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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수홍
ㆍ작성일	2010-04-26 (월)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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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매기(1)
부산 갈매기(1)
-자갈치 시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수홍

느닷없이 부산에 왔다. 지난 일요일 밤 8시 승용차를 몰고 아내랑 함께 왔다. 큰아들이 4월 5일 코에 물집이 생겨서 수술을 했다. 아직 완치가 되지 않았는데 혼자 부산에서 지내게 할 수 없어 우리 내외가 오게 되었다. 외국에 가서 떨어져 사는 부부는 기러기이고 국내에서 떨어져 사는 부부는 갈매기란다. 큰며느리가 직장관계로 부산에서 함께 살 수 없어 큰 아들이 갈매기가 된 것이다. 부산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부산 갈매기다. 사는 곳이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 부근이라서 우리 내외가 시간을 보내기에 심심찮은 곳이다.

어제 오전에는 광안리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오후에는 비가 내리는데도 우산을 들고 금연산(金蓮山) 일명 황령산(荒嶺山)에 올랐다. 비가 오는 날이라 어둠이 빨리 찾아와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내려왔다. 이 산은 광안리 대교 등 부산 시내가 다 내려다보이는 좋은 산이다. 그래서 시간이 나는 대로 다시 오르고, 가능하면 부산에 있는 동안 날마다 오를 생각이다.

오늘은 아내랑 함께 전철을 타고 남포동 지하상가를 거쳐 자갈치시장에 갔다. 부산의 자갈치시장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곳이다. 외국인들이 회를 먹으려고 찾아올 정도다. 내가 부산에 네 번 와보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아 찾아간 것이다. 과연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규모였다. 1층은 활어를 팔고 그곳에서 사가지고 2층으로 올라가 요리를 해서 바다를 바라보며 먹었다. 네 명 정도가 그곳에서 먹으면 알맞지만 우리는 내외뿐이라서 게, 갑오징어, 멍게, 해삼, 아나고 회를 사가지고 왔다. 집에 서 조리하여 소주 한 잔 마시는 맛은 일미였다.

부산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아로새겨진 항구다. 지금으로부터 51년 전, 군대생활을 할 때였다. 첫 휴가를 얻어 집에 가보았자 휴가비도 받아올 수 없는 형편이어서 나는 부산으로 왔다. 그때 부산에는 바로 위 넷째 태석 형님이 살고 있었다. 부산에서 돌 지난 딸아이를 데리고 셋방살이를 하면서 8기지창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형님이 살던 집주인은 이북에서 피난을 온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 집에 내 또래 처녀가 있었다. 그 처녀와 조카 중학생과 오륙도 앞바다에 가서 담치를 따서 끓여 먹었던 일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때 나에게 따뜻한 정을 베푸셨던 형수님은 병환으로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셨으니 가슴이 아프다. 내가 부산에서 2주정도 있을 예정이어서 그곳을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은데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추억 때문인지 나는 부산에 관한 노래를 좋아한다. 횟감을 안주로 소주를 한 잔 마신 김에 아내와 함께 연거푸 세 곡을 불렀다.

등대 불 깜박이는 부산항 파도 멀리/ 쌍고동 울어울어 헤어진 사람아/ 오륙도 넘어 갈 때 내리던 궂은비/ 아 아 떠나온 부산항구 마음의 부산항구/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울며 헤진 부산항을 돌아다보니/ 연락선 난간머리 흘러온 달빛/ 이별만은 어렵더라 이별만은 슬프더라/ 더구나 정들인 사람끼리 설음길이/

이렇게 사람살기 좋은 부산에서 우리 부부가 신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대들보인 장남 덕이다. 하루 빨리 완치되어 성실히 근무를 잘하다 영전하기를 빈다. 이렇게 즐겁게 보낸 부산생활이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리라 믿는다.
[2010.4.20.화.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