1년에 몇 번 씻지 않고도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아주 옛날에 우리도 그랬던 것처럼. 아프리카 가나의 시골에는 화장실이나 욕실도 없는 곳이 허다하다. 그래도 즐겁게 살고 있다. 행복이란 삶의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님이 증명된 셈이다.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같은 문화권 내에서도 개인의 차이에 따라 문화적 환경이 다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한 쪽에서는 행복감에 젖어 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아직 인류의 행복 그 자체가 구현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인가.

평소에 나는 '행복하다' 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간은 언제나 조건에 따른 행복감(幸福感)을 말함이지 '행복' 그 자체는 아니다. '얼마나 행복한가' 라고 말하는 순간은 그 행복이란 것 안에 있지 않은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순간은 말하지 않아도 옆에서는 느낄 수 있는 바이러스가 되어 전염될 수 있다. 말할 수 있는 행복이란 어쩜 기분이 좋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이 아닐까. 그 감(感)은 사람마다 환경마다 다른 개별적인 행복감이다. 행복감을 찾아다니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면 인간은 끝없는 갈애(渴愛)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러운 때라도 조건에 굴복하지 않고, 불행하다거나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그냥 살아내는 동안이 말이 필요 없는 행복 그 자체다. 태초부터 청정한 마음에는 한 점 바람도 일지 않는다 했는데, 인간의 욕망이란 바람을 어찌 잠재울 수 있겠는가. 일상의 작은 행복감을 만드는 일도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그리하여 정신적 자기 구현을 통해 두려움이 없는 마음의 평안을 확대하여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이상향은 현대 '화가들의 천국'에 나타난 자유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성서의 작가도 그린, 시대를 초월한 모두의 꿈이었기에 반드시 '장차 올 평화스런 지구촌'을 그렸으리라.

충분히 행복한데도 내일이라면 더욱 행복할 것을 기대한다면 행복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자아실현'을 이루어야 하는 일, 인간 전체의 자아실현 이후에 진정한 행복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행복이란 것을 생각할 겨를 없이 그냥 사는 삶. '행복'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라면 인류의 행복진화는 더 높이 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