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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오창록
작성일 2019-11-21 (목) 06:38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67      
외갓집
외갓집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오창록









지난여름 방학 때 서울에 사는 외손녀들이 우리 집을 다녀갔다. 의대에 다니는 손녀와 대학원을 졸업하는 손녀, 그리고 서울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손녀까지 세 사람이었다. 그 가운데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손녀는 우리 집에서 4년 동안 같이 지내면서 전북대학교 간호대학을 마쳤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서울대학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어느새 1년이 넘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내게 컴퓨터를 가르쳐 준 고마운 손녀다. 수필 <외손녀, 나의 가정교사>의 주인공인 손녀가 가르쳐준 솜씨로 오늘도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손녀들 모두가 각자 자기의 생활을 하는데도 힘겨울 텐데 외갓집에 가기로 서로 약속하고 찾아준 손녀들이 고맙기만 하다. 그 가운데 큰외손녀는 금년 하반기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심혈을 기울여 졸업논문을 써서 학교에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가슴을 졸이던 논문이 통과되자 안도의 숨을 쉬면서 동생들과 함께 외갓집을 찾아왔다.



 서울에서 가지고 온 과일들과 손녀들이 오면 주려고 준비한 수박을 같이 먹었다. 집안에서는 모처럼 밤늦도록 웃음꽃이 피었다. 그리고 딸이 얇은 여름이불을 아이들 편에 보내 주어서 요즘 덮고 잔다. 잘 때마다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의 따뜻한 마음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 준다. 딸의 자상한 마음이 그지없이 고맙다.



 외손녀들의 외갓집에 대한 그리움은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에 오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손녀들이 언제나 ‘맛있다!’ 는 말이 아내의 머릿속에서 항상 맴돈다고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끔 택배로 김치를 보내 주곤 한다. 보내준 김치가 떨어질 때까지 손녀들은 김치를 찾는다. 아마도 손녀들의 머릿속에는 외할머니의 음식솜씨가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나의 외갓집은 전북 임실군 신덕면 수천리다. 빈채(嬪釵)라는 마을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서 사람들은 내 어머니를 부를 때 ‘빈채댁’이라고 불렀다. 내가 외갓집을 혼자 찾아간 것은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외갓집은 예나 지금이나 깊은 산골에 묻혀서 하늘만 빼꼼히 보이는 곳이다. 겨울철에는 멧돼지가 마을까지 내려와 먹을 것을 찾아다닌다는 말을 듣고 잠을 설치기도 했었다. 겨울방학이나 음력설에는 외할머니를 찾아뵈러 갔다. 아버지는,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를 대신해서 자주 찾아뵈어야 된다고 하셔서 일년에 몇 차례씩 외할머니를 찾아뵈러 가곤 했었다.


 아침에 집에서 나서면 덕진역이나 전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임실 관촌역에서 내렸다. 겨울에 한 번 내린 눈은 산골짝이어서 잘 녹지 않는다. 30리 눈길을 터벅터벅 걸어서 갔다. 신덕면 소재지에 가까워지면 높은 재가 나를 기다린다. 내리막길에서는 운동화를 신은 채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면 길이 한결 수월했다. 어쩌다가 산판(山坂)에 장작을 싣고 다니는 트럭이라도 만나게 되면 그 날은 재수가 좋은 날이다. 얼마의 차비를 운전수에게 건네면 트럭의 짐칸에 타고 멀고 험한 길을 쉽게 갈 수가 있었다.



외갓집에 들어서면 외할머니, 외삼촌, 그리고 사촌들이 반색을 하면서 맞아 주었다. 때늦은 점심을 먹고 나면 외할머니는 방의 뒷문을 열고 시렁에 올려두었던 홍시를 꺼내 오셨다. 지난 가을에 간직해 두었던 홍시는 더러 상하기도 해서 제대로 성한 것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전주에서 내가 가면 주려고 그때까지 보물처럼 아껴두었다가 내놓으셨다. 어릴 때였지만 외할머니의 그 정성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외갓집이지만, 이제는 아무도 반겨줄 사람이 없다. 외할머니와 외삼촌은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선산에 묻히셨고, 외사촌들은 모두 도시로 나와서 살고 있다. 가끔 자동차로 내 어머니가 사시던 외갓집 빈채마을을 지나다닐 때는 차창너머로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나의 외할머니는 하늘나라에 가신 지 오래되었고, 이제는 내 손녀들이 외갓집이라고 나를 찾아온다. 수구초심(首丘初心) 이라는 옛 말이 생각난다. 외갓집은 영원한 그리움이고 마음의 안식처가 아니던가?

                                                                (2019. 8. 23.)



*산판(山坂) :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 파는 업. 또는 그런 현장.

*수구초심(首丘初心) : 여우는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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