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라고 하면 허황된 이야기 같아 황당하기도 하다. 하지만 1960년대에는 지금 전주시청 자리에 전주역이 있었다. 노송동 철길에 떨어진 석탄 부스러기를 줍느라 아낙들이 머리에 두건을 쓰고 새까만 장갑을 끼고 철길 밑까지 긁어 보자기에 담아 조개탄을 만들어 땔감으로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전주역 좌측에 경찰파출소가 있었는데 우리는 역파라고 불렀다. 도립병원으로 나가는 길모퉁이 좁은 가게에서 껌도 팔고, 세단 중고차 3대로 급한 사람들이 호출해서 타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운행 도중에 시동이 멎으면 손님도 내려 차를 밀어야 했기에 밀차라고도 하고, 달리면 덜컹거려서 덜컹차라고도 불렀다.
얼마 전 통계로는 전주시 등록차량이 60만대를 넘었다고 한다. 격세지감 隔世之感이 아닌가? 택시의 전신은 시발택시란 국산차였다. 운수행정도 체계를 갖추어 법인이 아니어도 20대를 기준으로 하여 재력가로 기준을 맞추면 택시회사 면허를 내주었다. 현대자동차가 코티나를, 대우자동차가 시보레를 출시했는데 경제성이 떨어져 회사 경영이 어려울 때 기아자동차에서 브리샤 경차를 생산해내 택시회사들이 숨통이 조금씩 트였던 시절이다.
그 시절 운전하던 사람들은 지금의 노동운전자가 아니라 명주 머플러를 바람에 날리며 달리는 멋쟁이 선생님이었다. 직업이 없던 사람들도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차량을 할부로 구입해서 회사에 지입차주로 등록하면, 운전할 때는 기사이고, 대리기사를 채용해 쉴 때는 차주 사장님으로 다방에 모여 정치 이야기나 하고 다방레지들과 잡담으로 허송세월을 하던 때였다.
법으로 지입차주가 불법인데도 회사가 법인이 아니고 개인인 경우 면허대수를 채우기 위해서 위장하고 당국도 눈을 감아 주었다. 그때 운전자들은 초보자이고 법규도 잘 모르고 비포장도로인데 과속으로 달려서 큰 사고도 많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그뿐이 아니라 차량보험도 등록할 때 의무적으로 드는 책임보험으로 인사사고가 나면 환자들이 회사로 몰려오고, 사망사고라도 나면 회사는 부도가 났다. 당국에서는 지입차를 감차하기로 하여 만만치 않게 대립하다가 묘수로 '시한부 택시'가 나왔다. 6개월, 1년으로 시한부 택시라 붙이고 기한 내 영업을 하며 다른 직종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개인택시 기준이 무사고 7년에 해당되면 개인택시로 면허를 바꾸어 주었다.
택시도 말기암 환자란 시한부 인생처럼 시한까지 영업하다가 폐차가 되었다. 차량도 사업용(영업용)은 차령이 있었는데, 택시의 경우 10년인데도 도로가 비포장이어서 차령을 다 채우지 못하고 교체해야 했다. 말기암 환자가 수술 받고 항암치료 받아도 6개월이라고 의사는 말한다. 주위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니 알아서 하라는 것 같다. 암 초기에 수술이 잘 되었다 해도 5년이라고 산정한 환자로 등록시켜 전국 어느 병원에서 진료 받아도 치료비 감면 혜택을 준다. 5년 안에 재발되어 사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10년 넘게 사는 사람도 많다.
2011년 12월에 나도 대장암수술을 받았으니 2016년이면 의료적 생명의 끝이라는 이야기다. 몸에 느끼는 나쁜 증상은 아직 없다. 건강한 삶을 살다가 가려고 열심히 운동을 하고 관리에 최선을 다한다. 이럴 때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무얼까? 누구나 피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찾아 오는 것, 그것은 죽음이다. 갑자기 돌연사처럼 사고로 죽는 사람도 있지만, 시한부 택시는 직업을 바꾸는 시기를 얻은 것이고, 암환자들은 모름지기 자기와 주위 가족들을 정리하는 시간일 게다. 시한부를 살거나 넘게 살다 가거나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 할 것 같다. 응급실에 실려 가더라도 고통의 죽음을 연장하지 말라고 유언해 놓은지 오래다.
생명은 누구나 안타깝게도 죽음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긴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예측불확실성 때문에 두려움을 갖고 물리적, 정신적 고통 때문에 사회와 갈등하며 버거운 욕심을 부리는데, 세상과 화해하면 편안한 죽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12월 22일 KBS-1TV 아침다큐 인간극장 “우리 지금 이대로”를 보고 이 글을 쓴다. 주인공 주은주(45)는 아들과 딸을 데리고 친정인 전북 임실군 임실읍에서 췌장암 항암치료를 받고 요양 중에 있다. 주치의가 생명이 6개월 남았다고 한 이야기는 아버지 이판술(68)과 어머니 한순자(68)만 안다. 주인공도 짐작이야 하겠지만 아들과 딸을 위해서 머지않아 헤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못다 해 준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기적 같은 생명을 구원하며 열심히 운동하고 채식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들과 딸을 데리고 제주도 비행기여행을 가면서 아이들에게 하늘나라 이야기를 해준다. 친정 걱정을 덜어주려고 완주군 구이면으로 이사하여 셋이서 오붓한 시간을 갖는다. 그들은 지금 이대로 살고 싶다고 한다. 그 운명을 누가 알 것인가. 나도 조금은 아는 터라 측은하다.
우리 “지금 이대로”가 던지는 메시지는 지구축이 전진도 후퇴도 말고 그냥 이대로 같은데, 시한부는 끝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억울하고 슬프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암발생은 줄어들고, 회복은 좋아진다고 한다. 의사들의 처방은 아니지만 단방약으로 “비단풀”이 좋다고 하여 권하고 싶은데, 비단풀은 7~8월에 나오는 다년초라서 그때쯤 구이로 찾아가 주인공을 만나볼 생각이다. 췌장암은 장기 속에 숨어있어서 수술도 어렵고,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한다. 비단풀이 췌장암에 특효라니 꼭 주은주 씨를 만나고 싶다. 그 동안이라도 주은주 씨 가정에 기적이 일어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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