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불씨를 사용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에서 불씨를 담아 보관했던 화종관이 신석기 시대의 유물이라고 한다. 그러니 사람이 신석기시대부터 불씨를 사용했으리라 추정된다. 생식을 하던 사람들이 음식물을 익혀 먹을 필요가 있어서 불씨가 사용된 것 같다. 그 이후 문명이 발달하면서 가죽 끈의 마찰, 부싯돌을 부딪치기, 물체를 회전시켜서 오는 마찰 등 여러 방법으로 불씨를 만들어 사용했다.
1940년 이후 어려웠던 시절엔 주로 질그릇, 사기, 무쇠, 놋쇠 동 돌로 만든 화로에 불씨를 담아 긴요하게 사용했었다. 아침에 아궁이의 불을 화로에 담아 불씨가 오래 가도록 잘 다독이며 땔감이 부족했던 시절 방안의 온도를 높이기도 했었다. 방안의 화로는 추운 겨울 밖에서 꽁꽁 언 손과 젖은 발을 녹여 주기도 하고, 고구마나 밤 등을 묻어 두었다가 구워서 먹기도 했었다. 찬 음식을 따뜻하게 덥혀 먹기도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담뱃불을 붙이는데도 사용되었다. 인두를 깊숙이 묻어 두었다가 한복의 깃 동정을 다리기도 했다.
머리나 목 뒤에 난 종기에 붙이는 고약을 눅눅하게 녹이기도 하고,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손자손녀들에게, 화롯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무서운 옛날 얘기도 들려 주었다. 이렇게 일과를 마친 불씨는 그 다음날 아침 아궁이로 되돌아가 새 불씨로 사용 되었다 이렇듯 긴요하게 사용되던 화로 속의 불씨도 문명이 발달하면서, 빨리 뜨거워진 화로가 빨리 식는다는 속담과 함께 성냥이나 라이터, 석유가 나오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우리나라에 처음 성냥이 들어 온 것은 1880년대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보급 된 것은 한일합방 후, 일본인들이 인천과 군산, 부산, 수원 등지에 성냥공장을 세운 뒤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쌀과 곡식을 착취하는 것도 모자라서 성냥 한 통에 쌀 한 되를 주고 사는 폭리로 돈까지 착취했다. 비싸기는 했지만 편리함 때문에 성냥이 불씨로 많이 이용되었다. 해방 뒤 조양표, 비사, 유엔, 오리온, 성춘향, 돈, 아리랑, 대한, 성광, 송학표 등 300여 곳의 성냥공장이 성업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성냥이 널리 보급되면서 그 부작용으로 산이나 집을 태우기도 하고, 인명을 앗아가는 등 많은 피해를 보기도 했다. 1회용 라이터와 가스레인지가 보급되고 중국산 성냥이 수입되면서 화려했던 성냥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렸다.
지금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북 의성 도동리에 '성광성냥공업사' 한 곳이 있다고 한다. 1954년 설립된 이 공장은 대지 1,500여 평에 잘 나갈 때에는 종업원 200여명이 연 70억이라는 판매 실적을 올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8명의 종업원이 남아 다방이나 식당 기타 개업 홍보물 및 판촉물로 주문이 있을 때만 가동한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성냥공장이 언제 문을 닫게 될지 모르지만 16세부터 성냥 공장에 관여했다는 사장님의 바람은 공장이 성냥 박물관으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편리함만 추구하는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지구 환경오염과 온실 가스 배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에 지구는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순수하고 고마웠던 불씨도 핵이 개발되어 원자로에서 타오른다. 또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기약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핵무기와 땅속에 숨어 있는 불씨 화산이, 우리의 적이 되어 언제 땅속에서 뛰어 나와 분통을 터트리며, 지구를 삼키려 들지 모른다.
이제 우리 모두 지나온 자연훼손을 반성하면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지구의 큰 재앙에 겸허히 대비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바로 지구도 살리고 인간도 사는 길이 기 때문이다.
(201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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