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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애란
ㆍ작성일	2010-10-14 (목)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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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문화축제에 참가하고서
전주세계소리문화축제에 참가하고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이애란

전주세계소리문화축제에 다녀왔다. 낯선 나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우리 음악에도 친근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서 아이들과 가끔 찾아가곤 했다. 그런데 그동안에는 관객으로만 갔었는데 이번엔 행사에 동참하게 됐다. 대학시절에 활동했던 합창단 동아리 선배들이 그동안 단원이었던 모든 선후배들이 함께 출연하는 합창제를 계획했다. 약 한 시간 정도로 기획된 연주회는 합창뿐 아니라 합창단 출신 성악가들의 연주와 오케스트라, 밴드까지 같이한다고 했다. 모처럼 가을 저녁의 멋진 연주가 될 거라 기대되었다. 연주 시간 전에 리허설 무대까지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일찍 집을 나서는데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주가 가능할지 걱정하며 우산을 준비했다.
도착해보니 이번 행사를 위해 많은 선후배들이 일찍부터 나와서 준비하고 있었다. 우린 모여서 합창 연습을 하고 연주를 하게 될 야외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빗발이 점점 더 세졌다. 선배들과 반주를 담당한 밴드단원들이 의논 끝에 빗속에서도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덕분에 밴드공연과 성악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빗속에서 듣는 성악 아리아는 가을의 분위기를 만끽하게 해 주었고, 정열적인 밴드연주는 듣는 이의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 주었다. 우리는 각자 우산을 펴들고 자연스럽게 무대에서 합창을 하게 되었다. 아주 불편하고 힘든 공연이었지만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연주에 참여했다. 연주를 마친 다음 강당에서 그날 참석한 선후배들이 모두 자리를 함께 하였다. 나보다 십여 년 선배부터 지금 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머리가 하얀 선배들이 자기 아이들보다도 더 어린 후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아껴주는 모습이 멋졌다. 한 세대를 넘어 40년 가까운 나이 차이가 난 사람들이 모여서 합창을 했으니 이런 멋진 감동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이번 축제의 주제가 ‘시간을 넘는 소리, 세대를 잇는 감동’이라 했으니 주제에 딱 맡는 연주였음에 틀림없을 게다. 대부분 가족들과 같이 참여해서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되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비가 오니 오히려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노래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적 감성을 배우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 때문에 다른 야외행사가 거의 취소되어 다른 공연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대신 우리는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여유롭게 행사를 마쳤으니 나쁘지만은 않은 날이었다. 우리는 이번 연주를 통해서 한 세대를 넘어서도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만남을 계속 이어가려고 졸업생들로 구성된 학사합창단을 만들기로 했다.
최근에 방송된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대단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방송되었다. 처음 단원들을 모집하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두 달 만에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며 시작한 합창단이었다. 하지만 대단한 카리스마와 전문성을 가진 지휘자와 함께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만큼 소리도 하나가 되어갔다. 그 방송을 보며 우리는 마음속에 간직하고 담아두었던 음악적 감성을 깨웠다. 서로 배려하고 조화를 이뤄 좋은 소리를 얻어가는 모습에 감동하고 열광했다.
지휘자가 단원들을 뽑을 때 노래를 잘하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과 소리나 성격이 조화로울 수 있을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여럿이 모여서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야하는 합창은 소리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잘한다고 자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드러낸다면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없다. 조금 서툴다 해도 부끄러울 필요가 없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야만 좋은 연주가 된다. 그래서 합창을 하다 보면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얻게 되고, 듣는 사람에게 그 마음이 전달되어 감동을 줄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삶도 합창의 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다양한 삶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자기주장만을 내세우기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아름다운 배려와 조화로 다시 한 번 감동을 만들어 낼 학사합창단의 연주가 기대된다.

(201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