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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노점례
ㆍ작성일	2010-12-02 (목)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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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린 담 사이로 피어난 우정
헐린 담 사이로 피어난 우정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노 점 례

☏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무더운 날씨에 생명을 부지하느라 고생이 많구나!
자, 한숨 돌리고 주변에 흘린 물건이나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자.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300미터쯤에 대형마트가 자리하고 있다. 잠깐 마트에 다녀오는데도 등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축축해졌다. 집에 도착하여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휴대전화에서 메시지 음이 들려왔다. 살펴보니 어린 시절 옆집에 살던 남자 아이로부터 온 안부였다.
그 친구네와 우리 집은 돌담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돌담이 점차 허물어지고 낮아지더니 반쪽짜리 담을 사이로 살게 되었다. 부모님들 사이도 원만하여 허물어진 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으셨고, 갖가지 음식까지 서로 주고받는 이웃사촌이 되었다. 그런 때문인지 잠자는 것과 각자 밥 먹는 것 외에는 거의 사생활이 노출될 정도였다.
그 친구 어머니는 유난히 목소리가 큰 반면에 우리 어머니는 조용조용한 분이었고, 그 친구 아버지는 조용조용한 분인 반면 우리 아버지는 목소리가 크신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족처럼 지냈다. 내가 진학하기 위해 전주로 나온 몇 년 뒤 그 친구네는 서울로 이사를 갔다. 무척이나 서운하고 허전했지만 잘 살면 좋겠다는 기원을 마음속에 두고 살았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2007년 가을! 우연히 친구들과 연락이 되어 소꿉동무 모임을 만들기로 하고 1년에 두 번씩 만나고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만나면 추억의 시간 속에 묶여 한시도 입을 가만두지 않는다. 서울, 부산, 함양, 수원 등 먼 거리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만은 지척이다.
친구들 중에서도 옆집에 살던 친구는 보고만 있어도 정겹다. 헤어질 시간이 될 쯤에는 안타깝다. 아마도 헐린 담 사이로 피어난 우정의 꽃이 마음 깊숙이 뿌리를 내린 까닭이지 싶다.
우리 친정 마을에는 대문이 없는 집이 많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겠지만 그곳뿐만 아니라 인정이 넘치는 시골에서는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도시의 집들을 보면 대부분 높은 담장에 대문은 굳게 잠겨 있다. 그것도 부족하여 담장 위에 날카로운 유리조각을 꽂아 놓고 있다. 살벌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현상이 일상화되어버린 요즈음, 현대인들은 자신을 감추기 시작했고 마음의 문마저 닫아 놓고 산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담장이 허술하고 대문이 없어도 이웃사이에 갈등은 없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미래에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보게 한 뒤 왜 그런 집에서 살고 싶은지 설명을 해 보라고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의 살고 싶은 집은 다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 대부분은 담장이나 대문을 만들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만 보더라도 담장을 높이 쌓고 대문을 잠그는 행위는 욕심이 많고 생각이 복잡한 어른들의 세계인 것 같다. 마음에 빗장을 걸어 잠근 채 외부로부터 오는 두려움을 차단하고 싶은 탓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견고한 담장과 대문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종교에서나 내세우는 이상향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아마도 종교에서 내세우는 공동체적인 삶을 한 번쯤은 살아 보고픈 욕망도 잠재해 있으리라. 태초에 우리 민족은 공동체적인 삶을 유지해 오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담장을 헐고 대문을 열어놓자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웃 간에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과 인정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 고향의 그 친구와 우리 집처럼 말이다.
아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담장과 대문이 없는 집, 그 아이들의 소망이 이루어질 수는 없을까?
(201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